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Libris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집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동안 금연 압력이 꽤 많았습니다. 저는 담배를 일찍 배운건 아니고 대학교 들어와서부터 피우게 되었지만 별로 중독되었다거나 인이 박혔다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있으면 피우고 없으면 말고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육체적인 금단증상은 없습니다. 그래서 별로 금연에 관해 얘기할 꺼리는 없군요. 제가 그 동안 담배를 피웠던건 그냥 관성 때문이었고, 금연 압력을 무시해버렸던 것은 내 생활습관을 터치당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뭐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안정된다거나 스트레스가 풀린다거나 하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저 자신이 느껴본 적은 없군요. 제가 생각하기로 담배의 효용 중 가장 큰 것은 흡연을 빙자해서 업무 중에 맘대로 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노가다 할 때. ) 그 이외에는 별로... 그런데 요 몇달 동안 좀 안 좋은 일이 많아서 담배를 좀 많이 피웠더니 몸이 피곤한 건 둘째치고 사람이 추접스럽게 변해가는 것 같아서 (담배 냄새, 설태, 가래침 등등) 에라~ 하고 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제 마나님께서 담배 안 끊으면 뽀뽀 안해준다고 한 게 가장 결정적... 흠흠 )

정호님께서도 금연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이지만 그것을 유발하게끔 하는 동기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호님께서도 정말로 금연하고 싶으시다면 부인(애인)께 한 번 부탁을 해 보심이...

Ex Libris 라는 단어는 1993년(인가 94년인가)에 어떤 신문의 칼럼에서 본 단어였습니다. 내용은 독일의 무슨 도시에서 열렸다는 장서표(藏書票) 전시회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때 본 이 단어가 너무 맘에 들어서 통신 아이디로 덥썩 쓰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별로 학구적이라거나 지적이라거나 하지도 않고 생각이 깊다거나 통찰력이 뛰어나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논리적이다거나 분석적이다거나 하지도 못하며 단지 많이 읽지도 못한 몇몇 권의 책을 가지고 얄팍한 지성을 아슬아슬하게 커버하는 제 모습을 아주 잘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하여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를 장만해 놓고 거기서 먹고자고 싶은 꿈도 포함된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제가 쓰는 글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거나 어디서 지나쳐 본 글이거나 한 것이 대부분일 것 같으므로 노스모키안 여러분들께서는 제가 헛소리를 한다 싶을 때에는 가차없이 지적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우... 축구 응원하면서 이 기분을 날려버려야겠습니다. 아자~ 독일을 꺾고 결승으로!!!

geekforum 같은 게시판 말씀이신가요? --서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