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소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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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본가? ... '

하필이면 그렇게 중요한 일을 잃어버리다니 고장난 엘레베이터가 원망스러울 뿐. 5층쯤 되자 숨이 턱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뛰어 내려갔다. 고작 13층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뛰어내려왔대서 숨이 턱턱 막힌다면 쪽팔릴 일이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4층과 5층의 중간 사이에서,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기억해냈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해냈다.

'빤*!'

바지 안이 훵하다. 그러나 그녀를 만날 시간까지는 이제 15분밖에 남지 않았고 압구정역까지는 족히 20분은 걸린다. 지금 바로 출발해도 5분 늦은 셈이다. 게다가, 빤* 안입는다고 무슨 일이나 나나.

'그래 이미 너무 늦었어'

어떻게 해도 늦을 것이 분명하게 된 이상, 그는 좀더 그럴듯한 사유를 만들어 내는 편이 더 나은가 또 그 사유는 얼마만한 감동을 자아내야만 하는가 하는 복잡한 생각으로 머릿 속을 가득채웠다.

'그래, 잠깐 돌아가서 아냐 어디서 하나 살까?'

그의 눈앞에는 벌써 버스가 도착해있었다. 그는 어쩐지 꼬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군.. 뭐 별일 있겠어.'

그는 일단 버스를 탔다.

버스는 사람이 많았다. 3000-1 버스는 항상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잘나고 이쁜 사람들도 참 많이 탄다. 그래서 그는 버스를 타면 항상 기분이 좋다. 오늘도 그가 선 바로 옆에 딱 기분좋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서 있었다. 애써 창가를 보았지만, 창에 비친 그녀의 모습...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 듯한.. 오똑한 콧날과 커다란 눈망울에 짙은 눈빛.

'날 보는걸까.................. 헉..잠깐.'

그는 반사적으로 아래쪽을 보았다. 그렇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다시 창문을 보면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 그는 웬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면서도, 늘 그렇듯이 이렇게 말했다.

"저, 잘생겼죠?"
"...뭐라구요?"

상당히 높은 톤의 당돌한 그녀의 대답. 그리고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서글하면서도 애교있는 그 눈빛에 그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어..."
"헛소리하면 당황해야되는거 맞죠?"
"아..네.. "

그는 연이은 해프닝이 어쩐지 불길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봤던 오늘의 운세가 갑자기 기억이 안난다. 뭔가 찜찜한거 같긴 한데..
'..아냐..인제 조심하면 되겠지.'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고 있다. 그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그랬을까? 버스가 서고 그가 내리려고 하자 갑자기 그녀는 그의 어께에 손을 얹고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조심해야겠어요. 별로 좋아보이지 않네요. 옷도 잘 챙겨입으시구요."

그는 갑자기 눈앞에 아찔했다. 옷을 잘 챙겨입으라?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춰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창문을 보고 있다.

'헛소리를 들었나...'

잠깐 동안의 충격이었지만, 그는 한동안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냥 잘못들은 얘기려니,, 그렇게 넘어가고 싶었다.

그녀는 극장앞에 이미 도착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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