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지를 열며 : ChatMate ¶
지난 2003년 8월 27일, 서울대 국사학과의 이태진 교수가 하버드 대학에서 국사학 강의를 하게 된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 박노자 교수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단 두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려는 노력은 점차 증가하는 방향이 되리라 짐작합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쓰임새가 있는 언어'로 한국어가 꼽혔다는 것도 이런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의 전통 씨름도 그렇습니다.
상대와 완전히 밀착한 상태에서만 기술을 겨루는 독특한 경기로, 비슷한 밀착투기 종목들과 비교해 보아도 다채롭고 발전된 기술체계를 갖고 있는 좋은 운동이지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동네 아저씨 총각들이 어울리던 마을 씨름판에서 그런 다양한 기술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택견과 마찬가지로 씨름 또한, 이곳 저곳 전국 각지의 씨름꾼들의 기술들이 하나하나 체계화되어 정리된 것은 결국 현대에 들어서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다.
2003년인가, 2002년에 그런 씨름과 스모의 친선교류차 양국 선수간에 시합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교류 시합은 거의 매년 있어온 터라 특이할게 없을지 모르지만, ChatMate는 가장 최근 결과만을 들었는데요, 씨름 규칙으로 3회, 스모 규칙으로 3회 겨루는 방식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결과는 씨름 시합에서 우리 나라가 전승, 스모 시합에서 우리 나라가 2승 1패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씨름에 대한 관심은 우리 생각가 이상이더군요. 단적인 예로 동경에는 이런 '씨름' 종류에 해당하는 무술에 대한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몽골 씨름, 중국의 솔각, 일본의 쓰모에 대한 여러 자료가 전시된 가운데, 한국의 씨름 역시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 지고 있다고 하고요. 아무래도 스포츠화가 이루어져 현대에도 경기를 지속적으로 치르고 있는 '씨름'과 '스모' 쪽에 비중이 실리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심지어 일본 체육학과 교수 가운데 '한국 씨름'을 연구하는 교수만 전국에 20명 가량 된다고 하니, 이것 역시 우리 문화가 세계속으로 점점 파고드는 현상 가운데 하나일까요.
아, 그런데 그럼 우리 나라 대학에서 씨름을 연구하시는 체육학 교수님은 몇 분 정도 되실까요?
아하, 이런 이런... 요즘에는 그새 좀 늘었을까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 Ball State 대학에서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으신 '씨름선수' 출신의 박 모 교수님 한 분 뿐이시라더군요.
또 우리 나라 국사학을 연구하시는 박사 학위 이상급 연구자 여러분, 그 가운데 우리 나라 삼국시대를 전공하신 분이 아마 전국에 2백 분 정도가 된다지요? 일본에서 '한국의 삼국시대'를 연구하는 박사 학위 이상급 연구자가 2천명이 넘는다던데…….
ChatMate는 언젠가, 한 일본인이 던진 짤막한 질문에 크게 당황한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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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국에 유학을 간다면 무엇을 배워가라고 추천하고 싶습니까? 어학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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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국에 유학을 간다면 무엇을 배워가라고 추천하고 싶습니까? 어학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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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먼저 '우리 나라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로 말이지요. 그리고는 곧이어 '내가 우리 나라에 대해 참 아는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울 것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를 감히 내가 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모국의 학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생각에 참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더군요.
한국 보다 외국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 한국의 문화와 학문이 분명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문화와 학문은 무엇이 있는지, 그 학문의 어떤 매력이 그러한 경향을 불러왔는지, 그리고 -만약 한국내에서 그러한 것들이 외면받고 있다면- 어째서 자국내에서는 그런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지를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적 경쟁력에 대해서 까지 노스모키안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만,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한번 가보도록 하죠.
--ChatMate
미친과학자는 아직 지식이 얕아서 많이 모르지만, 언젠가 우리 만화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만화 대국인 일본만큼은 못되지만, 대여점이나 사회의 편견 같은 악조건에서도, 한국의 만화는 일본의 것과 견줄만 하다고 하네요. 실제로 (서양 카툰이나 코믹을 빼고). 동양의 만화중에 자국의 만화로 채워진 만화잡지를 갖고, 일본의 만화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는 만화는 한국밖에 없다고 하던가요. 미국으로 진출, 수출도 활발하다고 하는군요. 또, '창세기전'같은 게임은 일본이나 미국쪽에서도 자국어화 출시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보다 우리 영화가 극장에 더 많이 걸리는 나라도 드물다고 하고...(물론 소규모 영화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냉대받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어 보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리니지. --서상현
모 CS 강사의 주장을 따르면 "공수"라는 자세가 한국에서 발생해서 전세계를 한바퀴 돈 풍습이라 하더군요. 어른 앞에 섰을 때 남자는 왼손을 위에 올리고 여자는 오른손을 위에 올리는 자세 말입니다. 절할때도 그 손 그대로 내밀게 되어 있죠. 역사적 근거가 있는 소리인지 궁금.. --musiki
만일 한국에 유학을 간다면 무엇을 배워가라고 추천하고 싶습니까? 어학은 말고요.
문득 막연히 떠오른 것이 "생명공학"인데,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교해서 어떠한지 정확히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것도 아닐 것 같은데.. 암담하네요.
네트워크용 컴퓨터게임운영, 휴대폰 판매하는 법, 한국의 호흡수련법 국선도 등이 생각나는군요. 박경식
만약 일본인이 한국에 (일본과는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 싶기 때문에 오면, 한국인의 인간관계와 사고방식에 적응해보거나 한국에 있는 동안 따라해보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최소한 관찰이라도- 하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뇌 중심의 한국인과 좌뇌 중심의 일본인 이라는 주제, 꽤 흥미롭지 않나요? EBS 특강에 나왔던 얘기인데, 한국 불상이나 도자기는 그렇게 멋지구레 한데도 막상 사람들이 안보는 불상뒷편이나 도자기 밑바닥은 지저분하답니다. 일본의 경우 골고루 다 손질이 되어 있고요. 우뇌적 직관은 좌뇌적인 사람에게 거부감이 클수도 있지만, 우뇌적 생활패턴은 또 그만큼 매력이 있기도 합니다. . 생활패턴이나 사고방식이 어려우면, 일본과 달리 어떤 틀에 얽매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 한국의 전통 예술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음... 일본 미술품을 조금 보면, 아기자기하고 꼼꼼한게 매력인데, 항상 일정한 틀에 갖혀야 안심하는듯한 분위기가 느껴진 경우가 많았어요(개인적감상).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박물관 기행 등 입니다. --2월화
'우리 나라가 과연 다른 나라에 내세울 수 있는 학문이 과연 있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만 눈길을 과거로 돌리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 학문의 위상은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더군요. --김창준
흠.... 외국인이 한국에서 무엇을 배워라 할때, 말문이 막히는 것이 아직도 한국 문화의 국제화를 시키는 데에 대한 포부가 아직도 적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분야에 있는가는 모르겠지만 예능계의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전통 산조를 배워보는 것, 산수화를 배워보는 것, 서예를 배워보는 것, 한국의 유학에 대한 것들.
그리고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한국의 예능계열의 문화가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것이 비단 한국의 민족문화만이 아니라 세계화를 시킬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분야에 있는가는 모르겠지만 예능계의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전통 산조를 배워보는 것, 산수화를 배워보는 것, 서예를 배워보는 것, 한국의 유학에 대한 것들.
그리고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한국의 예능계열의 문화가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것이 비단 한국의 민족문화만이 아니라 세계화를 시킬 수 있다 생각합니다.
고갱이 일본의 회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어 작품을 쏟아 낸 것 처럼 우리도 보여 줄 수 있는 많은 유산과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 깊이 또한 동양3국 중에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경지에 오른 분들도 많구요.
그 깊이 또한 동양3국 중에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경지에 오른 분들도 많구요.
찾아보면 더욱더 많은 한국의 문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진경산수화가 유럽의 회화에 꿇릴 이유도 없고, 한국의 기예가 일본의 가부키, 노에 꿇릴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얼마나 큰 경지까지 이끌어내고 세계화시키느냐가 문제이겠지요. 어차피 한국의 현대학문에서는 알아주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맥락의 질문이였다면, 한국에 유수한 대학의 특성화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과들을 추천해주십시오. -- 리지훈 2007-08-16 05:36:51
그것을 얼마나 큰 경지까지 이끌어내고 세계화시키느냐가 문제이겠지요. 어차피 한국의 현대학문에서는 알아주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맥락의 질문이였다면, 한국에 유수한 대학의 특성화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과들을 추천해주십시오. -- 리지훈 2007-08-16 05:36:51
이미 페이지를 열며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만, 그 일본인의 질문에 제가 받았던 충격은 말씀하신 한국에 유수한 대학의 특성화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과들을 제가 떠올릴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순간 없다라고 생각했기에 느꼈던 것이 첫번째 충격이고, 정말 없나? 내가 모르는 게 아닐까? 난 왜 우리 나라 학문도 모르지? 라는게 두번째 충격이요, 부끄러움이었던 것이지요. 리지훈 님이 말씀하신 '학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들이 있는지요?
한국 유학을 생각중인 외국인에게 산조와 산수화를 권해보라는 말씀은, 외국인에게 한국으로 음악 유학 오세요, 한국으로 미술 유학 오세요라고 말해주란 말씀이시지요? 저도 한국화와 우리 가락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외국인에게 유학을 선뜻 권할 수 있을지, 그들이 그만한 매력을 느낄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카부키와 노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일본은 카부키/노에 대해서만도 호흡법에 대한 연구, 근육과 골격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 그에 따른 신체조작법, 거기서 파생한 스포츠 트레이닝 연구 등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미학적인 요소를 벗어난 다양한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최근는 '교양서적' 가운데도 이런 책이 심심찮게 보이더군요. 전통 노의 움직임을 분석, 노의 기본 몸짓인 장요근을 활용한 신체조작이 다른 스포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한국의 기예는 카부키/노에 꿀리지 않으리라 저도 믿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예에 대한 한국내 '연구 성과'는 과연 카부키 노에 대한 연구성과 앞에 얼마나 자부심을 세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문화와 학문은 무엇이 있는지, 그 학문의 어떤 매력이 그러한 경향을 불러왔는지, 그리고 -만약 한국내에서 그러한 것들이 외면받고 있다면- 어째서 자국내에서는 그런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지를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란 말로 페이지를 처음 연 것이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Chat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