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적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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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대학에서 과학기술사를 강의하는 홍성욱씨의 "잡종"에 관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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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뛰어넘어 연관을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이러한 주체들의 유연한 네트워크, 그 위에 중첩돼 있는 이론과 실천의 연대, 그리고 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주는 기술적인 결합. 이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잡종적' 지식인의 필요조건이며,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이다. --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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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잡다한지식"을 잡종적지식과 동일선상에 놓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순한 정보 쪼가리의 집합은, "수집에 든 노력"을 치하할 망정 그 지식의 폭이나 다양함에 감탄할 만한 것은 아니다. 사전의 모든 단어를 눈감고 A부터 Z까지 단박에 줄줄 읊을 수 있는 사람 -- XX 기억법 등에서 이런 기술을 가르친다 -- 을 보고, "대단하다, 욕 봤다"는 말은 해줄 수 있겠지만, 그 단어들을 꿰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제대로된 영어 문장 하나 생성해 내지 못한다면 어떻겠는가. 물론, 잡종적지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중간 과정으로서 "잡다한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별개의 지식들을 하나의 큰 시스템 속에서, 동일 의미론 속에서, 자신의 몸 중심으로 엮어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철학자 피타고라스를 알면서, 이 양자를 어떤 일관된 의미맥락 속에서 나름대로 엮어 내지 못하면 "백과사전적 지식"이라는 천박한 찬사만 얻을 뿐이다.

잡다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 체계 하에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뒤섞인 개별의 단순 모음"을 말한다. 이런 "잡다한 지식" 자체는 현대에 와서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 옛날에는 지식 저장고가 인간의 뇌 외엔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뇌에 잡다한 지식을 넣고 다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잡다한 지식을 갖춘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하진 않는다(어떤 중간 과정으로서는 인정할지 몰라도). 이미 우린 그러기엔 너무도 많은 외장형 뇌로 중무장 되어있다. 현대에 요구되는 제너럴리스트는 잡다한 지식보다, 잡다한 지식의 저장고에 접근해서 적절히 탐색해 내고 이를 빨리 이해,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그러한 지식들간의 관계와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일차적 정보를 갖고있느냐보다 일차적 정보에 대한 메타적 정보와 이에 대한 메타-메타적 정보가 요구되는 것이다.

나는 잡종적지식을 갖춘 사람과 제너럴리스트를 꼭 동항에 놓지는 않는다. 잡종적지식은 우선 두가지 이상의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것을 서로 교배시켜서 새로운 잡종 새끼를 낳아야만 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어떻게 보면, 잡종적지식이란 태도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양질의, 다량의 잡종적지식을 갖췄느냐를 떠나서 잡종적지식의 태도를 갖췄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학문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ies)를 학제적 연구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잡종지식은 잡다한 지식은 아니라는 의미에도 동의를 하고 있으나 학문간의 벽을 허무는 학제적 연구나 지식을 말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도 학제라는 말에는 웬지 왜색냄새가 나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써온 것으로보아 이제 보편적으로 받아들어져도 괜찮치 않나 생각합니다.토론토 교수인 홍성욱님은 미국식이어서 이러한 번역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표현이라면 위키즌만의 언어로 다른 언어를 개념화하면 오히려 학제적 지식은 위키위키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분도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초보자의 눈으로 위키를 바라보면 의외로 위키즌만이 쓰는 언어가 꽤 많아보입니다.
학제적이라는 말과 잡종이라는 말에는 어더한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식기반경제화를 맞이하여 기존의 지식을 재결합(recombination)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학제적 지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제적 지식은 기업특수적 지식뿐만 아니라 일반적 지식도 함께 재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주게 됩니다.--howlog

개인적으로 박학다식하다는 말은 "백과사전식 지식"같은 느낌이 들어서 듣기가 거북하더군요. 박학박식이라면 리테니커가 저보다 월등하겠지요. 다만, 위에서 정의한 잡종적지식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학문에 대한 권태로움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법은 교류(크로스오버)와 재발견(리뉴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잡종적지식의 경우에는 교류라고 볼 수가 있네요.--자하

왠지 잡다한 지식이 잡종적 지식에 비해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한마디 덧붙이자면 잡다한 지식은 잡종적 지식의 단순한 전단계만은 아닙니다. 잡다한 지식, 백과사전적 지식이 없다면 잡종적 지식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넷이 더해지면 잡다한 지식이 단순한 잡다한 지식으로 끝나지 않게 됩니다. 몇몇 이들이 구축한 집약적 잡다한 지식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료를 찾기위한 노력을 많이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집에 든 노력"은 개인적 작업 차원에서 모두를 위한 작업이 되버리는 것이지요. 그 여분의 노력은 잡종적 지식을 얻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브리태니커만큼의 지식을 머릿속에 단순하게 쌓을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잡종적 지식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잡종적 지식을 추구하면서 잡다한 지식을 기피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요. 저는 박학다식하다는 말이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네럴리스트라는 말을요. :)

잡다한 지식의 긍정적인 예를들면 근현대의 창조자중 하나라고 할 수있는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 그리고 InterWiki에서 참조하는 수많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들이 있겠군요. --거북이
사람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것(지식)과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 있는 것(정보)들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백과사전의 가치나 효용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백과사전을 머리 속에 담고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김창준
거북이김창준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셔서 제가 몇가 긁적인 것이 의미가 있었군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 저는 그저 잡다한 지식이 무시당하지 않기를 원했던 것 뿐입니다.
저는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 있는 것들이 구축, 집적되는 과정 자체가 잡종적 지식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백과사전을 담고있을 필요는 없지만 잡종적 지식인이 되기위해 백과사전식 백그라운드는 반드시 필요하겠죠. 이런것을 필요조건이라고 하나요? 아 헷갈려.

잡종적지식이라는 것을 육지끼리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쪽의 지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나들 수 있는 사람만이 다리를 놓을 수 있죠. 한쪽의 지형, 그리고 다른쪽의 지형, 그 사이의 거리와 관계, 이 세가지의 요소 중 어느 하나도 불가결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모든 방면에서 지극히 미묘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고, 실제로 생물정보학 같은 방면의 전문가들은, 그 base 가 컴퓨터이건, 생물학이건, 어느 한쪽도 전문적이지 못한 부분이 없습니다. 이에 비해서 "잡다한 지식"은 일종의 지도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도도 물론 반드시 필요하고,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지도를 보고 다리를 놓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겁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죠. 책상 위에서 생각해보고, 그걸 실행하는 것. --지상은

쉬운 말로 한다면 깨달은 지식(득도)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잡다한 지식의 필요성은 필요조건은 아닐거구요.

김창준님의 말씀에 동의 합니다. 역시 개개의 지식을 유연하게(잡종적으로) 조합, 구성하여 결과를 도출 해 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잡종적 지식과 잡다한 지식의 구분은 조금 극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잡다한 지식인의 카테고리 내에 잡종적 지식인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꼭 잡다한 지식인이라고 잡종적 결과물을 도출 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닐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봅니다.

옛날에는 지식의 저장고가 뇌 밖에 없었고 현재는 너무도 많은 외장형 뇌가 있다는 말씀도 조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도 확실히 외장형 뇌의 역할을 하는 매체가 있었다고 봅니다.(예를 들어 책과 같은)
문맥상 이부분은 '원시적인 정보 기록 매체에 의존해 어느정도 제한적인 용량을 가진 뇌에 지식을 저장, 검색하여 결과를 도출했던 예전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대량의 정보를 현대적인 정보 기록 매체에서 간편하게 검색, 전달 받아 결론을 도출 할 수 있는 현대' 정도의 의미를 가졌었으면
더욱 매끄러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속에 백과사전처럼 많은 지식만을 가지고 있고 그 지식들간의 연관성을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잡다한 지식이 될 뿐, 어느 한 가지만을 깊이 아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마치 정반합의 원리처럼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지식간의 교류로 새로운 결과를 낸다면 그것이 바로 잡종적 지식이 아닌가 합니다만.... -- 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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