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인간은 타인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라고 17세의 무라카미 류는 썼다고 한다. 나도 통신상의 어딘가에서 읽은 것으로 류의 원본은 읽어보지 못했다. 다만, 저 문장을 다시 떠올릴 때 마다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다른 한편으론, 예술가들이나 철학자들 중에 그런 의미의 어두운사람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창작물로써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기를, 생각을 불어넣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않을까?
따라서, 일방적인 어두운사람은 그리 흔하지는 않은듯 하다. 나게게 어두운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빛이 될수도 있다. 그리고, 어두운 사람에게 나의 빛을 나눠주면 그도 밝아질수도 있고, 그 자신이 빛을 뿜는 별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어두운 사람을 보면 손을 내밀어 내 체온을 전하고 웃어주면 어떨까? 그가 어느날 내 어둠을 환하게 해줄지도 모르지 않는가...
어둔밤은 내게 어둔눈을 주었기로, 나는 그 눈으로 광명을 찾는다. (see also 자기최면)
어느 책에선가 보고 외워둔 구절입니다. 어두운 면모가 없는 인간은 없겠으나, 그걸 자신이 소화 못/안 시키고 남에게 전파하는 것이 저 위에 무라카미 류가 말한 힘든 경우가 아닐지... 어두움은 주로 은폐에서 나오는 것도 같습니다. 햇살이 닿으면 사르르 사라져버릴 일들도 음지에 은폐시키면 차갑고 축축해지며 부패해가게 되지요... 무엇이든 그렇지만, 어두움을 인정하고 수면위로 떠올리는 순간 그 무게가 덜어지는 것이 아닐지. 예술작품들 중에 어두운 창작물들이 인간에게 에너지와 생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면 역시 어두움을 수면위로 떠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도 모르게 억압하고 있던 어두움을 예술가들의 민감함과 관찰력으로 끄집어내어주는 것이죠... --Felix
꼭 예술가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든 나름으론 절박한 욕망이나 욕구가 당사자가 원한 방식과 시기에 의도한 강도로 충족되지 아니하면 그것이 사람에게 어두운 그늘을 남기는 것 같다. 이것도 많은 경우 해당인의 도덕적 결함에서 비롯된다기 보다는, 허다한 우연과 그 우연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연쇄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예술가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어두운 건(물론 그 이상으로 빛나기도 하지만) 그들의 욕구라는 것이 보통 사람의 것보다 만족시키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두운 사람들 ¶
- Wuthering Heights의 Heathcliff -- 어둡고 슬픈 사람. 평생 단 한여자만 사랑하다 죽은 남자. 그는 외부 세계와는 상관없이 한 사람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분출했다. 그 여자가 죽은 후에까지. 그래서 그를 불멸의 예술이라고 한다.
- 영화 Immortal Beloved의 주인공 Beethoven -- 그의 음악은 어둡되 화려하다. 강렬하다.
베토벤 경우는 자신의 어두움을 태워서 밝힌 경우가 아닐지...이런경우는 어둡다고만 하기에는 아쉽다. 그의 Spring Sonata같은 것을 들으면, 얼음이 풀린후에 졸졸흐르는 봄 시냇물의 느낌이 난다. 어둠을 뚫은 빛이다...
- 노스모크의 명언 페이지를 제집 안방처럼 주름잡는 니체 -- 그 역시 어둠속의 불꽃.
니체는 어둡다는 느낌보다 섬뜩한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죠. 천둥과 번개가 치는 언덕에서 피를 흘리는 염소를 보고 '지성에 물들지 않은 순수의지'를 느꼈다는 니체는 그 자신이 '아무도 닿은 적 없는 낯선 대륙'인지도....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
- 김기덕 감독영화 주인공들 -아니다..어두운게 아니라 그냥 사기다. 사기는 밝혀지면 어둠이 없어진다.
- VanGogh
- 뭉크 (Edvard Munch) : 그림들 -- 그는 정녕 어둡다. 그런데 가끔은 뭉크의 그림들이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삶속의 어둠이 갖고있는 진실을 드러낸 화가.
- 노희경 드라마 '거짓말'에서의 성우. 성우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걜 볼 때마다, 난 매일 걔가 내 몸에 난, 가시를 뽑아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 주는거 같았어. ......언니, 나 걜 닮고 싶었어..(어이없다는듯 작게 웃으며)그런데 그런데 걔가... 날 닮아가더라."
- 도스토예프스키 : 그 자신이야 말로 "지하생활자"였던, '습기를 머금은 마른 땅'같은 사람. 그가 구원을 받고자 한 만큼 세상에 구원이 내리기를 기도한 수도사 같다는 생각.
어두운 사람 = 정렬적이지 못하고, 무능력하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일까? ¶
- 오히려 더 큰 에너지와 끼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보다 더 큰 아픔에 발산하지 않는 거 아닐까?
- 어둠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건 밝음의 에너지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인 힘. "There is no Good, There is no Logic" 글쎄? -- winds
- 어두운 이유 중엔 어쩌면 너무 앞찔러 많은 것을 알아 버리는 탓도 있지 않을까? 적당히 부푼, 그래서 실현 가능성 없는 허황된 꿈을 꾸며 들뜨고 기뻐하다가 깨어진 꿈 앞에서 좌절하고 낙담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주기(Cycle)를 냉소하는 것도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들이 무기력해 보이고 아무런 의욕도 품지 못했던 건, 인간이 완전하지 못한 만큼 세상도 완전하게 주어지지 못할 것을 짐작하고 일찌감치 어둠에 몸을 맡겨버린 창백한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