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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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이트의 "히스테리연구"(열린책들- 프로이트 전집을 텍스트로 삼았음)
  • 브로이어의 논문 "이론적고찰"과 사례들은 제외하였음.

히스테리란 무엇인가?

히스테리란, 마비, 경련, 몽중보행, 환각, 감각 및 기억 상실, 언어장애 등 외견상 신경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할 법한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신경계는 물리적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이상한 질병에 붙여진 이름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이 장애가 여성에게만 나타나며, 자궁이 온몸을 휘젓고 돌아다녀서 일어나는 병으로 생각했는데 19세기 후반까지도 히스테리는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병으로 치부되었다. 당시 히스테리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았다.

ⅰ) 히스테리는 여성 성기의 이상에서 일어나는 병으로 난소에 압력을 가하거나 난소를 냉각시키거나 클리토리스에 외과적 수술을 가하여 치료할 수 있다.

ⅱ) 히스테리는 상상의 산물이며 여성의 연기(꾀병)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사르꼬는, 히스테리가 여성에게만 국한된 증상이 아닌 일종의 신경증이라는 것을 주장하였으며, 프로이트와 브로이어는 자신들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히스테리가 과거의 억압된 기억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1895년 출판된 『히스테리 연구』에서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증상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기억을 뚜렷하게 상기시켜 그에 얽혀 있는 감정들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면, 그리고 환자가 가능한 한 상세하게 사건을 묘사하고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면, 그 증상은 즉각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러한 히스테리의 치료요법을 카타르시스(Katharsis) 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임상적 실험의 성공을 바탕으로 역으로 히스테리 발생의 심리기전에 대한 이론을 체계화하게 되었다.

참고) 현대 이상심리학은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로 분류한다. (DSM-IV 기준)

히스테리의 심리기전

프로이트는 카타르시스 요법에서 수행되는 환자의 회상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반대로 말하면, 히스테리 증상을 유발한 심리적 외상의 기억에 연결된 감정이 소산되고 나면 히스테리성 신체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로이트와 브로이어는 과거의 소산되지 못한 감정의 잔유 에너지가 신체로 전환(conversion)됨으로써 히스테리 증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정상인의 경우 외상은 다음과 같은 방법에 의해 극복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외상적 기억에 수반되는 감정에 대하여 격렬히 반응함으로써, 즉 감정의 소산이 충분히 이루어짐으로 인해 심리적 외상은 극복될 수 있다. 또는, 외상에 대한 기억이 다른 기억 또는 관념들과의 연합을 통해 이해됨으로써, 심리적 외상에 과도하게 부여되었던 감정이나 불안은 수정,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히스테리 환자들의 경우, 감정은 소산되지 못한 채 여전히 강한 작용력을 지니고 있으며, 외상적 기억에 관련된 관념은 의식에 의해 억압됨으로써 다른 의식적 관념들과 연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아주 오래된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히스테리 환자는 외상적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와 똑같은 생생함과 충격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환자의 의식은 외상적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히스테리 환자는 과거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키지 못하며, 거기에 수반되는 감정을 소산시키지 못하는 것인가? 「예비적 보고서」에서,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ⅰ) 외상의 내용상, 환자가 그것을 억압하려 한 경우

ⅱ) 외상을 경험할 당시 환자가 일종의 최면상태나 극한 정서상태에 놓여있었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건, 당시의 즉각적 반응에 의해 극복되지 못한 외상은 이후 연상에 의해서도 해결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조건의 경우, 환자는 그 고통스런 경험을 가능한 연상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연상할 수가 없다. 두 번째 조건의 경우엔, 외상적 경험이 정상적인 의식 상태와 유리되어 있기 때문에 연상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브로이어와 초기의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발생의 두 가지 근본 조건에 따라, 히스테리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ⅰ) 방어 히스테리

ⅱ) 유최면 히스테리

<방어 히스테리>는, 외상적 사건의 충격이 너무 큰 경우, 또는 사회적인 상황으로 인해 정상적인 반응을 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 사건의 기억을 구성하는 관념을 의식 밖으로 밀어냄으로 인해 유발되는 히스테리 증상이다. 환자는 의식에 존재하는 관념들의 연합과 모순되는, 외상적 관념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의도적으로 억압한다. 억압된 관념은 약한 기억의 잔재로서 의식 속에 존속하게 되며, 그 관념에서 분리된 감정은 신체의 신경 지배에 사용됨으로써 히스테리성 신체장애를 유발한다.

이후 임상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는 이 억압(또는 방어)의 힘이 정신분석적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치료자에게 보이는 저항과 동일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환자들은 병인이 되는 관념을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에(즉, 그것을 기억하는 것에) 무의식적인 심리적 저항을 드러내는 것이다. 「히스테리의 심리치료」에서, 프로이트는 환자의 '저항'에서 보이는 이 '억압'의 힘을 히스테리의 근저에 놓인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인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유최면 히스테리>는, 브로이어가 중요시한 히스테리 발생 메커니즘 이론으로서 그의 환자 안나 O. 의 병례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환자가 병인이 되는 사건을 겪었던 당시 환자의 정신 상태가 정상적 의식 상태가 아닌 유최면 상태에 있음으로 인해, 처음부터 그 기억이 환자의 의식적인 자아 밖에 존재하게 되어 그것이 병인이 되는 경우이다.

유최면 상태(Hypnoide)란, 히스테리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의식과 단절되어 보이는 의식 상태-즉, 의식 분열을 동반한 비정상적인 의식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유최면 상태의 상이한 구체적인 사례들 사이, 그리고 유최면 상태와 최면 상태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러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심상들은 그 자체로는 매우 강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식 내용과의 연상적 연결이 끊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최면 상태들 사이에는 연상이 가능하며 그로 인해 거기서 생성된 관념적 내용이 일정한 심리적 체계를 이룰 수 있다.(「예비적 보고서」3절 )

따라서 유최면 히스테리의 경우엔 환자 스스로 기억을 억압하여 의식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애초에 자아 밖에 있었으므로. 실제 안나 O. 의 사례에서도 그녀는 브로이어의 카타르시스 법 치료 도중 심리적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심리기전의 이러한 구분에 회의를 보이고 있다. 「히스테리의 심리 치료」에서 그는, 자신이 순수한 유최면 히스테리로 볼 수 있는 어떤 사례도 경험하지 못했음을 언급하며 실제로 유최면 히스테리와 방어 히스테리는 "방어"라는 동일한 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 상이한 메커니즘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유 히스테리>가 있다. 이는 엘리자베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히스테리 유형이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모든 주의를 한군데 집중시킴으로 인해, 전반적인 감각지각능력이 떨어지고 감정의 발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렇게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있던 감정이 히스테리의 유발원이 되는 것이다. 환자가 과거 타인의 병을 간호하는데 온 정신을 기울여 미처 슬퍼할 여유도 없었다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이러한 경우는 <방어 히스테리>와는 다음의 점에서 조금 다르다. 방어 히스테리의 경우엔 억압되는 관념이 일단 처음에는 의식적 관념 체계에 존재하지만 의식에 의해 축출되어 자아 밖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보유 히스테리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관념의 억압보다는 단순한 감각 소산 불능 혹은 지연에 있는 것 같다. 또한 그것은 정상적 의식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유최면 히스테리>와도 다르다.

그런데 어째서 이 경우 감정은 소산되지 못하고(억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쌓여 있는 것인가? 그리고 해결되지 못한 감각적 인상이나 감정이 존재한다면 그것과 연관된 기억, 그리고 관념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것은 의식적 관념체계 내에 존재하여 환자가 언제라도 회상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앞서 말했듯이 감정의 소산이 이후에 이루어지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만약 저항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방어 히스테리>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무엇인가?

사실 프로이트는 <보유 히스테리> 개념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듯하며 그것의 기저에도 증상 전체를 히스테리로 몰고가는 어떠한 종류의 억압이 존재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히스테리의 심리치료

히스테리 환자들의 억압되고 고립된 관념을 의식으로 끄집어내어 그에 관련된 감정을 소산시키기 위해 프로이트와 브로이어는 최면 요법을 사용하였다. 즉, 환자에게 최면을 걸어 의식적 상태에서는 회상에 강한 저항을 보이는 사건을 회상하게 함으로써 카타르시스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최면 요법에 다음과 같은 난점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ⅰ) 히스테리 환자들 중에는 최면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ⅱ) 히스테리와 다른 신경증들을 구별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최면에 걸리지 않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에게 최면을 강요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금 색다른 전략을 택했다. 프로이트는 환자를 눕히고 생각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환자가 정상 의식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면 상태에 있는 것과 같이 반응하게 만들었다. 즉, 집중의 상태에서 회상을 끈질기게 요구받는 환자는 대개 병인이 되었던 기억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 힘입어 프로이트는 어떤 히스테리 환자들도 단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병인이 되는 관념의 의식화를 거부하며, 그러한 <저항력>이 바로 히스테리 증상 자체를 유발하는데 기여했던 힘과 동일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의식의 저항에 맞서기 위해 프로이트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자면) 거의 "우기는" 방법을 쓴다. 후일 압박법이라 명명된 이 치료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치료자는 환자를 눕혀 놓고 그의 이마에 손을 얹고는 무언가 생각이 날 것이라고 계속 주장한다. 치료자는 자신이 이마를 누르는 동안에 떠오르는 인상이나 생각을 말할 것을 환자에게 요구하는데 이때 압박은 수초 정도 지속시킨다. 이 억지스러운 방법은, 압박의 행위가 회상을 유발할 것이라는 믿음을 환자에게 심어줌으로써 잠시 환자의 <저항>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압박은 마치 순간적으로 강화된 최면과도 같다. 이는 순간적으로 환자의 의식적인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처음 떠오른 인상이나 생각이 병인이 되는 핵심 관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관념은 주로 병인 관념들과 연결된 중간고리라 할 수 있는 것들이며 그것 자체는 의식적으로 억압되지 않은 관념들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료자는 한 번의 압박을 통해 겨우 병인 관념으로 가는 길의 막연한 방향만을 얻게 될 뿐이다. 계속적인 압박법의 적용을 통해 치료자와 환자는 점점 더 병인 관념에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압박법은 일순간의 눈속임에 불과해서, 곧 환자의 자아는 방어목적을 상기하고 저항을 계속하기 마련이다. 이는 압박법을 통해 끌어낸 환자의 인상이나 기억을 환자 자신이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거나, 치료자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치부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환자는 회상된 장면을 이야기하는 과정에 있어 그 장면의 필수적인 요소를 빼먹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식의 지속적인 저항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과정에 있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치료자의 끈기와 인내인 것이다.

압박법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 전에 언급할 만한 사례가 있다. 강박관념 환자에게 압박법을 행하던 중, 프로이트는 환자의 회상이 특이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한 번의 압박 시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는데 무의미해 보이는 단어들의 연쇄로부터 그녀는 어떤 중요한 기억을 끌어낼 수가 있었다. 이러한 분석기법은 후일 유연상법으로 발전된 듯 하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두 번째 난점을 단지 분류학적인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 실제 신경증적 증상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프로이트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러한 환자의 복합적 증상 중에서 히스테리만을 따로 떼어내어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히스테리적 증상이 아닌 다른 신경증의 경우에도 앞서 밝힌 히스테리의 심리기전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카타르시스 요법으로 치료 가능한 신경증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은 환자의 복합적 신경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프로이트는 몇 가지 상이한 신경증의 특색을 설명하는데 그것을 간단히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ⅰ) 히스테리 : 심리적 요인에 의해 신체적 장애가 나타나는 병.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ⅱ) 신경쇠약 : 신체적 요인에 의해 신체적 장애가 나타나는 병. 신경계의 물리적 문제에 의함

ⅲ) 불안신경증 : 신체적 요인에 의해 심리적 장애가 나타나는 병. 신체의 긴장이 계속 축적되어 생기며 성적인 근원을 가짐. 아무런 심리기전이 작용하지는 않지만 정신 생활에 나쁜 영향을 끼침.

ⅳ) 강박관념(강박 신경증) : 심리적 요인에 의해 심리적 장애가 나타나는 병. 본인에게는 비합리적이고 통제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반복적 사고와 심상이 마음 속에 자주 떠오름.

프로이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제 신경증은 다양한 성적 요소들에 의해 유발된다. 따라서 신경증적 증세들도 그 양상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카타르시스 요법은 히스테리 증상이나 강박관념의 제거에는 효과적이나 신경쇠약에는 전혀 소용이 없으며, 불안신경증에는 간접적인 영향만을 미칠 수 있다. 복합적인 신경증에 대한 카타르시스 요법의 유효성은 그 복합신경증의 히스테리 부분이 다른 신경증의 부분에 비해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또한 히스테리 증상들이 가장 활동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에는 카타르시스 법 역시 거의 효과가 없으며 설사 카타르시스 대증 요법으로 증상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즉시 다른 증상으로 대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만성 히스테리 증상에 대한 카타르시스 치료 역시 대증 요법으로 히스테리의 병인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히스테리의 증상들을 제거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자의 신경계를 강화하고, 히스테리 발생에 대한 환자의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 현재의 증상을 제거함과 동시에 앞으로 환자의 심리적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예방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오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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