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공부의 가이드라인
서양철학사 ¶
- 프레드릭 코플스턴의 History of Philosophy 9 vols. (최근에는 국내 서점에 paperbacks로 깔려있다.)
정평이 나있는 책이지만, 다른 많은 철학사들처럼 낡은 감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중세 철학 부분과 근세 대륙철학(볼프-칸트) 부분에서는 탁월하다. 부분적으로 번역이 나와있는데, 현재까지는 "그리스 로마철학사", "중세철학사", "영국경험론", "칸트" 등이 번역되어있다.
-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 /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앞의 두 책은 모두 널리 읽힌 책들이지만, 정말 오래된 책들이어서 (모든 철학사 책이 대체로 그렇지만) 열심히 읽기에는 조금 아깝다.
- 칼 스텀프의 서양철학사
번역도 엉망이고 내용도 부실한 대표적인 철학사 책이다. 피하기를 권한다.
- BertrandRussell의 서양의 지혜.
많은 도해와 그림이 포함된 거대한 책. zephid가 현재 열심히 읽고 있는 책.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지만, 철학자들의 사상보다는 러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칸트나 헤겔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러셀이 왜 그들을 싫어하는가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 <<이런 걸 네타바레라고 한답니다. >.< --zephid
- 오트프리트 회페 편, 철학의 거장들 1,2,3,4(한길사)
조금 어렵다는 평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이 각기 해당 철학자를 비판적으로 개괄하는 논문을 써서 만든 '편집된' 철학사이다. 초심자용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참고용으로 유용할 수 있을 듯.
- 소비에트 과학 아카데미 철학 연구소 편, 세계철학사 전10권 (중원)
맑스주의 시각으로 정리한 철학사. 이것만 보면 바보가 될 수 있으나 코플스턴이나 램프레히트나 힐쉬베르거만 봐도 역시 바보가 될 수 있다. 철학의 역사는 학파, 사조 간의 대립과 논쟁의 역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양쪽 입장을 다 알아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10권을 다 볼 필요는 없고 중요한 부분은 1-3권에 몰려있다. 맑스주의를 왕창 다룬 것 외에 그야말로 '전세계의 철학'을 얼추라도 다 다룬 것, 근현대 철학의 비중이 높은 것 등이 특징이다.
- 그리스 철학사 : 거드리, 희랍철학입문 / 프리도 릭켄, 그리스철학사 / 앤써니 롱, 헬레니즘 철학
가장 권하고 싶은 그리스 철학사는 거드리의 것이다. 이 책은 철학 입문서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이 책은 아주 간략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가 생략되어 있어서 앤써니 롱의 모범적인 철학사책인 헬레니즘 철학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이 두 시기를 모두 포괄하면서 '학습용'으로 단락별 정리가 잘 되어있는 "교과서같은" 책이 릭켄의 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는 그리스 철학사 책은 거드리가 쓴 6권짜리 그리스 철학사이다. 철학계에서는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 그리스 철학사 보충 커리 : (1) 소크라테스 이전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철학(교보문고)가 유일하다. 영어로는 Kirk, Raven & Schofield의 책이 가장 널리 읽힌다. (2) 플라톤에 대해서는 필드, 플라톤의 철학(서광사)가 무난하다. 국가/정체가 주저이지만, 화이트헤드가 격찬하고 탐독한 티마이오스도 읽을만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블라스토스의 해설서가 번역되어있다. (3)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해설서로는 아크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서광사)이 영미에서도 널리 읽히는 좋은 책. 오르가논이라고 불리우는 수사학/논리학/언어철학 관련 서적들이 몇 권 번역되어 있고 최근 영혼에 관하여도 번역되었지만, 아무래도 널리 읽히는 책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4) MIT 고전 라이브러리나 페르세우스 프로젝트에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저작들의 고전적 번역을 제공하고 있다. (5) 과학사가 G.E.R. 로이드의 그리스 과학 사상사(지성의샘)도 찾아서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다만 "탈레스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까지"만 번역되어 있고, 그 후편인 "아리스토텔레스 이후"가 번역이 되어있지는 않다.
- 중세 철학사 : 대가인 에띠엔느 질송과 코플스턴의 책이 있지만, 아무래도 양이 부담스럽다. 코플스턴의 책에 기반을 두고 부족한 이슬람 사상쪽을 보충한 와인버그의 중세철학사가 나을지 모르지만, 중세 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 근세 철학사(데까르뜨 ~ 칸트 이전) : 이 시기만 다룬 것으로, 한국어로 된 책 중에는 한국 근세철학회가 최근 공저한 서양 근세 철학이 거의 유일하다(다른 책들이 있지만, 내용상 상당히 부실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더 찾아볼 참고문헌이 거의 소개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인데,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큰 지장이 되지는 않는다. (1) 각 철학자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서광사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평전 시리즈를 참고하라. 적어도 데까르뜨, 라이프니쯔, 스피노자에 한해서는 영미권의 수준급 학자들이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유럽, 특히 프랑스의 연구는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 독일 관념론(칸트 ~ 헤겔) : 고전적인 저작으로 크로너의 저작이 쪼개져서 번역되어있고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책이 전반부만 번역되어있다. 최신의 연구 성과를 평이하게 소개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각 철학자들의 주요 문제의식만 다룬 논문 모음집으로 독일 근대 철학(서광사)이 있다. (1) 칸트에 대해서는 오트프리트 회페의 임마누엘 칸트(문예)가 가장 균형잡힌 최신의 책이다. (2) 헤겔에 대해서는 찰스 테일러의 헤겔 철학과 현대의 위기(서광사)이 현재로서는 가장 추천할만하다. Khakii도 읽어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헤겔 철학이 현대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철학책치곤 꽤 재미있게 읽었다 싶었는데 괜찮은 책이었군요. 이 책을 통해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인륜성(Sittlichkeit)'의 개념이 사회 철학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 헤겔 이후의 철학사 : 어떻게 지도를 그리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구도의 책읽기가 가능할 수 있다. 아래는 특정한 시각에 따른 잠정적인 구도일 뿐이다.
- 니체 : 니체 해석으로 가장 고전적인 것이 야스퍼스와 하이데거이다. 야스퍼스의 책은 까치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고, 하이데거의 니체 강의 중 일부가 박찬국에 의해서 번역되어있다. 현대적인 니체 해석의 실마리는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민음)이지만, 처음 읽기에 쉽지는 않다. 네하마스의 니체, 문학으로서의 삶(책세상)이 니체에 대한 공감적 독서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다. 한국의 저자들이 쓴 니체 철학 100년(민음)은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원전 독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권력에의 의지"보다는 "서광"이나 "즐거운 지식"과 같은 중기의 잠언집으로부터 출발하거나 후기의 짧은 팜플렛에서 출발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현상학/해석학 : (1) 스피겔버그의 현상학적 운동 1,2(이론과실천)이 현상학의 역사에 대한 개괄을 제공해준다. (훗설의 철학은 여전히 50000페이지나 되는 수고-훗설 아르히브-의 정리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른바 '후기 훗설'까지 포괄하는 충실한 해설서를 찾기는 힘들다. 예전까지 많이 보던 책으로는 베르너 마르크스의 현상학이 있다.) (2) 하이데거는 훗설의 제자이지만, 슐라이어마흐-딜타이-하이데거-가다머로 이어지는 이른바 '해석학적 전통' 속에서도 다루어진다. "해석학"에 대한 개론서를 읽기 보다는 차라리 하이데거나 가다머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하다. 이수정/박찬국의 하이데거(서울대출판부)는 초보자들도 읽을 수 있는 평이한 해설을 제공하고, 조지아 원키의 가다머(민음)는 가다머에 대한 거의 유일한 한국어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프랑스 현상학의 계보에서 메를로 뽕띠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아직까지 충실하게 그를 소개한 책은 찾아보지 못했다(지성의샘에서 출판된 메를로 뽕띠는 원저의 반만 번역한 책이다). (4) 훗설과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현대 독일 철학의 개관을 위해서는 뤼디거 부브너의 현대 독일 철학(문예; 같은 책이 고려원에서 철학이란 무엇인가로 번역)을 참조.
- 영미 분석철학 : 방대하지만 뮤니츠의 현대 분석 철학이 가장 상세하다. (1) 초창기 논리실증주의의 정신을 알기 위해서라면 라이헨바하의 새로운 철학이 열리다(새길)을 볼 것. (2) 러셀에 대해서라면 A.C. 그렐링의 러셀(시공사)를 추천. 그의 철학의 문제들(서광사)나 수리철학의 기초(연세대)도 함께 읽을만하다. (3)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해설서는 찾기 힘들다. Pears의 비트겐슈타인(시공사) 정도가 있으나, 차라리 그의 책들을 직접 읽어볼 것을 권한다. (4) 심리철학으로 전환하기 전의 분석철학의 주된 쟁점인 언어/논리철학을 개관하기 위해서는 A.C. 그렐링의 철학적 논리학 입문(자유사상사; 절판)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5) 최근의 경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존 설의 정신, 언어, 사회(해냄)가 좋은 철학 입문서가 될 수 있다.
- 현대 프랑스 철학 : 좋은 개설서가 없다. 벵상 데꽁브의 동일자와 타자는 영미권에서 널리 읽혔지만, 번역에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개별적인 저자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오늘의 프랑스 철학사상(크리스티앙 데캉, 김화영 옮김) 은 어떨까요?
동양철학사 ¶
- 펑요우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
시대별로 정리된 중국철학사의 고전. 저자 자신에 의해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졌다.
- 노사광(勞思光)의 중국철학사 4 vols. (탐구당)
풍우란과 호적의 철학사를 비판한 노사광의 역저. 훨씬 더 엄밀한 '철학적' 체계와 독해. 저자의 칸트주의적 경향은 특히 성리학의 이론체계를 분석할 때 가장 잘 드러난다.
- 후외로(侯外盧)의 중국철학사 전3권 (일월서각)
중국대륙, 즉 사회주의 중국에서 펴낸 중국철학사. 당연히 위의 두 책과 대립되는 기본입장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 역시 '양쪽'의 입장을 다 알아두기 위해 함께 참고해야 할 책이다. 같은 철학자를 두고 후대의 철학자들이 얼마나 다르게 평하고 있는지, 그런 사정이 서양철학만이 아니라 동양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인지를 깨닫는 것에서부터 '나의 철학'이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 금곡치(金谷治)의 중국사상사
각 사상별로 정리되어 있고, 역시 고전적 권위를 지니고 있으나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다.
- 라다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 4 vols. (한길사)
인도 철학사의 고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쓴 인도 철학사에 만족할 수 없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철학사. 저자의 입장은 후기 베다에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다. 어느 정도 그런 저자의 시각이 반영되고 있으나 가장 충실한 인도 철학사 책. 한 권 짜리를 원한다면 길희성의 인도철학사(민음사)를 참고하라.
- 칼루파하나의 불교철학사(시공사)
불교 철학사의 정전. 후대의 '절대주의적' 발전에 대해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있으며, 영미권에서 활동하는 저자의 입장을 반영하듯 '보다 더 보편적인' 어휘로 번역된 불교 철학의 해석을 볼 수 있다(그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철학사 ¶
- 한국 철학사상 연구회, 강좌 한국철학 (예문서원)
한국철학이란 게 따로 있나?는 질문은 한국철학사 관련서적들을 읽은 후에 해도 늦지 않겠고, 우선은 한국철학(사)를 다룬 몇 가지 책을 소개한다. 소장 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 철학사상 연구회에서 공저로 내놓은 1권짜리 책이다. 95년작. 가장 추천할 만할 듯.
- 한국철학회, 한국철학사 전3권 (동명사)
이곳은 대조적으로 노장 철학자들의 모임이 되겠다. '전통적인 입장과 방법'에 충실한 저술이다. 몇년 전만 해도 한국철학사 책은 거의 이것밖에 없었다.
- 한국철학사 연구회, 한국철학사상사 (한울)
97년 것이니 시기적으로는 가장 최신성과물이다. 역시 전공자들의 공저로 되어있다.
- 과학원 력사연구소, 조선철학사 연구 (광주)
북한에서 내놓은 조선철학사 上(61년 2판)에 약간의 부록을 덧붙여 내놓은 것. 상권이 실학까지를 다루고 있으므로 하권의 내용은 대강 추측이 되실 것이다. 한국철학사에 대한 그간 북한학자들의 입장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이다.
- 현상윤, 조선유학사 (현음사)
03년에 새로 나왔음. 제목 그대로 조선 유학의 역사를 정리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