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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암세포는 숙주(?)가 죽으면 죽잖아요. 그러면 암세포는 숙주가 죽지않을만치까지만 증식하고 그 이후로는 스스로 억제하는 기능이 있나요? 아니면 그 이후로는 증식을 못 하는 건가요? 아니면 억제가 되지 않나요? --PuzzletChung

A : 암세포와 바이러스 모두 호스트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현상이 관찰된다면 그것은 암세포나 바이러스의 의지에 의한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한 자연스러운 적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는 처음에 매우 독성이 강한 균주들로 시작되지만 독성이 강한만큼 전염력이 약해지면서 독성이 약한 균주들이 군집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미 사스의 경우에서 그것이 증명되었죠. 에이즈의 경우 약간의 예외가 되는데, 에이즈 바이러스에게 성생활이 문란한 인류는 독성에 관계없이 전염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독성이 약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선택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에이즈의 딜레마가 바로 그것입니다.

암의 경우는 약간 다르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사실 암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표현형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성질을 가집니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어쩔 수없이 가지게 되는 Error Rate 가 암의 주원인이기 때문입니다. Genome을 복제하면서 Cell Cycle등의 유전자에 Error가 생기고 이후에 그 세포가 Anti-Apoptosis 등의 성질까지 획득하게 되면 암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암이란 수명이 연장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진화적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암이란 자연선택이 신경쓰지 않는 병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숙주를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적응기제가 아니기 때문에, 숙주를 신경쓰지 않고 제 할일을 다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끊임없이 분열하라는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기계인 셈이죠.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암세포의 활동양상이 발생과정의 배아세포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암이란 철없는 세포들의 집합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김우재

그러니까 암세포란 놈은 Apoptosis 법률을 어긴 세포가 되나요? Error와 그로인한 숙주의 죽음은 곧 죄와 벌이 되는 셈이고, 벌 받아야 할 놈에게 자연은 선택될 기회를 주지 않는거로군요. --맑은

정확히 말하자면 40대나 50에 개체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형질은 그 개체가 이미 출산을 마친 후라면 자연선택에 노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식적으로 활발한 20~30대에 개체의 죽음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형질은 자연선택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겠죠. 벌받아야 할 놈이 벌을 받는 것이라기 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신경쓰지 않는 것입니다. 광고판을 쳐다볼 때 배경보다 글자가 먼저 선택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겠죠. 자연선택에게 생식기 이후의 개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생식기까지 정말 매력적인 표현형을 유지할 수 있고 그 후엔 급하게 늙는 개체라고 해도 선택의 조건은 아주 유리할 수 있겠죠. 출산 이후 여성들의 급격한 노화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우재

Q : 앞선질문. 세포가 분열하면서 어쩔 수없이 가지게 되는 Error Rate 라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암세포와 관련된 Error를 포함하고 있나요? 그렇지 않을 때만 다음 질문이 유효합니다. --맑은

A : 예. 그렇습니다. Genome을 복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DNA Polymerase는 10만염기의 1번꼴로 잘못된 염기서열을 끼워 넣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Error는 금방 탐지되고 제거됩니다. 암이란 이러한 감시망을 벗어난 에러에 의해 발생하는 병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욱 많은 세포분열을 했다는 뜻이고, 그것은 더욱 많은 에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암의 발생시기가 주로 생식기를 훨씬 넘긴 40대 이후에 분포되어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김우재

Q : 다음질문. 암에 관하여 일반인들은 주로 '발암 물질'에 관한 정보를 많이 듣습니다. 관련 Error가 잠재된 내부적 요인이라면, 그러한 발암 물질은 Anti-Apoptosis 등의 성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외부적 요인으로서 반응에서의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 보아도 무방한지요? 만약 이것이 참이라면 이것도 저것도 먹지 말아라!는 '발암 물질'에 관한 정보와 선전들은 무시해도 좋은 걸까요? 담배의 경우로 볼 때, 담배를 아무리 많이 피워도 관련 Error가 없었다면 암에 걸리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문제는 관련 Error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제공되지 않고 있으니 무조건 예방하고 보자!는 입장에서 먹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언젠가 확인 시스템이 보급되면 그 때는 발암 물질과 별 악감정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나요? --맑은

A : 흔히 발암물질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DNA 에 Mutaion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들입니다. 자외선이 피부암을 유발하는 이유도 자외선이 DNA Mutation을 잘 일으키는 파장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이를 먹는다
  2. 더욱 많은 복제가 필요
  3. DNA 복제의 내재적 Error rate
  4. Error의 누적
  5. Error Corre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1. 유전적 요인
    2. 발암물질등 DNA Replication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Stress
  6. 암 발생

촉매라는 표현은 매우 적합한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성인의 1/4이 암으로 죽습니다. 전 그래서 그냥 담배를 피웁니다.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지만 아주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담배를 피우죠. 어떤 외과의사는 "무소유"의 정신이 암과 싸워 이기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던걸요. 담배를 피우던 안 피우던 어차피 대한민국 국민으로 암에 걸릴 확률은 1/4 이니까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암에 관한 생각도 별로 하지 않고 삽니다. 그런 생각자체가 DNA에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하하

현대인류의 대부분이 사고사나 전염병으로 죽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자연선택에 노출되지 않았던 노화현상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류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겠지만 그 댓가로 치뤄야할 병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특히 두뇌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붇는 인류에게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 뇌질환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알츠하이머, 루게릭, 파킨슨, 헌팅턴, 기타등등등).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자연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전 그냥 사고사나 병에 의한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입니다. 왜 병으로 죽는지는 알고 죽으니까 행복하지 않을까 하면서. ^^ --김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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