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인가베이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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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U무궁화Echo의수학에릭사티시인코울리지의꿈 북경인가베이징인가

흠. 어떤 정도의 원칙이 좋을까요? 이를 테면 일본, 미국 등은 세월이 신나게 지나도 니뽄이나 아메리카로 불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새로이 소개되는 사람들 이름들, 땅 이름들, 등은 대부분 원어 발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북경, 같은 중국어 지명에 대한 우리식 발음은 저절로 die out 되지 않을까요... :>

책을 두들겨 보니 외국어 표기에 대한 지금의 원칙은 이런 정도군요. "가능한 발음에 가까이 적되,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그대로 둔다."
외국어의 발음 표기의 문제는, 비단 우리말 뿐 아니라 영어나 기타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영어에서도 중국어에 대해 교류가 늘어가면서 표기를 바꾸거나, 이중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 늘었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자면 징기스칸이 있군요. 징기스칸, 칭기스칸. 두가지 표기가 다 쓰이는군요.

우리 역시 외국어의 사용이 늘어가면서, 교류가 늘면 늘수록 원래 발음에 가까워지는 고유명사를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고유명사의문제'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사실 서로 소통할 필요가 없다면 덕천가강이라고 부르던 뭐시기 일본어로 무르건, 그 인물이 그 인물이기만 하면 되는데 ... 직접 소통할 경우가 늘면 늘수록 정확하게 그 발음에 가깝게 부를 필요가 더욱 더 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공식적으로 '버려' 진 방법이지만, 우리말 지명을 영어로 묘사할때, 몇가지 발음을 위한 기호들을 영어의 모음 위에 붙이고는 했었지요? 그건 폐지되는게 더 좋은것도 같지만... 하지만 우리말에 사라진 옛 음소들과, 몇가지 음소들을 더 추가하여, 한국인이면 정말 읽기 쉬운 세계어용 발음기호표기를 생산해보는건 어떨까요. ARPAnet 발음기호라든가, 국제발음기호세트라든가, 보면 답답하거든요. .. T.T 조금만 더 고치면 우리말로도 충분히 표기하기 좋은데.. 이를 테면 r 발음은 ㄹㄹ 로 적고, l 발음은 ㄹㄴ 로 적는다든가 식의... 으음... :) 황망한 소린가요? 흠... 일본어와 비교하면 우리말은 굉장히 원음에 가까운 발음을 하기에 적합한 언어니까요. 아니, 글자니까요. 글자 자체가 '무릇 존재하는 모든 소리에는 그에 해당하는 글자가 있으니' 라는 아이디어로 부터 , (실은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한 언어니까요.... 성조 표기도 있지, ... 음소 추가하기 쉽지... 조합하기 쉽지... --nayas
일본어와 비교하면 우리말은 굉장히 원음에 가까운 발음을 하기에 적합한 언어니까요. 아니, 글자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국민학교 때부터 많이 들어온, 한글은 어떤 소리든 다 표기할 수 있는 우수한 글자다 라는 말은 사기성이 농후한 선전문구라고 봅니다. 다른나라 말의 발음을 조금만 주의깊게 들어본다면 한글자모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발음들이 무수히 많다는 걸 부인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strike 가 영어론 한 음절이지만 한글로 표기하면 너댓 음절이 되는 것도 한 예라 할 수 있고, 현대 국어에서 v 과 b, f 와 p 를 구분해서 표기할 방법이 없는 것 같구요. 일본어와 비교하면 이라는 단서가 들어가면 좀 얘기가 달라지긴 하겠는데, 저는 오십보 백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일본어에서 가능한 발음/표기들을 한글로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일본어를 잘 몰라서 구체적인 예는 못 들겠네요. -_-;; -- JikhanJung
주제에선 벗어난 감이 없진 않지만 일본에서의 영어발음은 생각보다도 더 신기하더군요. 최근에 일본에 계신분을 알게 되어서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씨엔
이미 국제 한글 음성 부호(IPH)가 있습니다. http://www.hansebon.or.kr/madang_08.htm DeadLink 참고. --ireen

창제당시의 훈민정음과 지금 한글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대충 기억나는 것으로도 순경음 비읍 이나 아래아 등등 현대 한글로는 표현안되는 발음들이 고대(?) 한글로는 표기가 가능했던것 같은데.. 그리고, 이건 좀 비약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라진 표기들은 실제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뇌세포가 현대인보다 15%쯤 더 많을 미래의 종 (여전히 인간일까?)에서는 대뇌의 인식 능력이 자신의 발음기관의 능력을 따라잡을지도... 아니면 발음기관의 능력이 대뇌의 능력에 맞추어 퇴화하는 방법도... B) --아무개

음..일본의 한국인명 표기는 옛날에는 표기된 한자의 일본식 읽기 였습니다. 김대중을 키무다이츄로 읽는것처럼요. 옛날 한국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덕천가강식으로 읽었던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그러나 요새 일본표기는 한국 발음으로 바뀌었습니다. 키무데즁 이런식이죠. 왜 바뀌었는가 하니..한국정부가 항의해서 그렇게 되었답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는 중국, 일본 지름, 이름도 이젠 그나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고 있더라구요.

어느것이 합리적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자라는 공통된 표기가 있기때문에 발생한 문제인것같기도 하고. 유럽쪽은 비슷한 알파벳 사용하는데 어떤 식으로 하고있는지 궁금하네요. 프랑스같은 경우 그냥 자기네 방식으로 발음한다는것같은데.. --nyxity

중국어 인명과 지명의 경우 19세기 이전의 것은 한국어 발음으로, 20세기 이후는 중국어 발음을 따른다고 들었습니다. 조조를 차오차오로 유비를 리우 베이로 표기하는 것은 넌센스죠.
어쨌거나 한국어에 굳어진 표현, 즉, 양자강, 황하, 장안, 북경, 인민일보, 같은 표현을 일부러 중국식으로 고치는 언론사투리는 몰상식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런민일보로 써놓고 인민일보라고 이해하라뇨. 한국어표기는 한국사람이 알아들으라고 써놓은 것입니다.

유럽의 경우, 지명이 자국내에서 굳어진 경우는, 그것을 우선시하게 표시합니다. 예를들어 독-프 사이에서 주인이 자주 바뀐 Strassbourg(스트라스부르)는 독일에서는 Strassburg(쉬트라스부르크)로 불려지지요. 이탈리아의 Milano도 Mailand라는 독일어식 지명으로 자주 말합니다.영어권에서는 Milan(밀란)이라고 부르지요. 비슷한 예로 영어에서 Koeln(쾰른)이라는 도시는 cologne(꼴론) 정도로 불려지고요. Muenchen(뮌헨)은 Munich, 뮌헨이 있는 주 이름인 Bayern(바이에른)은 Bavaria(바바리아)로 표기합니다.
타국에서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사자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근거일수도 있지요. 벨라루스의 수도는 어느 나라말로도 Minsk라고 하고, 라트비아의 수도는 Riga이지요.

요컨대 자국어가 일차적인 기준이 되고, 외교적인 필요가 있을 때 타국의 발음을 존중해 주는 정도로 타협하는 듯 합니다.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이 되는 것도 그 이유지요. --namazaki2

쓸데없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벨라루스의 수도는 현지어로 Mensk Менск입니다. 친러파 독재자 루카셴카 때문에 공식 표기는 Minsk Мінск입니다만.,, 원래 Mensk였던 것을 스탈린이 Minsk Минск가 더 듣기가 좋다고해서 러시아어 표기를 바꿨답니다. 또 라트비아의 수도는 핀란드어로 Riika, 에스토니아어로 Riia입니다. 이웃하는 나라들한테는 꽤 중요한 도시이죠.. --Iceager



영화 '연인'의 인명 표기와 관련하여. 이정환 http://www.leejeonghwan.com

우리는 왜 '章子怡'는 '장쯔이'라고 부르면서 '劉德華'는 '유덕화'라고 부르는 것일까.

'章子怡'의 중국 발음은 '장쯔이'고 한국 발음은 '장자이'다. '劉德華'의 중국 발음은 '류떠화'고 한국 발음은 '유덕화'다. 우리는 '章子怡'를 '장쯔이'라는 중국 발음으로 부르고 '劉德華'를 '유덕화'라는 한국 발음으로 부른다. 최소한의 원칙도 없다.

일본 사람인 '金城武'는 일본 발음으로 부르면 '가네시로 타케시'가 되고 중국 발음으로 부르면 '진청우'가 된다. 우리는 그를 '금성무'라고 부른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을 어떤 사람은 마음대로 '장예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궈룽(張國榮)'은 '장국영'이 되고 '저우룬파(周潤發)'는 '주윤발'이 된다. 잘난 척을 하려는 게 아니라 부르기에는 편하지만 분명히 잘못된 발음이다.


''한글학회의 한글 맞춤법 가운데 외국 인명 표기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1911년 신해혁명이다. 이를테면 '모택동'이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 '등소평'이 아니라 '덩샤오핑(鄧小平), '주은래'가 아니라 '저우언라이(周恩來)', '주용기'가 아니라 '주룽지(朱鎔基)'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나 '공자(孔子)'나 '노자(老子)', '제갈량(諸葛亮)' 등은 그대로 불러도 된다.

일본 사람은 모두 현지 발음으로 부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등등.

김용옥 선생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 보면 '공부'와 '쿵푸'의 차이가 나온다.

우리 말의 '공부(工夫)'를 중국에서는 '쿵푸'라고 읽는다. '공부(study)'를 뜻하는 말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다 다르다. 일본에서는 공부를 '勉强'이라고 쓰고 '벵쿄스루'라고 읽는다. 중국에서는 공부를 '念書'라고 쓰고 '니엔수'라고 읽는다. 생각이 나라마다 다들 다르고 당연히 언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한자를 쓰지만 우리 한자와 중국 한자, 일본 한자는 모두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 참고 : 우리는 검정고시를 어떻게 보는가.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289.html

우리가 '콩쯔'를 '공자'라고 부르고 '리우뻬이'를 '유비'라고 불렀던 것은 중국을 외국으로 보지 못하고 기꺼이 중국의 속국이 되기를 갈망했던 결과다. 따라서 '덩샤오핑'을 '등소평'이라고 부르고 '이토 히로부미'를 '이등박문'이라고 고쳐부르는 것을 주체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그것은 우리 한자와 중국 한자가 이미 다른데 우리 한자를 버리고 중국 한자를 가져다쓰는 꼴이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번역돼야 한다. '張藝謨'는 번역해서 '장이모우'가 되고 '金城武'는 번역해서 '가네시로 다케시'가 된다. 중국 한자와 일본 한자는 우리 한자로 번역돼야 한다. 하다 못해 이름 하나 쓰고 부르는데서도 그게 안되니까 온갖 문화와 개념의 표절이 일어난다.

아무리 부르기 편하다고 해도 '장이머우'를 '장예모'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가네시로 다케시'를 '금성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류떠화'는 '류떠화'고 '장쯔이'는 '장쯔이'다. 중국 놈은 중국 놈이고 일본 놈은 일본 놈이다. 그걸 김용옥 선생은 '타자화'라고 부른다. 우리는 타자화의 과정을 결여했고 그 결과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가라타니 고진, 일본정신의 기원.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117.html



'張藝謨'라고 써 놓으면 한자를 아는 사람만 '장예모'라고 읽을 수 있다. 문제는 한자를 아는 당신이 '張藝謨'를 읽고 옮겨 적을 때 '장예모'라고 할 것이냐 '장이모우'라고 할 것이냐다. 내가 생각하는 원칙은 이렇다.

'張藝謨'는 외국어다. 외국어는 그냥 가져다 읽을 게 아니라 번역을 해야 한다. '공부(工夫)'를 예로 들었지만 '工夫'라고 쓰여 있으면 이게 어느 나라 한자인가 앞뒤 맥락을 살펴야 한다. 우리 말이고 우리 한자면 '공부'가 되는 것이고 중국 한자면 '쿵푸'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뜻도 다르다. '공부'는 'study'고 '쿵푸'는 중국 무술, 'kungfu'가 된다.

'공부'는 우리 고유의 한자어다. 중국 애들이 '念書'라고 써놓았으면 그걸 '염서'라고 읽고 옮겨적을 게 아니라 '공부'라고 번역해야 한다. 일본애들이 '勉强'이라고 써놓았으면 그걸 '면강'이라고 읽고 옮겨적을 게 아니라 '공부'라고 번역해야 한다. '염서'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면강'은 아예 우리나라에 없는 단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모두 생각이 다르고 말이 다른데 우리가 우리의 생각과 말을 잃어버린 것은 이런 번역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念書'를 그냥 '염서'라고 쓰고 '勉强'를 그냥 '면강'이라고 쓰면서 이를 테면 '공부(工夫)'가 '염서'나 '면강'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부'는 살아남았지만 숱하게 많은 우리의 생각과 말이 그렇게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특히 수천년 동안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표절해 왔다. 문화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이를테면 '염서'라는 이질적인 문화를 그대로 들여와 쓰면서 한자를 모르는 계층과 고유의 문화를 배제시켰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식인들은 특권 의식을 향유했다. 그 오래된 폐습을 이제는 고쳐야 한다.

사례를 더 많이 들면 좋겠지만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림프관'을 일본 애들 발음을 따라서 '임파(淋巴)선'이라고 부르는 것도 웃기다. '림프'를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 애들이나 '림프'를 '임파'라고 발음한다. 우리가 '림프'를 '임파'라고 부르는 것은 '코카콜라'를 중국 애들 따라서 '가구가래'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정리하면 '李政桓'은 우리 한자기 때문이 당연히 '이정환'이라고 읽고 '劉德華'는 중국 한자기 때문에 중국 놈들 읽는대로 '류떠화'라고 읽고 '金城武'는 일본 한자기 때문에 '가네시로 타케시'라고 읽는다. 물론 '류떠화'가 좋아서 '유덕화'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부르는 건 취향이고 자유지만 공식 발음과 표기는 '류떠화'가 맞다.

우리가 '공자(孔子)'를 '콩쯔'라고 고쳐부를 때 공자는 그냥 중국에서 한때 잘 나갔던 사람일뿐이다. '공자(孔子)'를 '콩쯔'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한자와 중국의 문화를 타자화하고 우리 한자와 우리 문화를 내면화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이게 자리를 잡아야 오래된 표절 습관을 뿌리뽑는 것도 가능하다.



이정환 님의 윗글에 대해.

세계를 통틀어서, 다른 나라의 고유명사를 그 나라의 현지음대로 발음해주는 나라는 한국 뿐입니다. 그리스의 헤라클레스는 미국에서는 허큘리즈이고 스페인의 카를로스는 프랑스에서는 샤를, 영국으로 건너가면 찰스가 됩니다. 어떤 나라건 모두 자기네 발음관행에 맞게 자기화시켜 발음하지 원음을 존중해주는 나라는 세계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만 현지음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한자의 경우 분명히 외국글이지만 이미 수천 년간 우리에게 동화되어 이제 한자는 외국문자 또는 외국발음이 아닌 우리말화 된 지 오래입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그리스 문자를 기원으로 한 로마문자를 쓰고 있지만 이것을 그리스문자 또는 페니키아문자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키릴문자는 그리스문자입니까 슬라브문자입니까? 한자와 그 발음 역시 우리말화 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처음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그 발음은 중국어의 발음과 같았습니다. 수천 년 우리가 그 글을 발음하면서 이제는 중국과는 달라진 우리 고유의 발음이 되었지요. 게다가 그 한자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중국어와는 다른 우리만의 낱말도 많이 만들어 내었습니다. 즉 한자와 한자말은 중국의 것이기 이전에 이제 우리글 우리말인 것입니다. 이것은 키릴문자가 로마글자가 아니라 러시아의 고유문자이며 일본의 50음이 한자에서 나왔지만 한자가 아니라 일본의 고유문자인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데 이제 이른바 '세계화' '국제화'의 핑계로 수천 년의 세월을 무시하고 중국어 원음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章子怡의 중국발음이 어떠하던 우리는 이 글자를 장자이로 읽습니다. 우리가 孔子와 劉備를 콩쯔, 류베이가 아닌 공자, 유비로 읽는 것은 <기꺼이 중국의 속국이 되기를 갈망해서>가 아니라, 중국은 중국이고 우리는 우리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사대주의에 찌들어 중국의 속국이 되기를 갈망했다면 콩쯔, 류베이로 읽었겠지요.
우리는 豊臣秀吉과 伊藤博文을 수백 년간 풍신수길, 이등박문으로 불렀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본의 속국이 되고자 갈망해서였겠습니까?
우리가 정말 중국의 속국이 되려고 아등바등했다면 우리의 한자 발음은 중국과 같아야 합니다. 발음이 다른 것은 그렇지 않았다는 증명이 됩니다.

우리말 경찰의 중국어는 公安입니다. '외국어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말씀대로 번역을 하려면 외신에 나오는 公安은 전부 경찰로 번역해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경찰 커녕 '꿍안'이라고 쓰더군요. 정말로 번역해야 할 것은 이런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중국인의 이름은 19세기 이전의 사람과 20세기 이후의 사람을 구분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뭔지 참 알 수 없군요. 왜 그렇게 나누는 것인지? 가령 孫文의 경우 19세기와 20세기를 걸쳐 산 사람인데 손문으로 읽는 것이 옳은가, 쑨원으로 읽는 것이 옳은가? 손문의 활약은 신해혁명이 정점이므로 20세기의 사람으로 규정히여 쑨원으로 발음해야 한다면 李洪章과 袁世凱는 20세기 이후에는 활약이 없는 사람인데 왜 교과서에는 리훙장, 위안스카이로 되어 있는가? 北京의 경우, 19세기 이전에도 그 자리에 존재하던 지명인데 왜 청나라의 수도는 북경이고 현대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인 것인가? 도대체 원칙은 무엇인가?

李洪章과 袁世凱는 중고교 한자교과과정에 모두 있는, 어지간하면 다 아는 평이한 한자입니다. 학교교육만 받은 보통사람이면 이홍장, 원세개로 읽을 수 있지만 이걸 리훙장, 위안스카이로 읽으려면 한자공부 외에 따로 중국어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인명용 한자에는 우리나라처럼 제한이 없어 어떤 글자라도 다 쓸 수 있으므로 중국인의 이름을 현지음으로 발음하려면 한자 수천~수만 자의 중국어 발음을 알지 않으면 안됩니다. 현실적으로 전 국민이 다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없지요.

아마 김용옥을 무척 존경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김용옥을 사이비로 봅니다(중국과 한국의 유학은 전부 엉터리고 일본의 유학이 공자의 정신을 바로 계승한 옳은 유학이라고 주장하지요). 그 김용옥은 방송과 글에서 중국의 고유명사 뿐 아니라 일반명사와 심지어 긴 문장까지 모두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을 즐기던데 저는 그것이 참 역겹습니다.

중국의 고유명사는 중국어 발음으로 해야 한다면 박지원의 熱河日記는 열하일기로 읽으면 안 되고 저우허일기로 읽어야 하고 三國志는 중국의 나라이므로 싼궈즈로 읽어야 합니까? 水滸志도 고유명사이므로 쒜후즈, 萬里長城은 완뤼창쳥, 주원장은 명태조가 아니라 밍타이쭈라 해야겠고요. 이것들도 옳은 현지어 발음은 아닙니다만. 한글은 모든 언어를 다 표기할 수 있는 만능문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영어 to study에 해당하는 세 나라의 말은 공부(工夫), 녠쓰(念書), 벵꾜스루(勉强する)입니다만 옛날 우리 지식인들은 <念書라는 중국어를 그대로 들여와 쓰면서 특권의식을 향유한> 것이 아니라 공부 또는 학습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해 쓰면서 민중과 공유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念書, 또는 勉强이라는 말을 쓴 일이 없고 모두 공부라고 번역해 썼는데 <'공부(工夫)'가 '염서'나 '면강'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는 말씀은 어디에 근거해서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중국어 工夫라는 말은 육체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이고, 무술을 가리키는 말인 kungfu는 功夫라고 씁니다. 우리말 工夫는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여 일정한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러시아의 "국가두마"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보이는데 연방국인 러시아에서 다게스탄, 아디게야, 몰도비아 등 여러 공화국의 지방정부 하원이 아닌 연방 중앙하원을 일러 국가두마라 하는 모양인데 이걸 왜 국가하원이라 부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번역이 되어야 번역이지, 하원을 두마로 부르거나 金城武를 진쳥우 또는 가네시로 다케시 따위 언어로 부르는 것은 옳은 번역이 아닙니다.

외국어를 번역할 때는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어인 章子怡의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은 장쯔이가 아니라 장자이입니다.

盧武鉉을 중국인이 노무현으로 읽습니까 루우쒠으로 읽습니까? 韓國을 한국으로 읽습니까 한궈로 읽습니까? 상호주의는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이런 짝사랑이라니.

<'張藝謨'는 외국어다. 외국어는 그냥 가져다 읽을 게 아니라 번역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논리에 따르면 번역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장예모입니다. 번역을 하지 않고 외국어를 그대로 읽은 것이 장이모우입니다.
張藝謨, 朱鎔基는 장이모우, 주룽지가 아니라 장예모, 주용기입니다.
중국이 어떻게 발음하건 내비두고 우리는 우리식 대로 발음하는 것이 오히려 자주적일 것입니다.

미국이 그리스의 속국이 되고자 갈망해서 Heracles를 헤라클레스가 아닌 허큘리즈로 발음하는 것입니까? -- 필마온 2007-05-16 07:03:46

허큘리즈 같은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크리스토퍼 콜롬버스(Christopher Columbus)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영어식으로 바꾼 이름이고, 탄생지인 이탈리아에서는 Cristoforo Colombo라고 부르고 스페인에서는 Cristóbal Colón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우리는 미국, 영국의 속국이 되고자 저 사람을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라고 부르는 걸까요? 이런 것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포루투갈의 속국이 되고자 빵을 빵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 daybreak 2007-05-17 13:03:41

딴지를 하나 더 걸자면,

'림프'를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 애들이나 '림프'를 '임파'라고 발음한다.

이 말의 원어는 Lymphe이며 일어로 リンパ라고 카타카나 표기를 합니다. 그것을 한자로 음차하여 한 표기가 淋巴이지요. 일본인이 읽을 때에는 "림빠" 정도 되는 발음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인으로서는 가나와 간지(한자)로 표기 가능하며 Lymphe에 가장 근접한 발음을 가지는 것을 선택한 결과겠지요. 이미 한국/일본/중국의 한자 발음이 다 다르다는 것을 매우 잘 아실텐데, 이것을 예로 드신 것은 실수시죠? -- daybreak 2007-05-18 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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