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선택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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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선택은 일종의 "문제 설정"(What the hell is the problem?) 과정을 암시한다 -- 질문을 잘못하면 바른 대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A라는 주제를 배타적으로 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결여를 필연코 수반하며, 이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 때때로 비판이라기 보다는 제안이라고 말하기에 더 알맞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이런 종류의 비판은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없이 가해지며, 따라서 설득력이 부족하고 타당하지 않은 것이 많다.


하지만

그런 소모적인 비판에서도 우리는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우선, 주제라는 것과 주장이라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주제를 연구의 영역(domain),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장의 주어(subject)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해 보자. "게임을 통한 언어교육"이라는 것(대부분의 경우 이 주제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게임을 통한 언어교육이 어떠어떠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라는 주장을 (가설검증 등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일반적으로 말해, a1, a2, a3, ... an의 다양한 주장을 모두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이 때 우리는 주장 a1, a2, a3, ...에서 주제 S가 모두 주어 역할을 하도록 변형할 수 있다.

여기서 "게임을 통한 언어교육"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가능한 결론(혹은 주장)으로서의 명제 집합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즉, S is p (S는 정해진 주제, p는 임의의 술어)라는 명제 집합을 배타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주제 선택에서 이미 자신이 말할 것을 어느 정도 선택하고 있는 셈이 된다. (여기서 학문적 연구는 이런 식의 논리 장난에 끼어맞춰지지 않는다는 반론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근대 서구의 학문이라는 것은 모두 명제와 논리, 논증을 토대로 삼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p이거나 not p이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명제를 종종 발견한다. 이 경우, "Is it p or not p?" 라는 질문 자체가 별 현실적 의미나 유용성이 없는 것이다 -- 혹은 TheQuestionIsWrong처럼 p자체가 모순을 내포해서 질문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혹은 S is p에서 S자체, 즉 주제 자체가 (e.g. "게임을 통한 언어교육"의 개념 혹은 어떠한 oxymoron이라도) 일종의 모순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see also Russell's Description Theory)

"현재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주제에 대한 어떤 명제도 그 타당성을 따질 의미가 없다. "현재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주제 자체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현재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주제에 대해 쓰지만 어떤 간접적이고 허구적인 구성을 통해, 충분히 정치적, 페미니즘적, 사회적 효용을 찾을 수 있는 논문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경우 해당 논문이 내세우는 주장의 주제는 그 논문의 축어적 표현을 따른 "현재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아니고 , 의미론적인 시각에서 "한국의 대통령"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이다)

특히나 논문을 쓰는 행위 자체가, 현실에서의 어떤 적용/효과에 대한 기대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것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 진다. S를 주제로 택했다는 것 자체가 S에 대해 말해질 수 있는 모든 것의 현실적 테두리를 선택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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