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미학사에서 나온 장정일의 첫 장편소설.
이 소설은 1994년 장선우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장선우와 장정일의 첫 번째 만남.
영화는 몇 가지 면에서 소설과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소설을 영화화 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소설의 맛이 많이 사라졌다.
영화가 놓친 소설의 명장면 ¶
- 이 소설에는 장정일 상상력의 결정판이라고도 불려지는 '성기가 커지는 사나이'이야기가 나온다. 월급을 받고 매달 사창가를 가는 사나이가 있다. 이 사나이는 평달은 한 번, 보너스 달은 두 번 사창가에 간다. 나의 소득이 느는 만큼 사창가의 아가씨들의 소득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나이의 생각이다. 어느날 사창가를 다녀온 사나이는 성기에 조그만 딱지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 딱지는 떼면 뗄수록 커졌다. 결국 엄청나게 큰 성기를 가진 그를 용납하지 못한 정부가 군대를 파견하는 사태까지 가고 이 사나이는 엄청난 성기를 휘둘러 이들을 무찌르고 지구를 반쪽 낸 후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이후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한 엄청난 성기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나이의 우주 여행은 시작된다.....
장선우는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지만 검열에서 삭제됐다는 뒷소문이 있었다.
- 소설은 주인공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나', '바지입은 여자', '은행원', '색안경' 이런 식이다. 이들의 이름은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들이 자신의 역할을 되찾은 뒤에야 실명으로 바뀌게 된다. 소설가 였던 나는 '바지입은 여자'의 가방모찌가 되고, '바지입은 여자'는 배우가, '은행원'은 소설가가, 첩보기관의 비밀 정보원이었던 '색안경'은 요리사가 된다.
- '바지입은여자'는 지구를 들어 올릴 정도로 예쁜 엉덩이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는 뜬금없는 이 설정에 대해 그 이유가 소설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공원으로 일하던 '바지입은여자'는 운동권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된다. 어느날 시위에서 마주치게된 이들은 근처 화장실에서 성교한다. 이 과정에서 팬티를 쓰레기통에 버린 여자는 길에서 경찰에 연행된다. 경찰은 감방에 갇힌 사람들의 바지를 벗기고 소위 '원산폭격'이라는 걸 시켰는데 여자는 팬티가 없었던 터라 엉덩이를 내놓고 이것을 한다. 이 장면이 멀리 창 밖에서 사진을 찍던 외신기자의 사진에 담기게 되고 전세계에 한국의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자료로 쓰인다. 여자는 생각한다. '나의 엉덩이가 대한민국 민주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 영화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큰 차이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이 '바지입은여자'의 영화촬영장에서 마감하는 반면 소설은 '바지입은여자'와 '나'의 차안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