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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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여 지역통화시스템이란, 현대적 의미의『다자간(多者間)품앗이』 제도로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기술과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대신 그 대가로 자기자신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타인의 기술과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통화 창출운동입니다.

지역화폐의 기원



처음 우리끼리 쓰는 화폐를 스스로 만든다고 하였을 때 현금 사용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그것이 가능해?" 그러나 이 소꿉장난의 시작은 훨씬 오래되었고 광범위하게 발생하였지만 지금부터 설명하려는 레츠(LETS: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는 1983년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라는 조그마한 섬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마이클린턴은 경제불황에 직면했다. 경제불황은 실업자를 대량으로 양산했고 그 실업자들은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도 살아가기 힘들게 되었다. 현금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무런 경제행위를 영위할 수 없다는 우리에게 당연한 사실이 그에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다.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만들지 못하란 법이 있는가?'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하여 반드시 중앙집권화된 통화제도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현금은 늘상 부족하기 마련이고 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서로 다투게 되고 결국 소수 만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린턴은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화폐를 만들고 그것의 사용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이 다.

지역화폐에 관하여 쓴 논문




지역품앗이 운동
이창우/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장

1. 지역품앗이의 발전 배경

세계경제체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여러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통제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내 경제상황은 외부 요인에 의하여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체계가 세계화되면서, 지방주민들이 지방은행에 예금을 하더라도 그 돈이 언제 그 지역을 빠져나가 무슨 일에 쓰일지 알 수 없다. 세계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공 동체적 삶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오늘의 이 설명회에서 지역품앗이 운동이라고 부르는 지역 화폐운동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의 거시경제체제에 문제가 많 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품앗이 운동은 전혀 새로운 운동이 아니고 서구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 두레, 품앗이 등의 공동체적 상호부조체계가 있으며 지역품앗이 운동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체계와 다르지 않다. 지역품앗 이 운동이란 기본적으로는 물물교환의 현대적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의 화폐경제체제가 경제 를 조직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문제의 중심을 가치의 척도에 불과한 화폐에 둘 것이 아니라, 화폐에 의해 생산되고 교환되는 재화와 용역 자체에 두게 되면 우리는 전혀 다른 해결책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IMF 시대를 맞아 실업자가 늘면서 실업자 구제수단의 일환으로 지역품앗이에 대한 관 심이 높아가고 있다. 몇몇 중앙일간지가 지역품앗이 운동을 기사화하는가 하면 한 시사주간지가 독일 의 베텔공동체 장애인 및 빈민사이에 사용되는 베텔화폐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1998년 3월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미래화폐(Future Money)란 이름으로 지역화폐의 운영을 시작한 이래, 불교환경교육원, 인천의 인하대학교내에 소재한 인천정보통신 센터, 대구 로타리 클럽, 구리 YMCA 등에서 지역화폐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육관련 출판사인'민들레' 의 민들레 교육통화, 도서출판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작아장터 등의 지역화폐 운동도 있다. 대구 중구 청의 지역활성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지역화폐, 서울시 서초구청의 서초 품앗이,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의 송파 품앗이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역화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서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지역화폐를 연구하고 있는가 하면 연세대학교의 한 학생은 석사학위논문을 준 비하고 있는 등 지역화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운동을 '지역품앗이 운동'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지역품 앗이 운동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살지는 않는다. 직업을 생계의 수단으로만 여 기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어릴 적 가졌던 직업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직업과는 무관하지만 썩히기 아까운 지식과 기술, 기능을 가진 사람들도 상당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 음껏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며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내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품앗이 운동이다.

2. 지역품앗이의 의의 및 운영방법

가. 지역품앗이의 의의

지역화폐운동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비록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어떤 능력이든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지역품앗이는 회원간에만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하거나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돈없이도 회원간에 재화 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지역품앗이는 영어로는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LETS)으로 부른다.
렛츠(LETS)는 지역통화거래체계로 번역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화폐 제도 또는 지역통화제도로 통용되기도 한다. 지역품앗이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유사 시스템과 비교해봄으로써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지역품앗이에서는 빌려주고 빌리는 것이 개인간의 채무관계와 유사하나, 갚을 때 반드시 빌린 사람에게 갚을 필요가 없다.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과정을 통화하여 지역화폐가 회원간에 돌고 돌아 언 젠가는 처음에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준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므로 회원 중 누구와도 서비스를 주 고받을 수 있다.

둘째, 지역품앗이는 자원봉사와 유사하나 그 대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원봉사의 정신이란 남을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역품앗이도 남에게 선물함으로써 스스로 마 음이 기뻐지는 이른바 선물 경제의 논리에 기초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품앗이에서는 봉사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의 계좌 잔액이 증가된다.

셋째, 이웃간의 상부상조와 비슷하나, 도와주고 나눠주고 빌려준 일 등을 모두 기록해 놓는다는 점에 서 지역품앗이는 다르다. 예를 들면 이웃에게 망치를 빌려주었을 때 '누구누구에게 언제 망치를 몇 시 간 빌려주었음'식으로기록해 두지 않으나, 지역품앗이를 통한 교환에서는 모든 거래 내역을 기록해 놓는 다. 제공한 재화와 서비스를 나중에 돌려 받기 위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시스템을 관 리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기록하는 것이다.

넷째, 지역품앗이는 은행의 계좌와 유사하나 그 잔액이나 거래내역을 회원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행 계좌의 잔액은 본인만 아는 것으로 자신의 계좌에 이를테면 1,000만원이 들어 있는데 오늘 얼마를 입금하거나 출금하였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다니지 않는 데 비해 지역품앗이에서는 이것이 회원에게 공개된다. 이러한 거래내역 공개의 원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거래 내역의 공개를 통해서 서비스를받기만 하고, 남에게 베풀지 않는 불성실한 회원은 자동적으로 퇴출된다. 남에게 서비 스를 많이 제공한 사람은 계좌에 잔액이 많을 것이나, 서비스를 받기만 한 사람은 마이너스 잔액이 커 지면서 한 공동체내에서 회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되고 그 사람과의 거 래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그 사람은 결국 공동체에서 퇴출될 것이다.

다섯째, 지역화폐는 교환의 매체로서 시중화폐와 같은 기능을 가지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중화폐와 다르다. 즉,

1) 시중화폐는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지만 지역품앗이에서 사용하는 지역화폐는 한정적 지역내에서 회원간에만 사용된다.

2) 시중화폐는 항상 희소하지만 지역화폐는 필요한 만큼 언제나 적절하게 있다.

3) 시중화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 만 지역화폐는 권력행사나 지배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나. 지역품앗이의 운영방법 실업 구제책, 노인복지 대안, 환경보전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는 지역품앗이의 운영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고 회원간에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한다.

둘째, 회원들이 제공할 수 있거나 제공받고 싶은 기술, 재화, 서비스, 자원 등을 목록화하고 이를 회원 들에게 배포한다.

셋째, 필요시 언제라도 한 회원이 지역화폐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회원과 거래할 수 있다.

넷째, 거래가 성립되면 서비스를 제공받은 사람은 지체없이 사무국에 통보하고, 사무국은 회원간에 이 루어진 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소식지 형태로 발송한다.

다섯째, 지역품앗이 제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채권·채무관계가 아니므로 이 자가 없다.

여섯째, 모든 회원은 다른 회원의 잔액과 거래내역을 알 권리를 가진다. 국내외 대부분의 지역품앗이 제도는 개인별 계정을 만들어 컴퓨터 상에서 관리된다. 그러나 미국이 타카 시의 아워(Hour)와 같이 화폐를 직접 발행하거나 영국의 몇몇 도시처럼 수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품앗이 제도는 지역화폐의 가치를 시중화폐와 동일하게 하여 잔액이 0인 계정을 개설함으로써 시 작된다. 회원중 누구에게 피아노 레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신의 계좌가 + 가 되고 반대로 영어 번역 등의 서비스를 받으면 자신의 계좌가 - 가 된다.

지역품앗이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무국과 운영요원이 있어야 하며, 가입동의서를 비롯하여 등록비, 수수료 등의 내용을 담은 규약을 정해야 한다. 지역화폐 이름도 따로 정해야 하는 데 전세계 천여개 지역화폐의 이름이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 다. 탑, 별, 도토리 등의 이름을 가진 지역화폐가 있는가 하면 전설이나 지명을 딴 지역화폐도 있다. 서비스 받은자가 거래내역을 신고할 의무가 있으며 거래내역은 회원간에 공개되며 지역화폐와 현금의 혼합사용이 가능하다. 지역품앗이의 규모나 형태, 운영방법은 매우 다양하나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떠한 지역품앗이 제도에서도 핵심 그룹이 있게 마련이다. 이 핵심 그룹은 지역화 폐를 창안하고, 회원들이 거래할 재화와 용역의 품목을 목록화하며, 모든 거래를 기록하고 회람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지역품앗이에서 사용하는 지역화폐의 다누이 가치는 시중화폐와 연계되기도 하고 그렇 지 않기도 하다.

3. 지역품앗이의 역사와 해외사례

가. 지역품앗이의 역사
지역품앗이 운동은 1983년 캐나다 벤쿠버의 코목스 밸리에 있는 커트니(Courteney)라는 소도시에서 미공군기지 이전과 이 지역의 기반산업이었던 목재업이 침체되면서 실업률이 18%까지 치솟는 가운데,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온 마이클 린튼이란 사람에 의해 6명의 회원으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지역화폐 거래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그가 녹색달러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회원으로 가입한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재화와 서비스를 서로 교환하도록 한 것이 시초다. 1983년 이후 4년간 코목스 밸리에서 이루어진 총 거래액은 35만 달러에 달했다. 린턴은 이 지역품앗이 제도를 가진 추진적이며 자기규제적으로 운영되도록 고안했다. 자기추진적이라 함은 계좌의 잔액이 + 인 사람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내 다른 사람의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도록 권장된다는 것을 뜻한다.
자기규제적이라 함은 회원이라면 누구라도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하여 다른 사람의 거래내역 및 잔액을 알 수 있게 하고 계좌 잔액이 과도하게 - 가 된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집단적 압력이 가해짐을 뜻한다.
1980년대에는 지역품앗이 운동이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들어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데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현재 1,500개 이상의 렛츠에 10만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

나. 지역품앗이의 해외사례
영국에서는 1985년 놀위치(Norwich)지방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440개 지역품앗이 시스템에 4만명 이상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경우 중소도시 및 농촌지역에 사는 중산층 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영국 지역품앗이는 환경운동가 내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영국 전역에 걸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에는 약 30개 정도의 지역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웨스트포트(Westport)에서는 회원에게 수표책을 배포해주고 있으며, 지역화폐는 인근 산이름을 따 리크(Reek)로 망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관리자는 1분의 노동시간의 평균임금을 1리크로 정하고 있다. 시스템 관리자는 참여자들이 지역화폐로만 거래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시중화폐와 지역화폐간의 환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호주에는 1997년 말 현재 200개 이상의 지역품앗이가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각 각 100개 이상의 지역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대도시 지역품앗이로는 회원 약 500명의 영국 맨체스터 렛츠가 유명하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렛츠는 호주 시드니에서 40마일 정도 떨어진 카툼바 지역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 렛츠다. 1991년 2월에 시작된 이 시스템은 1993년 말에 이르러 1,000계좌에 1,2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였다. 호주 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 에코(Eco)라는 지역화폐가 통용되었는데 전체 계정의 약 70%가 활발한 거래를 하였으며 각 계정은 약 100에코 이상의 거래 실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800차례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거래액은 4만 에코에 달했다. 회원이 많아지자 1993년 부터 월별이 아니라 분기별로 거래명세서를 보내주고 있으며 회원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 및 물품의 목록인 그린 페이즈(Green Pages)도 발송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면 인쇄된 1장짜리 소식지 를 매주 발행하여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비치해 두고 있다. 1993년 9월 현재 전체 계정의 2% 정도가 약 1,000에코 이상의 마이너스 잔액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이너스 잔액의 한도액을 2,000에코로 정하고 있는데 과도한 마이너스 잔액을 남기고 시스템에서 떠나는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호주에 있는 인구 약 5만명의 프리멘탈 시에서 현재 지역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프리멘탈 시에서 운영중인 지역화폐의 이름은 '도토리'인데, 따로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계좌만 설정해 거래를 하고 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서비스와 자신이 받고 싶은 서비스를 적어내면 이것을 목록화하여 정기적으로 회원 에게 보낸다. 프리멘탈 시 지역품앗이에서 거래되는 서비스 목록 중에 다음과 같은 특이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어떤 젊은 남자의 거래 희망 목록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나는 시간 많은 잘 생긴 건달이다'라는 설명이 실려 있다. 한편 이 지역화폐 시스템 회원 중에는 안마 기술을 가진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으나 남자친구가 없어서 항상 외로워해 왔다고 한다. 이 지역품 앗이의 회원으로 가입한 후 회원에게 배포되는 뉴스레터를 보니까 시간이 많은 남자가 있다고 하여 한 번 만나자고 연락한 후 서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이 여자는 지역화폐인 도토리 세 개를 남자 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 남자 회원은 이 도토리로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거나 빵집에 가서 빵을 사 먹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잘못된 만남이라고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는 사례지만, 이러한 특이한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건달'조차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같은 특이한 사례는 한 공동체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역품앗이를 통해 하나 둘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품앗이를 통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돈은 가치의 척도다. 'cm'이라는 척도가 없다고 해서 집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아 니듯이 돈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4. 지역품앗이의 다양한 형태


가. 이타카 아워즈(Ithaca Hours)
코넬대학의 소재지로, 그리고 1950년대 타잔 영화를 찍은 계곡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인구 약 3만명 의 소도시인 뉴욕주의 이타카에서 1991년 지역사회 경제학자이며 도시계획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폴 글로 버(Paul Glover)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처음으로 여러 상점을 포함한 회원을 확보하여 지역품앗이를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60명의 회원이 있었다. 1988년에 이 시스템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관리하던 비영리단체가 문을 닫자 이 시스템도 무너졌다. 폴 글로버는 컴퓨터로 계좌를 관리하는 작업 이 너무 번거롭다고 판단하고 시중화폐와 같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폐를 만들어 내었다.
마침내 1991년 11월 이타카 아워즈(Ithaca Hours)라는 지역화폐가 탄생했다. 2 Hour에서 1/8Hour에 이르는 5종류의 화폐를 발행하여 운영되는데 1Hour는 10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1 Hour가 10달러의 가치를 가지게 된 이유는 당시 이 지역의 1시간 노동임금이 10달러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900명의 회원에게 5 만 달러상당의 아타카 마니가 발행되었는데, 공동체내에서 계속 순환됨으로써 수십만 달러의 지역거래가 발생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신규회원은 등록비로 1달러를 사무국에 지불하고 4Hour를 지급받는다.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Ithaca Money라는 신문을 통해 거래목록, 회원 전화번호 등을 알 수 있다. 8개월 마다 회원갱신을 신청하면 2Hour를 추가 지급받는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공동체를 잘 알아야 하는데 지역공동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1∼2명의 활동가에 의해서도 이 시스템은 쉽게 도입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창시자 폴 글로버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연방정부의 달러가 우리 도시에 와선 몇 사람의 손을 거친 후 우리 도시를 떠나 열대우림의 목재를 구입하고 전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타카 아워즈는 우리 지역에 계속 남아 서로가 서로를 고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중 화폐가 우리를 다국적 기업과 은행에 점점 종속되도록 하는 데 비해, 아워즈는 지역사회내 거래를 활성화하고 환경보전 및 사회정의를 고려하는 거래를 확대시킨다." 이타카 아워즈는 이타카시의 300여 상점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이타카시 상공회의소와 시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시장은 이타카 시청 구내식당에서 아워즈를 받도록 조치하였다. 한 지방은행은 직원 봉급을 일부를 아워즈로 지급하고 은행 수수료 등을 아워즈로 받기도 한다. 통용되는 아워즈 총액의 약 10% 정도는 자선단체나 시민단체에게 보조금으로 무상 지급되고 있다. 소액의 아워 즈는 무이자로 대출되기도 한다. 위조 화폐의 우려가 없지 않는데, 현재까지 그러한 위조 사고는 발생 하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2 Hour 화폐의 경우, 숫자에 열에 민감한 특수잉크를 사용하여 손을 대면 잠시 숫자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나. 타임 달러(Time Dollar)
1983년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에드가 칸(Edgar Cahn) 법학교수에 의하여 고안된 타임 달러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Friend to Friend'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마이애미시에서는 3,000명 이상의 시민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1986년 에드가 칸 교수는 Rovert Wood Johnson 재단으로부터 12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 5개 도시에서 타임 달러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펼친 바 있다.
타임 달러는 경제정책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정책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 문에 과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에드가 칸 교소의 주장을 미국 내국세 당국이 받아들였다. 렛츠나 아워즈와 달리 이 시스템에서는 시간당 서비스 가치는 동일하다. 물물교환과 자원봉사의 측면을 동시에 가진 시스템으로서 현재 미국 38개 주 150개 지역사회에서 수천명의 회원이 가입하여 운영되고 있다. 아기돌보기, 개인교습, 집수리, 법률자문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병원 등에서 돈만으로는 주고받을 수 없는 여러 서비스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비스 제공을 통한 대가로 받은 "시간"이 회원의 계좌에 저축되며, 사람들은 그것으로 버스비를 내거나 시에서 운영하는 위락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나아가 타임 달러로 단과대학에 등록하거나 시립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도 있다. 텍사스주 엘파소 시에서는 환자들이 그들의 병원비의 75%까지 타임 달러로 지불하고 있다.

다. 기타 지역품앗이 유형
지역품앗이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여성만이 회원이 되는 여성 지역품앗이나 예술가만이 회원이 되는 예술가 지역품앗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지역품앗이가 모여 만들어지는 다중 지역품앗이(multi-LETS)도 가능하다. 회원이 늘면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익명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다중 지역품앗이로의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참여하고 있는 지역품앗이의 회원은 40명 정도밖에 안되어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단순한데 비해 이웃 동네에 있는 다른 지역품앗이에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 지역품앗이의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회원들이 여럿 있다면 이웃하는 지역품앗이간에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 서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회원이 너무 많아질 경우, 한 지역품앗이 안에서 마음맞는 회원끼리 따로 모이는 소규모의 여러 지역 품앗이가 생겨날 수 있다. 한 대규모 지역품앗이 안에 하부지역품앗이가 생기는 '지역품앗이 속의 지역 품앗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큰 시스템내에 만들어진 하부 시스템이 그들끼리 자신들만의 뉴 스레터를 발행하며 거래할 수 있다.

5. 지역품앗이의 과제와 전망

가. 지역품앗이의 과제
지역품앗이 운동을 추진함에 있어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세금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 거래 시스템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냥 일상적인 서비스만 주고받는다면 세금관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내가 컴퓨터를 산다고 했을 때 지역품앗이에서는 돈 한 푼 안주고 살 수 도 있다. 아이를 돌보아주거나 집을 고쳐주고 번 지역화폐로 컴퓨터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물건을 판매한 사람이 자신은 지역화폐를 받고 팔았기 때문에 세금을 못 내겠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한 시간 상담을 해주고 80%는 돈으로 받고 20%는 지역화폐로 받았다고 하면 80%에 대해서 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다른 회원의 집 정원의 잔디를 깎아주었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세금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직업의 일환으로 서비스를 주고받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실 이 세금문제는 선진국에서 조차도 아직 불명확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시중에서 통용되는 진짜 달러인 것처럼 사용하지 않고 액면가가 1달러 이상만 되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합법적이다.
이타카 아워즈의 경우,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가게나 전문업종은 세금당국에 아워즈 거래내역을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영업세는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방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세금관계가 불명확하나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직업의 일환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제공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한다.
주고받을 서비스가 다양하지 않으면 거래가 잘 이 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얼마가지 않아 시스템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회원 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많고 시간없는 사람과 돈없고 시간많은 사람이 적절히 조화될 때 지 역품앗이는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회원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회원수가 많아지면 운영 및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고 지역화폐의 순환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500명 정도가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회원수 로 보인다. 그렇다고 거대 지역품앗이가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지역품앗이의 다양한 규모는 자전거의 기어처럼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한 지역품앗이당 평균 회원수 70명 에 연간 2천만원 정도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제공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역품앗이를 통해 개인적인 만족이나 즐거움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실제적 인 필요가 지역품앗이를 통하여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제공받은 서비스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서비스 제공 약속을 해놓고 그 약속을 어기는 경우, 거래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거나 회원들이 활발히 거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스템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를 주고받는 데 있어 지역화폐 거래당사자간의 만족도가 서로 다르다. 자신이 제공받은 서비스의 질이 낮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꺼리게 될 것이다.

다섯째, 과도한 마이너스 계좌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필자는 한 학생으로부터 "회원 중의 한 사람이 많은 서비스를 받기만 한 뒤 남몰래 도망을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회원 중의 한사람이 예를 들어 약 200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제공받고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이사를 가거나 이민을 가는 경우가 생길 경우, 단기적으로는 전체 시스템에서 마이너스 200만원의 잔액이 생기는 문제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은 회원들이 계속적인 거래를 통하여 그 마이너스 계정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역품앗이 계좌는 언제라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역품앗이의 본질적 특성이며 이 마이너스 금액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자가 붙지 않는다. 과도한 마이너스 계정을 남긴 채 갑자기 한 회원이 시스템을 떠날 경우를 대비하여 마이너스 한도액을 정해놓을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지역품앗이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이너스 계정이 아니라 사용되지 않고 있는 플러스 계정에 있다. 남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였거나 물건을 팔아 과도한 플러스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시스템내에서 별로 구입할 것이 없을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예를 들면 플러스 계정을 가진 식료품 가게 또는 철물점 주인이 원료나 기타 자신의 사업에 긴요한 물품들을 시스템내에서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계좌 잔액이 점점 늘게 되고 결국 그들은 시스템에서 탈퇴하게 될 것이다. 한 시스템에서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회원이 빠져나간다면 이 시스템은 금방 붕괴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채가 너무 많아 타의로 퇴출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여섯째, 기업의 참여를 조장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자영업자나 개인 서비스제공자 또는 실업 자가 지역품앗이의 주 회원이며 중소기업 내지 대기업의 참여는 저조하다. 예를 들면 마이클 린턴의 렛츠는 한 때 5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중 5개가 소규모 상점이었다. 주요 회원이었던 치과 의사가 코목스 밸리를 떠나게 되면서 이 시스템이 한때 무너지기도 하였다.

일곱째,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 혜택의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지역품앗이에 가입해서 이익을 얻게 되면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사회보장국의 이 문제에 대한 지침은 애매모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은 자치단체마다 달리 이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덟째, 지역품앗이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이해를 높여나가야 한다. 일반시민들은 지역품앗이를 대안 문화의 하나로 보고 이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별종이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회원 중에 마사지를 해주거나 점을 봐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우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아홉째,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품앗이에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를 지원하거나 운영자연수를 지원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지방 자치단체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품앗이는 가능한한 자족적이며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아래로부터 발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열째, 지역품앗이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품앗이 시스템이 구축되어 운영되면 처음의 열정과 활력을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 최초로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자리를 옮기든지 하는 경우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신입회원은 자신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며 이러한 경우가 많아지면 곧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역품앗이에서는 계좌 잔액이 마이너스가 되어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지역품앗이에서 마이너스 잔액은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봉사할 의무 내지 기회가 생긴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

나. 지역품앗이의 전망
지역품앗이 운동은 자본의 지역내 순환을 통해 지방경제를 살찌우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한 대형 백화점에서 수입품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이 수입품 가격이 50,000원이 라면 내가 이 물건을 구입했을 때 지역사회에 남는 것은 20%밖에 안 되고 20%는 외국에 유출된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즉 50,000원을 쓰면 40,000원이 그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10,000원만 지역내에서 순환하게 된다. 이 10,000원을 지역사회의 누군가가 다시 다른 수입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면 다시 8,000원이 빠져나간다. 남은 2,000원을 다시 수입품 구입에 쓰게 되면 1,600원이 빠져나가고 400원이 지역에 남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이런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수입품 구입에 50,000원을 사용 할 때 총 62,400원이라는 부가지역내에서 창출되는 셈이 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운영하는 수공예품점에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그 집주인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내가 산다고 할 때 첫 번째 경우와는 반대로 물건값 의 20%만 빠져나가고 80%는 그 지역에 남는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50,000원을 주고 이 물건을 사면 10,000원만 지역외로 빠져나가고 40,000원이 지역에 남아 순환한다. 남은 40,000원이 다시 지역내에서 생산된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사용되면 8,000원이 역외로 누출되고 32,000원이 지역에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구입하면 총 248,160원의 부가 창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순환경제를 상징하는 후자는 누출경제를 상징하는 전자에 비해 4배 정도 더 많은 부의 창출 효과를 가진다. 지역 주민의 노동력으로 지역에서 나오는 원료를 사용하여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살 때 지역 공동체 입장에서는 더욱 많은 부가 창출되는 것이다. 지역품앗이는 지역내 순환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지역내에서 가능한한 돈이 오랫동안 자주 순환하게 만들어주면 더욱 많은 부가 창출되는 셈이 된다.

한편 지역품앗이는 개인적 성취감을 제고해 주기도 한다. LETS를 통하여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더욱 윤기있게 하며, 자신감과 자존심을 살릴 수 있다. 지역품앗이는 훌륭한 실업자 구제 수단이 된다. 실업자로 하여금 노동시장과 계속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나중에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 사업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런데 일부 시민 중에는 지역화폐운동을 단순히 실업자 구제수단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실업자가 회원으로 가입하면 굶어죽지 않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지역품앗이 운동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지역품앗이 운동은 공동 체를 살리는 운동임에 동시에 환경운동이기도 하다. 지역품앗이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켜준다. 지역품앗이를 통하여 공동체 의식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이해집단·세대·계급간 장벽을 허무는 역할도 한다. 경제시스템으로서의 지역품앗이, 공간시스템 으로서의 생물지역주의(bioregionalism), 사회시스템으로서의 퍼머칼처(permaculture)가 삼위일체를 이룰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환경친화적 공동체 건설이 가능하다. 지역화폐운동이 가진 지역성과 관련하여 생물지역주의가 주요한 개념으로 부각된다.
서울을 예로 들어 생물지역주의를 설명해 본다. 서울의 대기는 경기도와 서울의 경계를 모르고 넘나들며 강물도 마찬 가지다. 대기, 물, 야생 동·식물은 행정구역 경계를 모르고 넘나든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환경정책을 세울 때 자신의 관할 행정구역 내에서만 환경보전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환경문 제 해결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협조하지 않고 각자 대기 또는 수질보 전정책을 수립하여 실천해 나갈 때 자칫 잘못하면 광역적으로는 환경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단순하게 말해 행정구역의 경계와 생태계의 경계를 일치시켜 주자는 것이 생물지역주의다. 특히 유역을 중심 으로 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 유역이 지역의 경계가 아니라 지역 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생물지역주의의 핵심적 내용이다. 생물지역주의가 환경친화적 공간 시스템이라면 지역품앗이는 그 공간을 운영하는 경제 시스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퍼머컬쳐는 영구농업이라고 번역해 볼 수 있는데 원래는 농업을 하는 데 있어서 농약과 비료를 안쓰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증대하는 농업생산방식을 듯하는 말이다. 이러한 방식을 우리 생활 전반 에 도입하자는 것이 퍼머컬쳐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더 보람된 삶이므로 우리의 생활태도를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역품앗이를 그냥 경제 시스템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임을 알 수 있다. 세계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삶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서 지역품앗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 야 한다. 개방된 지구경제체제에서는 돈의 흐름을 알 수 없으나 지역품앗이에서는 돈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지역품앗이에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돈이 쓰이는 것이 자율적으로 통제된다. 지역화폐는 지역내에서 순환하며 끊임없이 부를 창출한다. 도시화과정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고, 경제와 환경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21세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훌륭한 제도로서 지역품앗이를 키워나가는 데 우리 모두가 일익을 담당 해야 할 것이다.

지역화폐의 예


1. 문화

강습
노래,영어회화,일어회화,컴퓨터,풍물,피아노,과외

문화
결혼식장 대여,그림 그려주기,글씨써주기,서예글씨주기,악기대여,연습실 장소 대여,축가불러주기,피아노 반주

사진
비디오 촬영,사진 촬영

상담
독서,법률상담,세무상담,의료상담,회계상담,진로상담

여행
관광안내,문화기행안내,생태기행안내,통일기행안내

외국어
번역

컴퓨터
구매 대행,문서 작성,앨범 CD 제작,컴퓨터 수리,홈페이지 제작

2. 생활나눔

먹거리
서양 요리,중국요리,한국요리

몸단장
메이크업,미용커트,웨딩이벤트,이발,일반 특수 마사지,파마

생활용품 재활용품
가구,어린이 장난감,주방용품,중고가전제품,책,화장품,침대


양복제작 수선,한복

집 수리 및 제작

탈거리
운반,운전,운전 교습,운전 연수,이삿짐 운반,자동차 수리,자동차매매,자전거 대여

3.돌봄과 이웃 만들기

건강 의료
방문간호,방문치료,병원,수지침,안마,약국,의료기기,치과,한의원

노인 돕기
가사,독서,말벗,목욕,산책,청소

아동 돌보기
공부방 지도,숙제봐주기,아이돌봐주기

장애인 돕기
가사,독서,말벗,목욕,산책,청소


노스모크물물교환도 지역화폐 시스템으로 운영 가능하다.

녹색대학에서 국내최초로 지역화폐를 쓴다. 이 녹색화폐는 사랑이라는 단위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 최종욱


[ISBN-8995320907] -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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