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눈깔에 대한 소개 ¶
고등학교 1학년을 1995년 서울시 강서구 마포고등학교에서 보냈습니다. 학기 초에 특별활동을 하라고 2학년 선배들이 교실에 다녀가더군요. 각 클럽의 광고가 뜸해질 무렵, 봉사부에서 방문을 왔더랬습니다. "우리는 봉사부다. 하는 일은 없고 가끔 운동장에서 담배 꽁초나 주으면 된다. 가입할 사람 손들어."꽤 살벌하게 생긴 선배였습니다. 우리 반에서는 저를 포함 3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6교시는 특별활동 첫날이였고, 저는 "봉사부"의 모임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한 교실에서 공존하고 있는 상반된 두가지 분위기에 저는 압도되었습니다. 오른쪽 1, 2분단 에서는 2학년 선배들이 책상위에 앉아 시끄럽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왼쪽 3, 4분단에서는 1학년 신입부원들이 살벌한 분위기로 앞을 바라본 체 정좌해 있었습니다. 저 또한 분위기에 눌려서 맨 뒷자리에 앉아 정좌 자세를 지켰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무엇엔가에 많이 찌든듯한 상을 하고 계셨고, 2학년 선배들과 우리 1학년들에게 이상 야릇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하셨습니다.
그 날 오후 자율학습시간에 교실에 돌아온 저를 같은 반 급우들은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어느 학급에나 한 둘은 꼭 있을 법한 똘마니처럼 생긴 친구 하나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인터렉트는 어땠어?" 인터렉트란 마포고등학교 봉사부의 정식명칭이었습니다. 전 별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자꾸만 저에게 친근한 표정을 지어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친구를 다그쳐 알아낸 얘기지만, 마포고 인터렉트란 클럽은 폭력서클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본래는 국제사회봉사활동 단체인 로터리 클럽의 후원으로 생겨난 인터렉트 클럽이고 한국과 일본의 고등학교들 중 다수가 인터렉트 클럽을 유치하고 있었지만, 마포고등학교의 인터렉트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니, 많이 달랐습니다. 저 때문에 역대 마포고 인터렉트 멤버들의 흡연율이 99%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마포고에는 삼개 축제라는걸 매년 개최하는데, 학교 전체가 몇달 간 클럽 위주로 축제 준비를 하고, 특히 1학년의 경우, 1학기는 거의 들뜬 분위기로 보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클럽들이 각자 이벤트를 맡아서 준비하는데, 인터렉트는 교문에서 기도 역할을 하기로...
...To be continued...
세월이 지난 후 같은 마포고를 저보다 5년 먼저 입학하고 졸업했던 친형의 졸업앨범을 살펴보다가, 마포고 인터렉트 사진 속에서 씨익 웃고 있는 형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마포고 인터렉트의 회장직을 맡았었다고...
생각 ¶
{{|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호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설사 그것이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확인시켜주고, 주제와 별 상관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주며, 심지어는 자신의 주장까지도 어느 정도 굽혀야 한다 |}}
노스모크에 와보니,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저런 대화의 요령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괴물눈깔도 한두번은 그런 시도를 해봤습니다만, 비위에도 안 맞고, 별 효과도 없더군요. 토론 혹은 대화를 통해 단순히 타협을 얻어내려 할때는 효력이 있지만,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할때는 오히려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정신없이 토론하다 보면 문득 위키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참여했던 본래의 자신과 다른, Kiwirian이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가장 무서운건 그런 흉칙한 모습을 본 순간 무의식적으로 자기 정당화를 시키려들고, 그 자각 자체를 망각하려들 때가 많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