아인슈타인은 과학이 철저히 가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스스로 자신을 가치 지향적인 과학자라고 칭했다. 같이 핵폭탄을 개발한 한 과학자가, '그것이 어디에 쓰일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한 말에 발끈해서 했던 말이라 카더라. (여기까진 카더라통신)
과연 과학은 가치중립적일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많은 과학자들이 내세우는 가치중, '가치중립'이라는 가치가 있다. 가치중립을 가치로 보는 이유는, 흑괴물에겐 가치중립이라는 말이 아무래도 자신이 한 실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한가지 방편으로밖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모든 과학자들은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주관과 상품성에 따라 연구 주제를 정한다는 것이 흑괴물의 생각이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을 때, 혹은 미국의 과학자들이 핵폭탄을 발명해 냈을 때, 그들의 성과가 어디에 쓰일지 몰랐다고 했다면 아마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순수하게 연구를 목적으로 그것들을 개발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사회적 요구나 상품성에 의해서 그런 연구를 했을 거라는 추측을 해 본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개발로 때돈을 벌었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미국의 과학자들도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로 인해 헤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며, 세계 평화, 아니, 세계의 존속문제는 여전히 핵폭탄이라는 괴물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오히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기 보다는, 철저히 가치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자신은 가치 중립이라고, 나는 연구 자체에 목적을 둔 것이지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그런 연구를 한게 아니라고 말해버리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가져올 여파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용기, 만약 그 여파가 올바르지 못하다면 폐기할 용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흑괴물(=BlackMonster)
감히 tears의 생각을 적어보자면,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 더해서,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개인과 개인사이, 집단과 집단사이, 국가와 국가사이에는 상충되는 여러가지 가치들이 존재한다. 과학이 이러한 대립되는 가치들 사이에서 중립적이지 못할때, 과학은 오용되고 남용된다. 과학은 이제까지 없던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밝혀낼 뿐이다. 과학자들이 원자핵붕괴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을때, 그것은 인간의 의지나 희망과는 상관없이 원래 거기 있던 힘이며 이것은 가치중립적이다. 여기서 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핵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 이 에너지로 전기를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 예견되나 그 구현을 과학이 맡을 필요는 없다.
tears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으로서 의미는 "핵붕괴시 질량결손에 따른 에너지가 방출된다"로 그친다. 전기를 발전해서 유익하게 이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원하기 때문에 과학적 발견의 결과를 이용하는 것이며,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정치가 또는 군부에서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하는 말로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과학자가 가치 지향적인 자세를 지닐 수도 있고, 그 가치에 따라 주관과 상품성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당연히 인간으로서 가치지향적이다. 과학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이 세계 또한 인간들의 세상이라서 가치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 핵폭탄이 세계 곳곳에 널려 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핵폭탄은 가치중립적이다. 핵폭탄에게는 나와 너가 없고 인간과 다른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이 없다. 핵폭탄을 던지는 인간이 가치지향적이다.
BlackMonster는 과학자들이 원자핵붕괴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것과 과학자들이 핵폭탄을 발명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핵폭탄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 이전에, 핵폭탄 발명 자체가 핵폭탄 악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핵폭탄이 가치 중립적이라는 말에 흑괴물은 반대한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핵폭탄이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지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만들어 내기로 결정해 버린 것이므로, 이 시점에서 이미 가치 중립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흑괴물은 올바른 과학 윤리를 지닌, 철저히 가치 지향적인 과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핵폭탄을 원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면 핵폭탄은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즈음 대두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이나 생명체 복제 문제 등도 마찬가지이다. 과학 윤리로 무장한, 철저히 가치 지향적인 과학자들만 이 사회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복제 기술이 발명된 이후의 문제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기술들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과학자들이 고찰해보고, 만약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예상된다면 스스로 연구를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흑괴물의 희망일 뿐이다. 과학자도 사회와 권력, 상품성과 자본주의 등에 영향을 받는 한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라도..... 조금씩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흑괴물의 희망일 뿐이다. 과학자도 사회와 권력, 상품성과 자본주의 등에 영향을 받는 한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라도..... 조금씩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흑괴물님의 의견에 tears는 동의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tears의 원래 생각이-또는 배웠던 대로라면- 과학은 가치 중립적인 것이라는 것과 흑괴물님의 의견에 간단히 동의할 정도로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반대의견을 내었다. tears가 생각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과학이라는 학문은 가치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핵폭탄의 사용결과를 뻔히 예견함에도 그것을 만드는 것은 과학이 파괴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과학은 인간에 해롭든 이롭든 발전해야 하며 과학이 사용이 인간에게 해가 되는가 아닌가는 그것을 적용할 때의 문제이다. 한사람의 미친 과학자가 세상을 휩쓸어 버릴 힘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 막을 필요도 없다. 엄연히 자연에 존재하는 힘을 탐구해서 밝히는 일만 덮어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미래의 언제라도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강한 억제력이 되지 못한다. 덮어두는 정도밖에 될 수 없다.
과학자도 사회와 권력, 상품성과 자본주의 등에 영향을 받는 한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에 tears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또 "우리 모두" 이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과학이 가치지향적이 되는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간 사회가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도록 튼튼해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인간의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인간이 자연법칙을 변화시킬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법칙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우리가 그것에 다가가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에게 좋은 방향으로, 또는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만 자연법칙은 그냥 거기에 있다.
잠깐 딴지. 핵폭탄은 공학 아니에요? --최종욱
과학이란 학문 자체도 가치 추구와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가 많다. 자연 선택설은 같은 시기의 자유경쟁 시장의 원리를 받쳐주는 좋은 증거로 쓰였으며, 지금도 유효하다. 천동설도 오랜기간 정통 과학이었는데, 기독교의 영향력이 컸음을 무시할 수 없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경우에는 자연은 질서정연한 유리수의 법칙으로 돌아간다며 무리수를 발견한 제자를 죽이기까지 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믿음에 따라 우주 상수를 넣고는 후에 이를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일컬었다. 또한,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할지 제시하는 '엔트로피'라는 책도 나와있다. --최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