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D는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영영사전 중 하나이다. 그러나 특정 출판사나 자신이 권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이 사전을 추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전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은 요즘 한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없어서 못파는 실정인데, 미국 아마존서점에까지 한국의 여파가 미치는지 품절인 경우가 많고 듣기로는 코빌드에서 한국을 위해 새 판을 찍고 있다고도 한다. 이 사전이 이렇게까지 스타가 된 이유에는 몇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인데, 그 중 모 영어교재에서 저자가 직접적이면서 매우 배타적으로 이 사전을 추천한 것이 주요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단순히 '누군가가 추천을 해서'나 혹은 '왠지 좋아 보여서' 또는 '활자가 맘에 들어서' 등의 감상적인 혹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 이외에 좀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전문가적인 식견에서의 평가가 아직 부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서 CCED의 단점을 몇가지만 살펴보도록 한다.
1. 정의의 문제 ¶
완전한 문장내에서 단어의 의미를 정의한다는 시도는 사전학계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콜린스 사전은 이를 자신만의 특화된 무기로 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인지적 및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아서 이런 접근이 과연 '언어학습'에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미지수이다.
우리가 혼히 'Mental Lexicon'이라고 부르는 머리속의 단어 지도 속에는 각 단어들이 여러가지 관계항 속에서 그물망을 만들고 있는데, 코빌드 사전의 경우 이런 ML의 구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사전의 경우 명시적으로 해당 단어의 hypernym이 정의 앞머리에 출현하는 것과 반대로, 코빌드에선 암시적인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장의 앞머리에 위치하질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일단 우리는 모르는 단어를 접하고 이를 사전에서 찾아 보는 경우(이게 대표적인 사전 사용의 경우인데) 우리에겐 이미 그 단어가 사용된 유의미한 "완전한 문장"이 주어져 있다. 물론 그 단어가 사용되는 문장의 한가지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플러스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그 단어의 이해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는 회의적이다.
CCED가 대학초년생에게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소위 한국의 영어 꽤나 한다는 권위자들과 잘나가는 책의 입김이 한몫을 했다는 한국 영어교육계의 역사적 사실을 고려해야한다.
2. 연어 표시의 문제 ¶
현재 최고의 말뭉치인 The Bank of English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연어 관련 사항이 충분히 또 제대로 실려있지 않다는 점이다. 롱맨이나 옥스포드 사전에 비해 연어의 표시는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아무래도 비슷한 부피에 정의 부분이 양을 많이 차지하다 보디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로 다른 정보가 좀 빠지지 않았나 한다. 연어는 외국어 학습에서 본질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 연어 표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외국어 학습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3. 의미 검색의 불편함 ¶
자신이 원하는 단어를 찾을 때 해당 단어가 다의어인 경우 검색의 용이성이 중요해진다. 그런면에서 코빌드 사전의 최근의 연구결과를 반영하질 못했다. 롱맨이나 옥스포드6E처럼 싸인포스트(혹은 가이드워드)가 없기에 일일이 순차검색 밖에 할 도리가 없다. 또, 시각적으로 중요한 정보의 차별화가 부족하다. 인지적으로 그리 좋은 도구이진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go, have, take과 같은 자주 쓰이는 '중요' 다의어들을 다른 사전과 직접 비교해 보라.
4. 구어체 표현의 부족 ¶
어떤 말뭉치를 사용했고, 구어 말뭉치를 몇 퍼센트나 사용했느냐에 의해 결정될 사항인데, 롱맨의 사전에 비해 구어체 표현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나 그 표현이 미국식일 경우는 더욱. 롱맨 같은 경우는 구어체 말뭉치를 별도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영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이 쓴 글로 구성된 말뭉치(영어학습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오류를 찾아 사전에 반영키 위함)도 참고했다.
5. 기타 ¶
이 이외에도 '용법안내'usage note가 없다든가, 문법정보의 표시가 분리되어 있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콜린스의 사전들은 단어별 용법의 차이를 명시적으로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단어에 대한 설명은 '정의'와 별도컬럼에 표시된 문법정보가 거의 전부이다. 또 예문이 다른 사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정의'를 위해 소모되는 공간이 여타 사전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예문 숫자가 부족한 편이다. 이것은 CIDE나 OALD 6th ed 등 단어 수록수가 비슷한 "외국인을 위한 영영사전"과 직접 비교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임의의 단어를 하나 골라보도록 하자.
CCED
weirdo |
If you describe someone as a weirdo, you disapprove of them because they behave in an unusual way which you find difficult to understand or to accept as normal; an informal word, used mainly in spoken English. |
N-COUNT pragmatics =crackpot |
OALD
weirdo |
(informal, disapproving) a person who looks strange and/or behaves in a strange way: It's dangerous to be out on your own there are too many weirdos around |
자, 여기서 CCED를 추천하는 자칭 영어 권위자들이 말하는 단어의 정의에서 용법을 직접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자. CCED의 weirdo 정의에 보이는 사용 패턴은 describe someone as a weirdo 한 가지인데, 일단, 이 표현 자체가 실제로 대표적인 표현도 아닐 뿐더러,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 가치있는 정보를 주고 있지 못하다. OALD의 경우 예문이 있지만 CCED는 예문도 없다. 또 단어의 정의에서 CCED는 you, to, 등의 단어들이 들어가서 정보자체가 redundant해지는 경향이 있고, 장황해졌다. 하지만 CCED와 OALD 간에 용법이나 뉘앙스 전달에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OALD가 정보전달의 효율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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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D
OALD
CCED
vehement |
If a person or their actions or comments are vehement, the person has very strong feelings or opinions and expresses them forcefully. She suddenly became very vehement and agitated, jumping around and shouting... One vehement critic is Michael Howard... She lowered her voice to a vehement whisper. |
ADJ-GRADED |
OALD
vehement |
(written) showing very strong feelings, especially anger: * a vehement denial / attack / protest * He had been vehement in his opposition to the idea. |
adj |
vehement라는 형용사의 정의를 보자. CCED에서는 정의에서 a person, actions, comments가 vehement의 주어가 될 수 있다는 부가적인 정보를 주고있다. 이것이 소위 CCED의 최대 장점으로 칭송되고 있는 것인데, OALD와 비교해보자. OALD에서는 vehement와 가장 자주 쓰이는 연어(collocation)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실제 상황에서 His actions are vehement라는 식의 애매한 표현보다는, His protest is vehement 같은 예가 많이 쓰인다. 어차피 연어라는 것이 실제 언어 사용의 데이타베이스에서 가장 자주 출현하는 단어 쌍들을 묶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CCED에서는 안타깝게도 vehement와 자주 쓰이는 단어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vehement whisper라는 표현이 예문에 있긴 하지만 이 표현은 상대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 아니다. vehement와 자주 출현하는 명사는 opposition, denial, attack, protest 등이다. 이런 연어의 이해는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특히 작문을 제대로 하려면) 필수적이다.
--김창준
6. 사용자의 개인적 평가 ¶
주원기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5년에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CCED를 구입했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상대적으로 쉽고 새로워서 사전 읽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영사전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초심자에게는 썩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sancus도 김창준의 견해에 공감한다. CCED가 팔려나가는 순위만큼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피에 비하여 어휘는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에 못미친다. 빈도수의 표기가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