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시나리오 : 폴오스터Paul Auster
원작 : 오기렌의크리스마스이야기
주연 : 오기 렌(하비 카이틀), 폴 벤저민(윌리엄 허트), 토미(잔카를로 에스포지토), 제리(호세 주니가), 데니스(스티브 지비돈), 지미 로즈(자레드 해리스), 펠리시티(애슐리 저드), 루비 맥너트(스토카드 채닝), 라시드 콜(해롤드 페리노 주니어), 사이러스 콜(포리스트 휘터커)
영화 해설 ¶
외로운 도시 생활 속에서 서로 관계가 없는 듯한 사람들이 한 가게를 중심으로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각자의 모습과 감정의 변화를 퍼즐처럼 그린 영화.
영화 내용 ¶
브룩클린의 한 담배 가게의 단골 손님인 소설가 폴(윌리엄 허트)을 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기 렌(하비 케이틀)은 13년 동안 매일같이 아침마다 같은 장면만을 찍어 배경은 한결같고 인물만 다른 사진이 이젠 무려 4,000여장이 되었다. 마치 자기가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거짓 이름을 말하고 온갖 허풍을 다 떨어대는 라시드(해롤드 페리노 주니어). 음주운전으로 아내를 죽인 후 평생 그 죄책감에 쫓겨다니는 라시드의 생부 사이러스(포리스트 휘터커). 18년만에 옛애인을 찾아와 사정을 하는 외눈 여인 루비(스토카드 채닝). 이들은 폴과 오기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켜 각자의 혹은 서로의 삶을 엮어나간다. 한편 오기는 1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옛 애인 루비 맷넛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둘사이에 딸이 있음알 알게된다. 그러나 오기는 그 말을 믿지 않고 그녀가 돈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딸을 찾아간 오기는 그녀의 냉담한 반응에 실망하고 돌아온다.
영화 속의 명대사 ¶
- 오기는 14년동안 한결같이 같은 자리에서 아침 8시에 3번가 풍경을 찍어 왔다. 그가 그동안 찍어온 사진을 폴에게 보여주자 폴은. 모두 같은 사진이라 얘기한다. 이에 오기는 말한다. "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네. 밝고 어두운 아침... 여름과 가을 햇살.. 아는 이가 있는가하면 낯선 이도 있어. 낯선 이가 어느덧 이웃이 되기도 하지."
-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것은 우리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과 같다네.. 월터 랄레이경이라고 들어봤니? 영국에 담배를 소개한 사람이지.. 한번은 그가 여왕과 내기를 했다네.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겠다고 말야.. 여왕은 터무늬없는 소리 말라고 웃어 넘겼지만 랄레이경은 여왕 앞에서 연기를 무게를 쟀어.. 이렇게 말야.. 먼저 안 피운 시가를 집어서 천칭 저울로 무게를 쟀어. 그리고는 그 시가에 불을 붙여 피우면서 재를 저울 접시에 턴 뒤 꽁초도 그 위에 올려놓고 다시 무게를 잰거야. 처음 무게와의 차이가 바로 담배 연기의 무게라네."
- 더 느리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너는 절대 진상을 알아채지 못할 거다 - 오기 렌, 영화 <스모크>
출처 : 한겨레 신문
쓸쓸함 감싸는 따뜻하고 눈물겨운 세상
웨인 왕(Wayne Wang)
세계 영화사를 빛낸 100편의 영화. 왜 "스모크"가 끼여들었을까? 중국계 미국인 감독의 영화라서가 아니라 색다른 미국 영화, 그것도 무척이나 따뜻하고 눈물겨워서 웨인 왕이 나눈 다섯 개의 분절 속에서 헤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비유를 동일성 쯤으로 다루는 허술함을 내비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바로 "성난 황소"와 맞바꿀 수 있다. 아니, 좀더 무리를 하자면 어두운 삶의 황량함을 그린 "대부"와 살아가는 방법과 답이라곤 도대체 모르겠다고 구시렁거리는 "비열한 거리"(마틴 스코시즈)를 돌아 나와 굽이굽이 뻗어 있는 "파리 텍사스"(빔 벤더스)의 쓸쓸함으로 침몰하거나, 또는 "인생"(장 이머우)이 내비친 중국인 특유의 역사의식인 새옹지마를 뉴욕에서 원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영화적 맥락은 정당하지 않다. 영화 한 편은 자기만의 고유한 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의의 영화적 맥락은 한 작품이 지닌 체계와도 교통한다.
그렇다. 오기는 좀도둑 소년의 지갑을 돌려주러 갔다가 카메라를 훔치고, 그 덕택에 작가인 폴은 비명 횡사한 아내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고 흑인 소년 라시드 덕택에 교통사고를 면한 폴은 라시드가 저지른 일로 봉변을 당하고, 또 라시드는 오기의 담배가게에서 사고를 치게 되지만 라시드가 내놓은 돈으로 오기는 과거 애인과 황폐해진 딸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뉴욕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여기에서 인종의 경계는 무너진다. 하지만 그 무너짐은 상투적인 화해가 아니며 상대에 대한 인정과 관용에서 비롯된다. 라시드는 흑백 구역으로 나뉜 그곳을 다른 은하계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폴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바로 그 장면에서 폴의 심정은 셔츠를 촉촉하게 적시는 여름에 하염없이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 같다.
후경에 자리잡고 돌아가는 선풍기는 이미 등장했던 피사체다. 그것은 선풍기로 나타나지 않고 라시드가 시침을 뚝 떼고 12년 전에 헤어진 아버지의 자동차 수리점 앞에서 앉아 있을 때, 차고 앞으로 삐죽 나와 있는, 적당히 낡은 흰 차 밑에 포진하고 있는, 적당히 낡은 흰 차 밑에 포진하고 있는 그림자로 나타났다. 그 어둠은 부자의 비밀과 은밀한 삶의 쓸쓸함을 모두 감싸고 있다. 쨍쨍 내리 쬐는 햇빛 속에 드러난 아버지 사이러스의 황량하고 황당해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라시드는 그 풍경을 그린 흑백 그림을 차고 안에 집어넣고 나온다. 그 흑백 스케치에 의해 풍경이 살아난다. 이후 사이러스는 라시드가 아들인 것을 알고는 그 큰 주먹으로 친다.
물론 모든 영화적 맥락은 정당하지 않다. 영화 한 편은 자기만의 고유한 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의의 영화적 맥락은 한 작품이 지닌 체계와도 교통한다.
그렇다. 오기는 좀도둑 소년의 지갑을 돌려주러 갔다가 카메라를 훔치고, 그 덕택에 작가인 폴은 비명 횡사한 아내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고 흑인 소년 라시드 덕택에 교통사고를 면한 폴은 라시드가 저지른 일로 봉변을 당하고, 또 라시드는 오기의 담배가게에서 사고를 치게 되지만 라시드가 내놓은 돈으로 오기는 과거 애인과 황폐해진 딸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뉴욕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여기에서 인종의 경계는 무너진다. 하지만 그 무너짐은 상투적인 화해가 아니며 상대에 대한 인정과 관용에서 비롯된다. 라시드는 흑백 구역으로 나뉜 그곳을 다른 은하계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폴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바로 그 장면에서 폴의 심정은 셔츠를 촉촉하게 적시는 여름에 하염없이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 같다.
후경에 자리잡고 돌아가는 선풍기는 이미 등장했던 피사체다. 그것은 선풍기로 나타나지 않고 라시드가 시침을 뚝 떼고 12년 전에 헤어진 아버지의 자동차 수리점 앞에서 앉아 있을 때, 차고 앞으로 삐죽 나와 있는, 적당히 낡은 흰 차 밑에 포진하고 있는, 적당히 낡은 흰 차 밑에 포진하고 있는 그림자로 나타났다. 그 어둠은 부자의 비밀과 은밀한 삶의 쓸쓸함을 모두 감싸고 있다. 쨍쨍 내리 쬐는 햇빛 속에 드러난 아버지 사이러스의 황량하고 황당해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라시드는 그 풍경을 그린 흑백 그림을 차고 안에 집어넣고 나온다. 그 흑백 스케치에 의해 풍경이 살아난다. 이후 사이러스는 라시드가 아들인 것을 알고는 그 큰 주먹으로 친다.
마지막 분절인 '5.오기' 부분은 성탄절을 앞두고 폴이 이야기를 요청하는 장면이다. 폴은 담배를 줄였고, 이제 둘만 남았다. "세 명은 성가시지만" 참 쓸쓸하다. 오기는 카메라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고 창피래 한다. 카메라는 고정 상태에서 오기를 대상으로 근접 이동한다. 웨인 왕은 이것을 이 영화에서 세 번째 쓰고 있다. 눈이 촉촉해진 폴은 친구니까 괜찮다, 그것이 인생의 가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에필로그 열 여섯 개의 숏으로 구성된 흑백 장면과 속을 뒤집어 놓는 음악. 대부분이 폴 숏이거나 그보다 크다. 임대주택 단지의 겨울 나무들을 훑는 롱 숏 한 개를 빼고는. 서로가 속는 체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흑인 할머니와 오기. 마지막, 오기가 카메라를 들고 문을 나설 때 고리를 여는 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가 살아난다. 질문에서 주장으로, 운문에서 산문으로 이동한다. 여균동에게서 인용하자면, 인간의 시선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변할 것이고 살 만하다. 바로 그 얘기다.
그리고 에필로그 열 여섯 개의 숏으로 구성된 흑백 장면과 속을 뒤집어 놓는 음악. 대부분이 폴 숏이거나 그보다 크다. 임대주택 단지의 겨울 나무들을 훑는 롱 숏 한 개를 빼고는. 서로가 속는 체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흑인 할머니와 오기. 마지막, 오기가 카메라를 들고 문을 나설 때 고리를 여는 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가 살아난다. 질문에서 주장으로, 운문에서 산문으로 이동한다. 여균동에게서 인용하자면, 인간의 시선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변할 것이고 살 만하다. 바로 그 얘기다.
- 이효인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