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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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강박증중에서 :

Shalom 은 언어학이 전공이다. 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전공을 얘기하면 열에 아홉은 몇가지 언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온다. 처음에는 이 언어는 이 정도 하고 저 언어는 저 정도 하니 도합 몇 개 언어를 할 줄 안다고 자세히 설명을 했는데 같은 질문을 자꾸 들으니 귀찮아져서 요즘은 그냥 20가지 언어를 할 줄 안다고 얘기해 버린다. 인사만 할 수 있어도 그 언어를 하는 거니까.. 그럼 무슨 언어를 하느냐고 절대 묻지 않는다.

DrFeelgood은 언어학은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어국문학강박증에서 이미 전술한 바 있지만 언어학에 강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언어학이라는 그 원론적 학문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길을 잃은 아이가 되어 버렸다는 부분에서 연유함이 가장 크다. 언어학은 바벨탑으로부터 시작된 신에 대한 인간 최초의 도전에 대한 저주이고, 그 저주를 푸는 가장 어려운 학문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고대 언어학과 모교수님께서 나의 이 답변에 모든 학문은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에 대한 공포를 가지지 않으려고 신이 바벨탑의 크기에 질려서 내린 저주다보니 학문의 크기 자체가 너무 크고 위를 봐도 어디까지 올라가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말하고 알아듣는 선에서 끝날때가 행복할 수 있다.

namazaki2는 언어학을 공부한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학이 뭘하는 학문인가' 하며 궁금함을 표시한다. 언어학은 언어의 규칙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라고 말하면 언어의 불규칙적인 특성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하지만 세상이 혼돈되어 보이는 것은 세계의 질서를 미쳐 파악해보지 않은 눈에만 그러하리라 믿는다. 개별 발화자나, 발화자들의 집단이나, 방언과 한 언어 단위 각각의 층위에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기 싫어한다. 골치아픈 질서보다 익숙한 혼돈을 선호하는 것이야 말로 문외한들의 강박증이다.

언어학 강박증이라... 사실 언어학을 전공했지만 온통 알파벳으로 기술되는 언어들에 대한 것들 뿐이어서, 딱히 강박을 가져줄만한 구석이 없는 것 같다. 네이티브가 아닌 다음에야 그 언어로 자연스러운 언어구사도 신경쓰이는 일인데, 언어학까지 적용시켜줄 여유는 없는 것이다. 단지 영어 발음에 민감해지는 것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맞추는 놀이도 하고, 재미있는 발음은 따라서 연습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얼토당토않은 영어발음에 혀만 잔뜩 꼬는 사람들을 속으로 살짝 비웃어주기도 한다. :-) 아참, 요즘 개봉 영화 중에 'closer'라는 것이 있는데, 한글로 '클로저'라고 옮겨놔서 처음엔 'closure'인 줄 알았다. 'closer'라면 '클로서'나 '클로써'라고 해야되는 거 아니야? 아...그 영화제목을 볼 때마다 괴로운 것이, 이것이 언어학 강박증이로군,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novemb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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