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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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지요...도시에서 수돗물 콸콸틀어 발 닦고 세수하고, 새벽에 수영까지 하는 저는 신문에서 짝짝 갈라진 논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찔려오는군요. 기우제를 지내면...정말 비가 좀 오실까요.

작년여름에 국토 최남단의 어느 섬에를 갔다온 적이 있습니다. 불자도 아니면서 친구의 꾐에 넘어가 그곳에 있는 송광암(송광사 지부)이라는 절에서 며칠 먹고자고 했었는데, 그곳의 삶이란 정말 자연보호, 자원재활용이 백퍼센트 완벽하게 실천되고 있더군요. 식사도 밥 한톨 남김이 없었고 쓰잘데기 없는 쓰레기 하나 남길 일이 없었으며 화장실도... 이렇게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즉시 저는 지구오염에 가담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이라는 게 자기가 의도하지 않아도 환경을 더럽히지 않을 수 없게끔 되어있다는 사실이 절절히 느껴졌더랬습니다. 뭔가 다시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

남쪽에서 고속버스로 올라오는 길에 한 벌교쯤에서 어느 연로하신 아저씨 한분이 타셨었는데, 제 건너편 옆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아마도 농사일을 하시는 분인 듯, 오랜 햇볕에 그을려 피부는 거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었고 체구도 무척 자그마하셨는데...제게 광주까지 얼마쯤 남았느냐고, 물으시는 데 저도 잘 모르니 대답을 제대로 못 드렸죠. 차 안이 계속 틀어대는 에어콘 때문에 너무나도 추워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긴 팔에 가디건까지 걸치고도 벌벌 떨고 있었거든요.(밖엔 비까지 오고) 계속 뭐라고 말을 거시는데 저도 너무 힘이 드니까 그냥 자는 척을 하며 외면하고 있었습니다...한참후에 눈을 떠서 옆을 보니, 그 아저씨 계속 눈을 크게 뜨고 차안을 두리번거리시는데, 그 표정이 제 맘에 콱 박혔습니다.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지만...그 햇볕에 너무나 그을려서 눈동자가 노랗게 변한...눈을 동그랗게 뜨고 추워하면서, 마른 얼굴에 사뭇 서려있던 그 경계의 표정이란. 얼마 안 있어 내리셨는데 전 아직도 그 때 생각을 하면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에 가슴한켠이 조여옵니다... 이런 얘기를 뜬금없이 왜 쓰고 있느냐 하면... 그 아저씨 같은 분들이 지금 비가 안 와서 흙먼지나고 갈라진 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Fe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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