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프로그램은복지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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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프로그램은 복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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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사회복지관련 교육을 마치고 여러 사회복지사와 시설원장들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민주당의 경선이 한참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치이야기가 나왔다. 대구 경북지역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민주당과 노무현씨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이었고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최고가는 신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산에서 당선된 안기부출신 정치인에 대해서는 ‘영웅’이라는 말을 하는 시설원장도 있었다. 젊은 사회복지사들도 원장과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사회복지사 한명이 완곡한 어조로 반론을 제시해 보았지만 곧 그 모임의 ‘주류’에 의해 '척결'되었고 주류의 성토는 계속되었다.

에피소드 2

아동복지 시설의 아이들이 모여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러브하우스’라는 온정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불쌍한 사람들’의 집이 멋지게 바뀌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몇몇 꼬마들이 저 사람들은 왜 이곳에는 오지 않는지 물어본다. 아무도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다.



위에서 열거한 두 가지 에피소드는 내가 직접 겪은 일들이다. 이 두 에피소드가 이 땅에서 사회복지가 처한 사회적 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언급해 본 것이다.

나는 이 양자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사회복지는 보수적일 수 없다. 사회복지는 사회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다시 사회 제 계층,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계급에게 재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문이다. 다시 말해 잉여가치의 분배영역을 대표하는 부문인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지형과 사상 속에서 진보와 보수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거칠게 선을 그어 보자면 생산부문을 강조한다면 보수적인 것이고 분배부문을 강조한다면 진보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떤 학자는 노동당과 보수당의 정책적인 차이는 단지 사회복지와 교육에 할당하는 예산 2퍼센트 차이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복지부문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복지계의 정치적 보수성,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보수성(?)을 너무나 쉽게 발견하게 된다.

현 정권의 가장 큰 성과가 사회복지예산의 확대라고 한다. 그런데 소위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한다는 모 정당은 현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이게 웬 달밤에 원숭이 하품하는 소리인가 싶어서 한참을 읽어보니 정부개입과 선심정책이므로 ‘낡은 사회주의 방식’이라는 주장이었다. 쓴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의 후진성과 재정의 빈약함을 이곳에서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 조차 사회주의 방식이라 몰아세우는 정당을 사회복지종사자가 지지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에피소드 2의 이야기를 해보자. 선진국에서는 일절 온정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는다. 한 개인의 불행을 선정적으로 방영하여 ‘눈물을 짜내는 것’은 사회복지의 본질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오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출연에 적합한 사람, 도움을 받기위해 기꺼이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베풀어지는 온정이 어떻게 사회복지의 가치와 부합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누구하나 거부감 없이 주말이면 온정프로그램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전화기를 들어 기부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방송을 탈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며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사회복지영역에 대해 가지는 일반인의 인식을 대표하고 있고 강화하고 있다.

온정프로그램이 나쁘다 좋다라는 가치판단의 진술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사회복지는 아직도 온정과 시혜라는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인 강자가 약자에게 몇푼을 베푸는 것이 사회복지라면 정치적 진보성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불쌍한 사람 좀 돕는 것이 사회복지라면 사회복지예산을 확충한다고 해서 굳이 그 정당을 지지할 필요성이 없지 않겠는가?

사회복지라는 개념은 국민 개개인의 복지권이라는 개념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가 없다. 국민 개개인이 정부에 대하여 복지권을 가지고 있고 정부는 이에 응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본질과 실천체계 어디에도 자선과 시혜가 자리 잡을 공간은 없다.

또 자선과 시혜가 아닌 이상 사회복지 종사자가 보수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복지부문의 파이를 줄이는 것이 보수라는 것을 똑똑히 안다면 말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이 확고할 때 사회복지부문의 사회적 위치가 분명해 지고 실천체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전문직으로서의 올바른 철학과 윤리성도 확보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의 전문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복지종사자들일 수록 그 전문성에 대해 더 강조점을 두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전문성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은 철학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전문기술이 축적될 때 형성되는 것이다. 기술적인 집적만을 가지고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는 없다. 기술자와 전문가는 다른 범주에 속하는 용어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돕는 과정의 부분적, 미시적 기술의 집합만으로 전문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사회전체를 조망하는 눈으로 사회복지가 어떤 위치에 서야하는 것인가를 보아야 한다. 그 전체를 조망하는 가운데 실천적 방법론이 발생하는 것이지 탈역사적, 몰사회적 실무지식의 집적이 올바른 사회복지실천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체사회 구조 속에서 사회복지를 본다면, 그리고 모순 없는 실천을 지향한다면 사회복지와 보수는 같은 배를 탈 수가 없다. 둘 중에 한 쪽은 배에서 내려야 한다. 지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지와 보수의 괴상망측한 동거가 어서 끝나기를 기대해 본다.
2002/10/31 이한얼 기자 yl2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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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프로그램의 뒷이야기

이 글은 다음카페 신경섬유종환우회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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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의견에 동감을 하는 이유는 병원24시를 출연이후에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방송을 보고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친모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어야 하는데 처리하지 않았고, 제가 선천적으로 얼굴기형이 심한 편인데 얼굴기형이 너무 심하게 나오도록 해서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게 하고, 원래 대구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오랫동안 진료를 받았었는데 서울까지 데리고 가서 촬영하는 바람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었습니다.
당시 대구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에서는 이상이 있다고 나왔었습니다.
지금의 건강상태는 최악이며,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저는 이제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면접보는 곳마다 병원24시 나왔었다고 거절하더군요..
병원24시 방영 후 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고 지금까지 사람들의 동정심 속에서 살고 있으며,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병원24시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만 이끌어 나가면 끝이겠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습니다.
일반 환자들도 마찬가지 이구요..
제가 한 예로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병원24시가 아닌 MBC우리시대 이야기 입니다.
우리시대에 출연하기 위해 저를 먼저 촬영 후 또다른 환우를 촬영하고 드디어 방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영 후 저는 아시다시피 상처를 많이 받았으며, 저희 환아는 환아를 방송에 내보냈다는 이유로 시아버지가 집으로 환아를 끌고가 3일간 밥을 굶기고 구타를 심하게 하여 환아는 현재까지 극심한 정서불안을 앓고 있으며 환아엄마는 시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를 공포와 두려움과 눈물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환아의 나이는 10살이며 심한정신지체와 신체적기형과 여러가지 질병이 있으며, 신체적이상으로 앉아서 생활을 합니다.(거의 중증 입니다)
여러 방송사에서 희귀난치성질환의 심각성을 알린다지만 방송프로그램은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가면서 방송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한사람이 보는 것만이 아닌 전국민이 다보는 방송이기에 더욱더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고 연합회 식구 여러분들도 방송출연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올바른 판단만이 최우선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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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잡종은 위와 같은 시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온정에 기대지 말자. 사랑의리퀘스트 시간에는 차라리 시민 단체 모금을 위한 쇼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 길이다.
좀 더 정책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는 거의 전무하니, 먼저 실시한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 최종욱

동의한표, SoWhat? - 이해는 갑니다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덧붙이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복지사 윤구현

오락프로에서 불우이웃돕기를 명분으로 내세워서 긴장감을 더 고조시키는 경우도 있다. 출연 연예인이 어떤 업무를 달성하면,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고, 실패하면 도울 수 없다는 설정을 통해, 그 연예인이 얼마나 인간답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는가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불우이웃을 돕는 것이 최종목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로그램의 정당성과 연예인의 인기획득의 이용수단이 되는 듯하다. 그것은 정치가가 선거전에 양로원과 고아원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sweetaby


잡종은 이번 꽃동네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 와는 별도로 PD 수첩에서 이야기 하듯 대형화된 복지시설은 좀 생각해볼만한 여지가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이후 사회복지의 주류는 탈시설화입니다. 예전같으면 보육시설(고아원)에 갔을 아이들이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구요. 무의탁노인들도 양로원이 아닌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합니다. 그게 더 많은 비용이 들지만 더 인간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소년소녀가장은 문제가 많은 정책입니다만.... 아무튼 저도 꽃동네가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그렇다면 정상적은 아닙니다. --윤구현

[http]꽃동네 오웅진신부 6월중순소환
[http]결핵환자의 대부 사랑의 보금자리 이정재 이사장의 두 얼굴

잡종이 생각하기에 복지시설의 비리의혹은 정말로 사회에 악영향이 크다.왜냐면 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와 같은 의식을 퍼뜨리게 함으로써 사회에 불신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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