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들 사이에 연관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철학과 수학이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는 고교생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교과서만을 읽는다면 말이에요. --아무개
노력에 의해서 탐구해야 할 만큼 그 연관점이 거창하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교과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아, 이건 저 과목에서 본 내용이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느낄 만한 바탕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거라고 봅니다. 또한 사실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kz
과목간의 연관점을 더 강조해야
저는 교과목간의절연을 보면서 저희 후배들이 만든 컴퓨터공학과 사이트를 떠올립니다. 그곳에는 컴퓨터공학의 주제나 수업별로 웹게시판들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컨대, C언어 게시판이 있고, 자료 구조 수업 게시판이 있고, 네트워크나 게임 게시판이 또 따로 있습니다. 사용률이 낮은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그곳에서는 어떤 부정적 어포던스를 제공합니다. 자료 구조 수업 게시판에서는 다른 수업 이야기가 나오질 않습니다. 또, 네트워크 게시판에서는 사람들이 3D 그래픽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소위 관리자가 적당한 원칙에 의해 게시물을 이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환경에서는 잡종적지식의 발생이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꺼내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픽과 네트워크, 자료구조를 엮어주는 이야기를 할 어포던스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디 마땅한 자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명시적으로 분류화된 게시판 제목들과 "서로 다른 영역" 게시물 간 링크걸기의 불편함 등은 사용자들의 인식 구조를 제한할 수 있을 겁니다. A와 B의 연결점을 찾기 보다, A에선 B를 말하지 않고, B에선 A를 말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제까지 제가 경험했던 교과체계와 수업환경에서는, 학생이 수학 시간에 윤리적이거나 역사적인 지식을 개입시키거나, 혹은 철학 시간에 물리적 지식을 끌여들이는 것을 격려하지 못했거나 혹은 문제시 했습니다. 제가 아둔해서였겠지만, 수학의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든 사람과 철학에서 말하는 피타고라스가 동일인(단순히 생물학적 동일인의 의미가 아니고 하나의 일관된 인격과 사상을 가진 동일인)이고, 또 수학과 철학은 피타고라스를 통해 서로 엮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학교를 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교과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목간의 연관점을 더 강조하거나, 학생들이 연관점을 찾을 마음이 마구마구 생길 그런 환경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창준
김창준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연관점을 찾을 마음이 마구마구 생길 그런 환경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과목 간의 연관점을 가르친다면, 그만큼 학생들은 자신들이 찾아낼 수 있는 연관점의 범위가 좁아질 수 밖에 없지요. 교과목 간의 연관점은 가르치고 배워서 얻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통찰(?)력'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또 그렇게 찾아내진 연관점이야 말로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요.) 연관점을 가르치는 것은 그야말로 또다른 '회색빛' 과목을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것 이외에 더 앞으로 나갈 건덕지가 없다는 것이지요. 또한, 두 교과는 내용상 본질적으로 다르다. 연관점이 없다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런 교과목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쓸데없는 연관점을 찾아내기 보다 그 교과목 자체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수 도 있겠지요.) --Croo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