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삼부작의 마지막 권. 드디어 문체 작가가 아닌, 스토리 작가로서 극화를 중심으로 둔 소설을 쓰기 시작한 하루키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의 서두는 마치, 이전 작품과도 같이 문체로 승부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는 몇가지 단락이 나오지만, 결국에는 "나"는 "쥐"와 "양"을 찾아서, 정체모를 모험 속으로 파고들어가게 된다.
어느날 사라져 있던 친구 "쥐"로부터 사진 한장과 연락이 오고, 그리고 광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게 우연과도 같이, 그 사진 속의 양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유명한 우익 총수의 비서가 찾아오게 된다. 아내는 슬립 한장만 달랑 남겨놓고, 집을 떠나고, 이제 친구도, 아내도 없는 "나"는 귀가 극단적으로 예쁜 여자와 함께 특별한 기운, 무한한 확장과 힘, 권력을 얻게 만들 수 있는 영물인, "양", 등에 특별한 무늬가 찍힌 ,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귀가 극단적으로 예쁜 여자는 후일, 댄스댄스댄스에도 나타나서 키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키키에 대한 묘사는 정말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평범한 외모의 그녀가 귀를 내놓는 순간, 주위의 대기와 시간, 사람들 모든 것이 멈춰진 진공의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라는...참으로 마법같은 묘사가 나온다. 여행 속에서 마치 마법사를 만나는 것과 같이, "나"는 돌고래 호텔에서 양박사를 만나고, "쥐"의 산장으로 향하는중, 정체불명의 양사나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컬트적인 쥐와 "나"의 재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그 대사를 듣다보면, 하... 이렇게 씌여질 수가 있었던 거구나라고 놀라게 된다. "쥐"는 결국 자기자신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나"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모험의 종착지에 도착한다.
왠지 숨막히는 서스팬스와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기분이 등골에 기어들어오지만, 그의 이전 소설들과도 같이, 그것은 확실한 결론이나 속 후련한 결말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장과 단락은 특징적이고도 신선하였다. 많은 한국 작가들이 그의 이런 방식을 훌륭하게 모사, 표절, 모방, 소화해 내는데, 그 과정에서 마치 녹은 아이스크림이 마지막 체리만 남아서 입에 담겨지게 되는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우리에게 있어서 소설이란, 가공무역의 산물인가?--Roman
키키에 관한 묘사 그녀가 귀를 보이는 것을 책에서는 개방이라고 표현한다. 그녀가 귀를 개방하는 순간 세상이 변한다. 그 부분이 저도 인상 깊습니다. 양을둘러싼모험은 제가 하루키 작품중 가장 처음 읽은 작품입니다. 군대에 있을때 고참이 빌려줘서 읽었는데 그 소설, 그의 소설에 반해서 지금까지도 (아직 전부 읽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 바람의노래를들어라, 1973년의핀볼에 이어서 그 내용에 완성도가 높아진 작품 같습니다. 그 전의 그 두 소설에 환상적인 내용과 여행 혹은 모험이라는 부분을 추가해서 확장한 느낌의 책입니다. --사과나무
이제는 무라카미하루키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자리잡은 판타지가 가미된 도시모험 소설의 시초로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업작가로 발돋음을 시작한 하루키의 욕심이 많이 엿보이는 과도기적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문장력도 지금처럼 능수능란하지는 못해서 가끔 기술적으로 껄끄러운 부분도 보이고 좀 과잉된 비유법도 종종 사용합니다. 프롤로그의 '아무나하고 자는 여자아이' 이야기의 산뜻함에 끌려 책을 집었는데 의외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같은 느낌의 책이더군요. 레이몬드 챈들러나 존 바스 등의 미국작가들도 떠오르구요. 양을둘러싼모험의 스타일은 댄스댄스댄스를 거쳐 태엽감는새에서 경지에 이른것 같습니다. -- 코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