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키드의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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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에서 퍼온글 : 참고사항: 저자는 landau 입니다. 1994년 여름에 쓴 글이고요. (원저자 표시가 없이 구천을 헤매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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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키드의생애라는 영화가 있단다. 어려서부터 헐리우드 영화에 미친 주인공이 영화에 일생을 바치고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지 못하다가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란다. 원전은 소설이라고 들었다.........

* * *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 80년대는 그야말로 꿈의 시대로 믿어져 왔다. (난 75년에 국민학교를 입학해서 80년에 졸업했다.) 유신시대 말엽이던 당시 국가는 80년대가 되면 모든 것이 장미빛으로 바뀐다고 교과서에 써 놓고 선전을 해댔으며 그 "환상"을 뒷받침하는 것은 "산업화" 라는 낱말이었다.

그 환상은 지금 90년대에는 "암울했다" 라는 상투적이기 그지 없는 단어로 표현되는 80년대가 도래하면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장미빛 인생이 보장되는 꿈의 시대는 순식간에 2000년대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지금도 꿈의 시대는 순식간에 2000년대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지금도 사람들에게는 2000년이 무언가 기대할 만한 시대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뭐... 어떤 정부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니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꿈의 2000년대"를 약속할 만한 근거랄까 뒷받침이 되는 것이 "과학기술"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 학생운동이 온 세계를 휩쓸던 68년에 태어난 한 아이가 있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가 나중에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지만 이미 소년의 사춘기는 온통 "과학기술"의 환상 속에 도배가 되고 있었다. 그가 국민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 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어느 과학기술 연구소에서는 비록 대부분 남이 기술을 베낀 것일 망정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술적 산물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미국에서 모모 공학을 전공한 아무개가 이사대우에 아파트와 집까지 얻어서 약관 30대에 금의환향 했다는 입지전이 도처에 출몰했다. 90년대에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부활할 이 휘소 박사의 신화는 이미 그 싹을 드러내고 있었고, 수십년래의 부동의 인기 직업이던 판검사와 의사에 대적할 만한 반열에 과학기술자의 이름이 오르게 된다.

소년의 어린 시절에는 위인전의 목록에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못지 않게 아인시타인이나 퀴리 부인의 이름이 중요시된다. 이런 책들을 읽고 자란 세대는 과학자의 삶이 숭고하고 정열적이고 인류를 구원하는 일임과 동시에 명예와 존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이십년 뒤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몇푼의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공해 물질을 양산하는 회사의 이윤추구에 몸 바치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면서.

공대에서 1등한 놈은 자전거 회사에 취직하고 그나마도 안 된 놈은 할 수 없이 대학원이란 곳에 도피했던 50년대를 기억하는 부모세대는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곧 엄청난 첨단기술의 쇼와 당시로는 엄청난 특혜였던 군역면제를 받으며 배출 된 귀때기가 새파란 20대 박사(!)님들을 테레비에서 보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식을 이공계통으로 밀어 넣는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명예, 안정된 수입, 우아한(?) 생활, 그리고 지적 허영이다. 적어도 당시의 "과학기술" 엘리트는 그런 것들을 모두 가진 존재로 비쳤다.

중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이언스 키드는 더욱더 과학이 주는 환상에 빠져든다. 그것이 상당부분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조작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서 말이다. 헐리우드 키드에게 영화는 "꿈의 공장" 이듯이 사이언스 키드에게 "과학"은 (대부분 기술과 혼동된 것이지만) 요술지팡이였다. 학교에서는 툭하면 기술입국을 부르짖었고 과학경진대회니 수학경시대회니 하는 것은 점점 장려되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택하는 것은 성적 좋은 학생에게 당연한 것이었고 문과를 가는 사람은 수학에 적응하지 못하는 둔재거나 사이언스 키드가 빠져 있는 환상에서 헤어난 정말로 머리 좋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과학고등학교가 생기고 연이어 과학기술대와 포항공대가 창설 된다. 대학의 이공계통은 과학발전을 등에 업고 계속 수적 팽창 일로를 달린다. 물론 대학이 등록금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이라는 강력한 정책도 이공계 인력부족이라는 명제 하에서는 무력해진다.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이과생 수가 문과생을 능가하게 되고 워커와 철모로 상징되던 공대생의 이미지는 깨끗한 실험복을 입은 고매한(?) 연구자의 그것으로 바뀌어 간다. 중학교 때 은사님의 집에 다시 모인 친구들은 거의 하나같이 이과생이었고 어린 시절의 그들을 잘 아시는 선생님은 이 아이들 중에 이과에 맞는 것 같았던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되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신다.

그리고 사이언스 키드는 이공대학에 진학하고 공부를 계속한다. 문과애들이 데모 같은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는 조국의 앞날을 위해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기 위한 기초 공부를 하느라 고교때 못지 않은 정신적 노가다를 수행해야만 했다. 아무리 너네가 잘나 보았자 결국은 우리의 밑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법대 친구의 말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여겨졌다.

그 사이 팽창일로를 겪은 대학의 이공계는 마침내 공급과잉 현상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미국 공학박사의 대우는 이사급에서 부장급으로 부장급에서 과장급으로 수직강하를 시작하더니 그나마 구하기가 어려워져 도처에서 박사 실업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박사가 접시 닦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젠 회사가 박사를 골라 뽑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예전처럼 모셔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소가 세워지지만 취직을 한 사이언스 키드는 자신의 연구보다 무슨무슨 기술진흥법에 의해 연구소의 토지가 면세라는 사실에 회사가 더 관심을 가진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직면한다. 자신은 단지 콩알만한 연구소에 달려 있는 엄청난 연구소 부지의 탈세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이제 더 이상 과학기술자는 선망 받는 직업이 되지 못한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이라는 신화는 그에게 늘 피곤하기 짝이 없는 격무를 당연한 듯이 강요하고, 인구분산 정책의 희생양으로 선발된 과학기술자 집단은 그토록 옛날에 경멸했던 문과 친구들에 의해 산간벽지의 연구소 타운으로 밀려나서 애인에게 걷어 채이고 선본 여자의 부모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시작한다.

평생을 이 한몸 과학기술 발전에 바치겠다던 사이언스 키드는 그토록 빛나는 연구생활을 했던 선배들이 (엄청난 대우와 아파트까지 얻어서 프로야구 선수같은 연봉협상을 했던....) 40대의 나이에 머리가 녹슬었다는 이유로 연구소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목도하기 시작한다. 그러기 싫으면 과학기술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영직으로의 변신을 하는 수밖에 없다.

후배나 동기중에는 변리사라는 직업의 인기가 엄청나게 폭등하고 그들은 더이상 과학기술자의 삶에 환상을 갖기를 거부한다. 증권을 만지작 거리는 친구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접대비로 공짜 술을 마시는 동안 그들은 보통의 샐러리맨 봉급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박봉에서 일이만원을 추렴해서 소주를 홀짝거리며 미래를 걱정한다. 한때 최고의 급료라던 모모연구소의 급료는 해마다 동결 되어서 이제는 이 나라 대졸자 초임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연구소는 걱정 없다. 늘어난 과학기술자는 여전히 공급 과잉이고 입소 희망자는 줄을 서 있으니까. 그래도 아직 과학기술자들에게 주는 급료가 아까운지 이나라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는 대학의 공대는 숫자를 두배로 늘이려 하고 시설은 하나도 갖추지 않은 연구소에 사람만 채워 넣으면서 왜 결과가 나오지 않는냐고 독촉을 한다.

술에 취한 친구의, 우리는 5공 과학기술 진흥정책이란 과잉선전의 산물이라는 자조를 들으면서 사이언스 키드는 자신의 생이 헐리우드의 환상 속에 사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무엇이 다른가 곱씹어 본다. |}}

오오...이렇게 시원한 말을...그렇다면 김우재는 싸이코로군요....-_-

[http]대덕의 박사아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요즘 게시판에서 한참 떠돌고 있는 글입니다. 덕분에 오래된 사이언스키드의생애라는 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듯 하군요. 암울한 현실입니다. "네가 공부 죽어라 해서 학교에서 잘 되어 봐야 교수밖에 더 하겠냐?"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었습니다. "요즘 애들은 교수를 개똥으로 안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도 듣고.
Science에는 근처도 제대로 못 가보고 Engineering과 Business의 세계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는데, 지금도 가끔은 다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위의 글하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1957년 소련에서 세계최초로 스푸트니크1호 인공위성을 발사했을때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소련이 인공위성을 만들어내는 동안 미국은 뭣하고 있었는가?" 그후로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일어나서 '학습중심교육'으로 교육의 물길이 확 바뀌고, 과학영재를 주도적으로 키워내는 국가사업을 펼치게 된다. 전국적으로 영재성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집중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그리하여 많은 과학인재들을 길러냈는데, 이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았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영재로 길러진 이런 인사들중에 훗날 심한우울증을 겪는다거나, 사회생활 부적응, 허무감, 무기력증에 빠진 예가 많았다고. 특별한 영재로 키워지는 대신에 일상적 삶을 즐기는 아주 평범한 능력을 키우지 못한것. 그래서 교육의 방향이 다시 조금 수정된다. '학습중심교육'에서 '인간중심교육'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과학영재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의질을 따지는 문제가 아닌, 먹고 사는 문제(생존의문제)도 위태위태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노력한 것에 비해 부족한 대우를 받는다는 정도이지 과학하면 먹고사는 문제도 위태위태하다는 정도는 아닐듯 합니다. 누구나 할 말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군비확장경쟁과 유사한 논리이지만, 또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은데 구태여 돈 안 되는 과학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아, 내가 어쩌자고 어릴 때 어른들의 구라와 사기에 속아 전공을 선택했을까라고 후회하게 됩니다.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태이고, 저절로 인건비가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변호사, 의사를 선호하는 여자, 공돌이라고 무시하는 장인, 장모의 모습에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과학자, 기술자로서의 인생은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고, 현재로선 또다른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가거나 다른 분야로 전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기서 또 보고 말았네요. 이제 곧 졸업인데 막막합니다. 정확히 6년 전에 합격증 두 개를 두고 고민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의대와 자연대. 어린 마음에 한국 기초 과학의 디딤돌이 되려는 생각으로 주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선택했었는데...이제 와서 후회가 되니...제가 희생자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다 제 할 탓이죠. 하지만 돈만이 잣대가 되는 이 사회에서는 자연과학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은 일 같습니다. 솔직히 잘 살지도 못하는 집안 생각하면 의대 안 간 거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먹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돈 때문에 병원도 못 가고, 이발도 못 하고, 신발에 물이 새도 사지도 못 하고, 눈이 침침해도 안경도 못 맞추고, 가끔 밥값이 없어 굶기도 하고....이런 사소하게 치사한 일 차츰차츰 겪다 보면 그렇게 쉽게 얘기 못할 겁니다. 먹고야 살죠. 하지만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인가도 중요하죠.
의대 계열도 요즘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듭니다. ㅠㅠ 결국은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서, 의사들도 자본 없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몸을 팔던지 양심을 팔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그것도 그렇겠네요. 전에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무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더라고요. 그런데 그 눈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너무나도 피곤에 찌든 것이었습니다. 그런 표정으로 설명을 해 주는데, 괜히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무지 힘든 직업인 것 같습디다.
몸을 팔고 양심을 파는 게 얼마나 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그런 일 하지 않고 산다면 의대계열이 훨씬 잘 먹고 갈 거 같은데요. 너무 삐닥하게 세상을 보는가요??

DeadLink 엑스포에 나왔던것

음.. 법조계에 계신분도 한말씀 해 주시죠.. -_-;;; 먹고 살만 하신지.. (헉 CyberLaw님 죄송)

진정한 과학자란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와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 말이다.그러나 이제 사이언스는 죽어가고 있다. 돈과 관련된 기술만이 있을뿐.... 그래서 사이언스 키드의 생애는 더 비참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잡종

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 왜 문과를 택했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문과가 이과를 지배하거든".. 이과였던 저로썬 그땐 그냥 웃고 넘겼지만, ..흠.. 이젠. --mynameisdj



글쎄요.. 미래에는 국가가 망하든지 아니면 과학기술을 장려할 텐데.. 지금의 사이언스키드의 미래는 그렇게 암울하지는 않을듯.. --Curia
과학기술분류 교육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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