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인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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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시험이란 어떤 것일까?

대학의 시험이란 것, 그 실상을 알고는 정말 실망하고 또 경악했다. 나에게 있어 대학은 너무도 이상적인 곳이었다.

시험에서 테스트하기 쉬운 지식과 어려운 지식이 있는데, 대부분 테스트하기 어려운 것의 교육적 효과가 높다. 하지만 대학의 시험은 대부분 교육적 효과가 낮은 것들이다.

시험은 학생의 평가를 직접적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교육기관에서의 평가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교육"이라는 목표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과 평가가 배치할 때 당연히 교육의 손을 먼저 들어줘야 하며, 교육의 틀 속에서 평가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교육적인시험이라는 말은 "아름다운 미인"처럼 토톨로지의 일종이다.

"의 종류 8가지를 나열하라"와 같은 문제는 채점하기 편리하다. 하지만 이런 류의 지식은 시험 자체를 위한 지식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시험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평소 공부도 그런 쪽으로 향방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식으로, 생소한 단어가 출현하면 밑줄부터 긋고 그 말을, 간혹 사전적 정의와 함께, 외우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컴퓨터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는 출제하기가 쉽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문제 한 둘 내는 것으로 나름의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학생과 선생 모두의 게으름에서 연유하며, 또 이를 조장한다. 선생은 자신의 책임을 학생에게 완전히 전가해 버리며, 학생의 답안에 대해 깊이있는 분석과 이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 부차적 교육이 일어나게 하지 못한다. 학생은 자신이 공부를 아무리 착실히 해도 이런 식의 뭉떵그린 추상적 문제를 자주 접하게 되면 잡다한 지식을 대충 얼버무려 장문으로 만드는 요령만 늘게된다. 교육은 "똑똑한 질문"을 묻는 것이지, "이것에 대해 네가 아는 모든 걸 쏟아내놓아 봐, 얼마나 되는지 보자"가 되어선 안된다.

좋은 질문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그 사람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며, 자신의 현 단계 이해에서 한 계단 더 나아갈 구체적 안내자의 역할을 하며, 학습자의 이해, 사고 방식, 습관 등에서 약점과 문제점, 오류 등을 (스스로 혹은 교사가) 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학습자를 더욱 똑똑하게, 더 깊이 이해하게 도와주는 질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채점하기도, 출제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에 "우리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여건과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본인도 이런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불만과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 접한 시험 문제들 가운데 가장 교육적인시험의 예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받아든 그 문제를 꼽을 것이다. "근대성에 관하여 논하라"가 전부였던 1학년 한 교양 수업의 문제. 수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출제자조차 답을 알지 못하는, 아니 아예 '답'이란 없어 보이는 황당하고 추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이었지만, 이것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도 여전히 화두처럼 남아 나를 고민하게 하고 계속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뒤적이게 만든다. 학문의 성격이나 주제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교육적 효과의 기준이 우선적으로 학생에게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추상적이고 터무니없는 문제들조차 사고를 단련하고 정리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한 문제들이 노리는 교육적 효과는 시험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과외의 노력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효과일 수 없으며 이런 경우 진정한 "평가"란 이미 시험장 밖을 떠나 있는 것이 될테지만 말이다. --비누

동의합니다. 똑똑한 학생들은 어떤 질문에서도 현명한 답을 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막연하고 본질적인 질문이 주어졌을 때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나름대로 연구해 보고, 거기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저는 교육은 사다리와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교육학의 "scaffolding"처럼 말이죠). 자신이 발을 놓은 칸을 이용해서 한 칸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말이죠. 이 사다리가 어디로 향하느냐, 칸의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등은 물론 선생이 옆에서 도와주어야겠지요. --김창준

최근 한달여에 걸쳐 자그마한 실험을 했습니다. 학습자의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누구에게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산학 전문적인 내용이라 쉽게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골자는 과연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학습자들의 학습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하고, 위키 페이지를 하나 열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던져줬습니다. 보통의 교과서에서 혹은 시험에서 묻는 방식이 아니었고, 문제 자체에서 충분한 동기를 유발하는 그런 것이었고 후속적 피드백, 이어지는 다음 단계의 질문까지 준비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참가를 하고 대여섯시간, 많게는 열시간 넘게 그 문제에 매달렸고, 함께 모여서 토의도 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어떤 의무도 없었는데도 말이죠.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김창준

AnswerMe then DeleteMe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Can you ShowMeTheSource? (두근두근) :) . -- 최종욱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전산학계의 거두 EdsgerDijkstra는 시험 치루는 방식이 독특했다고 합니다(제가 알기로 이 방법은 유대인의 교육법과 유사합니다). 학생을 일대일로 시험합니다. 한명씩 자기 방에 들어오게 해서는 어떤 문제를 던져줍니다. 그리고 TuringAward를 받은 자신 앞에서 직접 문제를 풀어보게 합니다. 그러면서 학생이 난관에 부딪혀 고생할 때에는 같이 고민하면서 이런 저런 충고도 주고 자신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일개 학생이 (감히) Dijkstra가 문제 푸는 방식과 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Dijkstra의 시험을 치루고 나면 한 계단 올라섰다고 느꼈다는 학생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김창준

시험은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데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시험들은 교육적인시험과는 거리가 먼 잘라내기를 위한 시험이다. --잡종

see also 전교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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