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감상적인일본야구의 한 장("가짜 르나르의 야구 박물지")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한 소설가가 어느날 10페이지밖에 안되는 자신의 소설이 르나르의 "박물지"를 159군데나 모방했다는 독자의 편지를 받는데, 자신의 작품과 르나르의 작품을 비교해보다가 둘이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다음은 그 소설가와 그 소설가의 '그녀' 사이의 대화.
"어릴 적에 읽은 <박물지>의 기억이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떠오른 것이 아닐까?"
"말은 좋군요. 어제 본 영화 줄거리도 기억못하면서."
"그렇다면, 내 내부에 감추어져있던 르나르적 기질이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 겨우 꽃핀 것임에 틀림없어."
"그것도 아닐 걸요. 왜냐하면 르나르의 <홍당무>는 당신 소설보다 백만 배나 재미있거든요."
아아, 하지만 도대체, 그 누가 <홍당무>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으랴!
"말은 좋군요. 어제 본 영화 줄거리도 기억못하면서."
"그렇다면, 내 내부에 감추어져있던 르나르적 기질이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 겨우 꽃핀 것임에 틀림없어."
"그것도 아닐 걸요. 왜냐하면 르나르의 <홍당무>는 당신 소설보다 백만 배나 재미있거든요."
아아, 하지만 도대체, 그 누가 <홍당무>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으랴!
홍당무의 한 장면
{{|게으름장이 형 펠릭스가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기지개를 켜며 홀가분한 듯이 숨을 내쉬고 있다.
"너는 뭘 좋아하지?"하고 르삑 씨가 묻는다. "너의 일생을 정해야할 나이다. 뭘 할 작정이냐?"
"뭐라고요? 또 뭔가 해야 합니까?"|}}
기지개를 켜며 홀가분한 듯이 숨을 내쉬고 있다.
"너는 뭘 좋아하지?"하고 르삑 씨가 묻는다. "너의 일생을 정해야할 나이다. 뭘 할 작정이냐?"
"뭐라고요? 또 뭔가 해야 합니까?"|}}
유머를 아는 작가입니다. 일기나 잡필류에 맛들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사람의 일기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 특유의 평범한 듯하면서 꼬집는 문체라니. kuro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