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파리 잡는 법을 배웠다. 앉아있는 파리를 옆으로 낚아채어야 하는데 파리는 재빠르기 때문에 날아오를 타이밍을 계산해서 손바닥을 약간 더 띄우고 잡아야 한다.
지겨웠던 고3. 공부가 하기 싫을 때면 파리를 잡아서 날개를 떼고 발바닥에 붙어있는 빨판을 칼로 제거한 후 상자에 넣어두었다. 빨판을 자르면 기어오를 수 없기 때문에 상자 뚜껑을 열어두어도 괜찮았다.
과자 부스러기와 물을 묻힌 헝겊을 놓아두면 꽤 오래 살았다. 가끔 등껍질이 갈라지면서 애벌레가 튀어나오는 개체도 있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나는 파리들에게 색색별로 유성잉크를 칠해서 구분할 수 있게 한 다음에 유럽 역사상 유명한 왕이나 장군들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루이, 알렉산더, 아더... 그리고 새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으면 루이 2세, 루이 3세 등등등.. 이름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