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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다. 오늘 문득 이 책 저 책 읽다가, 저녁에 붉게 노을이 타면서 해가 질 무렵에 갑자기 문득 깨달았다. 사랑한다. 라는 것. "동사"다. 형용사나, 명사, 부사, 감탄사, 조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누구를 사랑한다. 분명히, 을/를로 끝나는 목적어가 앞에 오는 명백한 동사다. 목욕물이 뜨겁다. 나는 그 영화가 슬프다. 회덮밥이 맛있다. 라는 형용사들과는 다른 동사다.
동사다. 오늘 문득 이 책 저 책 읽다가, 저녁에 붉게 노을이 타면서 해가 질 무렵에 갑자기 문득 깨달았다. 사랑한다. 라는 것. "동사"다. 형용사나, 명사, 부사, 감탄사, 조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누구를 사랑한다. 분명히, 을/를로 끝나는 목적어가 앞에 오는 명백한 동사다. 목욕물이 뜨겁다. 나는 그 영화가 슬프다. 회덮밥이 맛있다. 라는 형용사들과는 다른 동사다.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말 중에, 사랑한다.는 아마 몇 안되는 아주 적은 '동사' 이지 싶다. 나의 동작. 내가 움직여 행동하는. 그냥 뚝 떨어져서 닥쳐서 뭐가 나타나서 느끼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움직여 행동하는 동사. 20년을 살아오고, 여기서도 석달가까이 사는 동안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마오리족 말로도 사랑한다는 말을 배웠건만. 오늘 저녁에서야, 사랑한다는 말이 그 모든 언어에서 동사라는 걸 깨달았다.
사랑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이 갑자기 문득 떠오르자 그렇게 이상하게 뭔가 대단한 걸 안 것 처럼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감탄 비슷한 한 숨 같은게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랬다.
- 따지고보면 좀 70년대 로망스 시집과 같은 맛도 있긴 하다만. 그러면 어떠냐. 상업 시집도 잘 내면 꽤 든든한 수입이 되고 멋지기도 한데 뭐.
사랑한다는 것은 슬프거나 열 받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 닥쳐서 내가 그 상황 때문에, 다른 대상 때문에 느끼는 그런게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주어로서 목적어에게 행동하는 동사로 쓰이는 말이었다. 내가 스스로 사랑이라는 그런 동작을 하는게 사랑하는 거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을 막 하는 거다. 나에게 피동적으로 닥쳐서 느껴지게 되는 형용사 부사가 아니라.
그래서 현재 진행형도 가능한거다. 나는 슬프고 있다. 나는 기쁘고 있다. 나는 춥고 있다는 어법에 어긋난 문장이 되지만 나는 사람들을, 내 친구들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는 매끄러운 문장이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사랑한다 라는 말이 동사라는 거.
확실히 국어시간에 배운거랑 문법 좋아한것도 잘 한 짓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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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글을 퍼왔습니다. 왜 많은 언어권에서 "사랑한다"는 동사일까요? 예외적인 경우를 탐구해 볼 수 있을까요? -- gerecter
"사랑하다"와 "사랑한다"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사랑"은 명사입니다.
둘이 어떻게 다르지요? ilzamusik은 둘 다 명사에 '~하다'를 붙여 동사로 만든 형태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후자는 현재의 의미인 'ㄴ'이 추가된 것일 뿐 두 단어는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ilzamusik
영어나 중국어에서 love, 혹은 愛 가 '사랑'이라는 명사적 의미와 동시에 '사랑하다'라는 동사적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명사에 파생접사 '하다'를 붙이는 것으로 동사화한 한국, 일본의 사랑하다, 愛する가 보여주는 확실한 차이도 나름대로 의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의 논조대로라면 이런 파생어로 동사화한 단어와, 어떠한 결합이나 변형 없이 단어 자체가 본래부터 행위의 주체와 대상을 갖게끔 되어있는 단일어 타동사-이를테면 '먹다'와 같은-는 분명히 구분되겠지요. 그리고 그냥 뚝 떨어져서 닥쳐서 뭐가 나타나서 느끼는 것 역시 사실은 동사인데, 저 글을 쓴 이는 뭔가 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ChatMate는 그런저런 이유로 위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한다는 말이 그 모든 언어에서 동사라는 걸 깨달았다는 게, 좀 어이없는 깨달음으로 보였습니다. SoWhat? 가령 '먹다'에 해당하는 단어 역시 대강 떠올릴 수 있는 언어권 내에서는 동사인데 말이죠. '싫어한다' 및 '좋아한다'도 마찬가지 .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영어권에서도 한국어권에서도 문법에 어긋나는 바로 알고있습니다. --최종욱
약간 각도가 다르지만 일본어에서는 '사랑하다' 愛する 보다는, '사랑하고 있다'로 번역되기 쉬운 문장 愛している -혹은 줄여서 愛してる- 쪽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Chat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