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구사능력이 일종의 권위, 권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어공용화라는 것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영어공용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모두가 영어를 잘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영어공용화는 영어와 우리말을 둘 다 잘 쓴다는 것보다는, 우리말 능력을 떨어뜨리고 영어능력을 올리는 것이 될 것이다. (Aragorn은 아직 주위에서 영어와 우리말을 둘 다 잘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여기서 잘 한다는 건, 정말 제대로 잘 한다는 뜻이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때 영어권 국가에서 학교를 다닌 친구들이고, 우리말에는 아무래도 약하다.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외국에서 다닌 친구들은 일상 용어를 넘어가는 고급어휘가 많이 부족하다. 그만큼 둘 다 잘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모두가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닐테니, 적어도 20~30년 정도 영어를 잘 하는 신세대와 영어를 못하는 구세대간의 갈등을 피해가기 어렵다. 신세대는 우리말을 못하고, 구세대는 영어를 못하는 기묘한 상태가 될 것이고, 계층화, 계급화 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의 단절과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와 어느 것이 더 심각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Aragorn
바이링구얼 중에서도 두 언어의 문화적 배경까지 깊이있게 갖춘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비록 고전과 역사, 문학 등에 대한 요구수준이 일반인 수준에서 볼 때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특수한 케이스가 있긴 합니다. 물론 이것은 동시에 두가지 문화가 서로 만나는 상황이 아니면 발생하기 힘들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바이링구얼도 주된 언어가 있습니다. 바이링구얼이 되면 두 언어를 모두 놓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를 (실용적인 측면에서) 더 획득하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 현실적으로 그 사람들이 해당 언어 사용국에 가면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생활합니다(단일민족 국가라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링구얼이 자신의 주언어가 속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더 떨어진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김창준
지금 서로 다른 기준에서 말하는 것 같은데, Aragorn이 위에서 영어와 한국어 모두를 잘할 수 없다는 것은 기초적인 수준의 발음이나 글쓰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매끄러운 발음의 바이링구얼을 보아왔지만, 발음이 매끄럽다고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주위에서 본 대부분의 바이링구얼은 고급어휘에서, 문화적인 면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시골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느 정도는 우리말을 잘 구사하지만, 한국문학을 접한 수준이 일천한 경우가 많고, 문어체 표현에 취약하고 한자어휘에, 우리말 고어에 취약합니다. 아리까리한 맞춤법 틀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많은 바이링구얼이 표준어와 방언에 대한 감각도 떨어져서, 무엇이 표준어이고 방언인지 잘 구분 못 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년기의 발음 문제, 간섭현상의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로, 각 언어권의 지식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바이링구얼 가운데, 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문학을 접해 본 경우는 한번도 못 봤습니다. 제가 유년기에 접한 우리말로 된 문학 서적이 기껏해야 4~5백권 정도가 될까요?
물론 Aragorn이 영어권에 대한 이해과 경험이 일천하고, 결국 두 문화의 접경 지대에서 이도 저도 아닌, 혼혈아 비슷한 세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입니다(뛰어난 소수는 예외이겠지만).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곧바로 영어공용화를 반대할 직접적인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어구사능력에 따른 사회계층화, 권력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주장할 뿐입니다.
이것은 마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시골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느 정도는 우리말을 잘 구사하지만, 한국문학을 접한 수준이 일천한 경우가 많고, 문어체 표현에 취약하고 한자어휘에, 우리말 고어에 취약합니다. 아리까리한 맞춤법 틀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많은 바이링구얼이 표준어와 방언에 대한 감각도 떨어져서, 무엇이 표준어이고 방언인지 잘 구분 못 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년기의 발음 문제, 간섭현상의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로, 각 언어권의 지식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바이링구얼 가운데, 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문학을 접해 본 경우는 한번도 못 봤습니다. 제가 유년기에 접한 우리말로 된 문학 서적이 기껏해야 4~5백권 정도가 될까요?
물론 Aragorn이 영어권에 대한 이해과 경험이 일천하고, 결국 두 문화의 접경 지대에서 이도 저도 아닌, 혼혈아 비슷한 세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입니다(뛰어난 소수는 예외이겠지만).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곧바로 영어공용화를 반대할 직접적인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어구사능력에 따른 사회계층화, 권력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주장할 뿐입니다.
그 주장에 동의합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