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아니라표기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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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대의 문자 문화에 둘러싸여 살기 때문에 쉽사리 깨닫기 힘들 수도 있지만, 언어는 표기체계 없이도 혼자 설 수 있다. 사실 문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그리고 언어의 역사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언어와 문자의 관계는 다대 다 대응을 이룬다. 한 언어가 둘 이상의 표기 체계를 가질 수 있으며, 또한 한 표기 체계가 여러 언어를 나타내는 그릇으로 쓰일 수 있다. 이를테면 알파벳은 수많은 다른 종류의 언어를 표기하는 데에 쓰일 수 있고, 몽골어는 키릴문자와 파스파문자 두 가지로 쓰여질 수 있다.

누가 구체적인 예를 추가해 주십시오. --Swefn

현재의 표기체계는 선형문자(알파벳이나 한글처럼 일직선으로 쓰는)와 비선형문자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선형문자는 세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Linguistic unit(단위)Type of orthography
Word or morphemeLogographic characters
SyllableSyllabary
PhonemeAlphabet
입니다. Logographic characters는 중국어의 한자와 같이 한 문자가 여러 음으로 발음되어 지는 거고요, Syllabary는 일본어의 카나같이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음에 대응합니다. Alphabet은 당연히 유럽어의 알파벳체계나 한국어와 같이 음소를 단위로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언어입니다.

알파벳 체계가 소리나는 대로 쓰는데 가장 좋은 체계입니다만, 표기체계 자체도 쓰는 사람들의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함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언어학자들이 통일된 알파벳 체계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그것이 국제음성문자(IPA)입니다. 문화적 이유와 함께 경제적 이유(가장 큰..)때문에 세계적으로 통일된 문자체계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를 다른 문자체계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알파벳으로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슨 대학에서 규정을 해놓은 것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Wonggui
그럼 비선형 문자에는 무엇이 있나요? --얀종이

마야문자가 있습니다. - CafeNoir



언급한 대로 현대에서 언어를 문자로부터 떼어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한글'이라는 낱말의 용례가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한국어와한글의 관계는 로마자 표기법을 잠시 잊도록 한다면 일대 일의 관계이고, 그러다 보니 '한글'이라는 표현을 '한국어'를 가리키기 위해 쓰는 용법은 (눈쌀을 찌뿌리는 수주의자들의 언어순화운동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후반 이후의 한국어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고, 언어와 표기의 상호작용에 대한 어학적 토론이라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문맥을 통해 오해없이 그 의미를 전달한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한문도 어느정도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에 쓰일 수 있습니다. 알파벳은 어떨까요. 한국말이라고 쓰나 Hangukmal이라고 쓰나 표기체계의 차이일 뿐 한국어는 한국어가 아닐까요.
한국어와한글의 구분 문제는 수주의자들만의 주장도 아니고, 언어순화운동수주의자만의 운동도 아니며, 언어순화운동이 대다수의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는'행동인 것도 아닙니다. 언어순화운동페이지에도 언급되어 있듯, 당연하게도 언어순화운동 역시 언어생활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어와한글에서도 언급했듯, 한글과 한국어는 일대일 대응을 이루지 않습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Korean Language 는 어디까지나 ROK와 PRK의 공용어지요. 잘 아시는 일본의 모 공영방송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방송을 기획했을때, '한국어 강좌'와 '조선어 강좌' 사이에서 한참을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한글 강좌' 였고, 일본인 중 '한글'을 '대한민국(남한)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의 공용어 (Korean Language)'란 의미로 사용하고, 한글에 관해서는 '한글문자'라고 표현하는 사람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원인에 의한 명백한 오용이며, '한글'의 의미가 '문자'에서 '언어'로 확장이 아닌 변용된 사례라 하겠습니다. --ChatMate

언어와 문자가 다대 다 대응을 이룬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실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언어와 문자는 일대일 대응을 이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몽골어는 러시아로부터 도입된 키릴문자와 전통의 파스파문자로 쓰일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키릴문자 뿐이며, 터키어는 오랫동안 아랍 문자로 기록되었지만 현재는 로마 문자를 사용한다. 한 언어의 글로 기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 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문자가 하나 이상인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CafeNoir

한 언어의 표기체계에 여러가지 문자가 공존, 또는 병행하는 경우, 중요한 점은 문자가 해당언어의 구조에 적합하게 합리적으로 기능하는가 하는 문제보다는 정치적 또는 종교적 원인이 더 큰 것으로 생각되네요. 많은 구소련소속의 공화국들의 언어들의 표기에 사용되던 끼릴문자가 라틴문자로 바뀌어가는 추세에 있는건 끼릴문자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치적의도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한 세르보크로아티아어란 동일언어의 방언으로 간주되었던 언어가 각각 라틴문자의 크로아티아어와 끼릴문자의 세르비아어로 분리된 것도 정치적 대립에 더해 종교적(카톨릭VS세르비아정교)대립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랍문자를 사용하는 아랍어이외의 많은 언어들의 경우도 종교가 영향을 미친 경우이고요. -- 행인1 2005-10-26

일본의 언어학자 西田龍雄(니시다 류오)란 사람이 쓴 講座言語 第5巻 문자편의 한글항목을 보면 한글이 "볼리비아에서 현지언어를 표기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 같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만일 이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글은 더이상 한국어(조선어)전용문자가 아니게 되겠지요. 일본의 가나문자는 아이누어표기및 류큐어(오키나와어)표기에 확실히 쓰이고 있기 때문에(정식 정서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진 않지만) 이 또한 일대다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어도 옛날에 한자로 표기된적이 있으니(향찰,이두)한글-한국어의 관계도 다대다대응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 행인1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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