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진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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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의 기무라에 의해 제창된 진화에 대한 학설로서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인해 나타나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하여 눈에 보이는 형질만이 아니라 유전자 자체가 중립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것을 밝힘.


중립진화설은 집단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결합시킨 창조적인 이론이다. 원래 집단유전학은 찰스다윈의 자연도태설과 멘델의 유전법칙을 통계적 방법으로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기무라는 유전자의 진화는 찰스다윈이 말하는 생존에 유리한 자연도태에 의해 유발되는 것 뿐만 아니라 생물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돌연변이가 우연히 확대됨에 따라 야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돌연변이의 실험적 연구가 진전함에 따라 거의 모든 돌연변이는 아무리 보아도 생물이 살아 나가는데 있어 유리하다고는 보여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간이라도 우수한 돌연변이가 있으면, 그것은 자연도태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종 전체에 확산되는 것이 진화라고 설명되고 있는데, 아무리 조사하여도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는 한, 공리공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 논리의 위기를 구제한 것이 중립진화설이다.

from 진화론이 변하고 있다, 전파과학사


분자생물학적인 증거에 의해서 major evolutionary force는 neutral mutation 과 random genetic drift 라는 것이 정설이라 합니다. 이것은 유리한 돌연변이가 진화를 이끌어낸다는 고전적인 관점에 배치되는 현상입니다.

기무라는 경쟁상대가 절멸하거나 신대륙이 출현하는 등 생물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해방된 공백상태에서 중립적인 돌연변이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다양한 변이종이 증가하여 공백이었던 환경이 혼란스러워지면 다시 자연도태가 작용한다는 이론을 전개하였습니다.

이것은 결국 선택적 압력이 진화를 일으킨다는 관점에서 한 단계 나아가서, 압력이 없을 때는 진화의 재료, 도구들을 만들고, 압력이 다시 주어지면 그것들 중에서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는 2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ocus를 맞추기에 따라서는 진화라는 것이 환경의 압력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와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중심을 너무 이동한 논리일 수도 있겠지만. ^^ --지상은

몇가지 모호한 부분


Q : 유전자의 진화는 찰스다윈이 말하는 생존에 유리한 자연도태에 의해 유발되는 것 뿐만 아니라 생물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돌연변이가 우연히 확대됨에 따라 야기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 수도 있다"는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해 주셨으면 합니다.

A : 찰스다윈의 진화설과 중립진화설이 다른 점은 돌연변이에 있습니다. 위의 문장에서 나타나듯 자연도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찰스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유리한 돌연변이(advantageous mutation)가 있어야만 진화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리한 돌연변이는 진화를 일으키기에 너무나 적은 숫자 밖에 일어나지 않으며, 유전자를 퍼뜨리지 못하고 random genetic drift 에 의해서 없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립적인 돌연변이(neutral mutation)가 진화에서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Q : Neutral mutation 과 Random genetic drift 의 개념

A : Neutral mutation 이란 바뀌어도 살아가는데 별로 지장이 없는 sequence에서의 mutation을 말합니다. DNA 3개의 code, 즉 하나의 코돈(codon)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다 : 1 의 대응관계로 만들죠. TAT와 TAC 는 모두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지칭하는데, TAT 가 TAC 로 변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mutation 이지만, 실제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은 똑같습니다. 더 나아가서 단백질의 일부분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부분일 경우에는 mutation 이 일어나도 기능상에 큰 차이점이 없게 됩니다. 이것이 결국 대립유전자(allele)가 되는 것이죠.

환경이 정말 빡세서, 어떤 기능이건 조금만 변해도 도저히 survive 하지 못한다면 조금만 기능이 떨어지게 만드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모두 자연도태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선진국에서는 일단 태어나기만 하면 기능적으로 좀 결함이 있어도 대부분 살려냅니다. 결혼해서 애도 가질 수 있구요. 따라서 몇천년 전에는 deleterious mutation 이었던 것도 이제는 neutral mutation 이 되어서 충분히 survive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강한 진화의 압력 밑에서는 당장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GreedyAlgorithm 에 가까운 현상이 일어나지만, 환경이 느슨하면 보다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그로 말미암아 한 종이라는 LocalOptima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Random Genetic Drift 라는 것은 allele frequency 가 natural selection 에 의해서가 아니라 sex 라는 random sampling 에 의해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윈의 모델은 유리한 유전자가 살아남아서 많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유전자들을 sex 에 의해서 계속 섞다 보면 나중에는 특별히 유리해서가 아니라, 그냥 통계적인 현상으로 한 유전자 쪽으로 몰린다는 것입니다. 주머니 속에 빨간공 10개, 흰공 10개 넣고 이 중에서 random 하게 10개를 뽑아서 다시 그것을 두배해서 새 주머니에 넣고... 이런 것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전부 빨간공이 되거나 흰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공 개수가 적을수록 빨리 한쪽으로 몰리게 되고, 500 이상이면 왠만해서는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계속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특별한 진화적 압력이 없이도 유전자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염색체 간의 recombination 이 일어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겠죠.

Q : 'Random Genetic Drift'에서 랜덤이란 용어가 참 맘에 안듭니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Random'이란 용어의 사용은 고쳐져야 할거 같습니다. 실제로 생명체의 유전자가 주머니 공 뽑듯이 랜덤한 (랜덤하게 작용해서 의미를 가질수 있는)모델일지 의심이 드는군요.

A :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 Random이란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기존의 진화론과는 다른 충격을 주는 것입니다. 요약해 보면, "진화란 것이 환경 변화에 의한 진화 압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deterministic한 현상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non-deterministic하고, Random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현상이었다."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생명체는 내재적으로 스스로 진화할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세계 속에서 통계적 현상은 따로 불러와야 하는 모듈이 아니라 built-in 함수에 가까우니까요. Random Genetic Drift에 대해서는 Fundamentals of Molecular Evolution p.47, Human Molecular Genetics p.212, Statistical Genomics p.29, 등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이것은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니체의 영겁회귀 사상을 허무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논란이 있습니다.) 동양학에서의 세계관도 어떤 면에서는 정말 허무합니다. 진자운동처럼 이쪽에서는 저쪽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고, 저쪽에 가면 이쪽으로 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게 계속 반복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것들이 전혀 허무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허무하지만, 개인의 욕심과 우주의 욕심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公"과 "私" 가 다른 부분이고, 이러한 차이가 도덕경에서 말한 "天地不仁", "聖人不仁"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천지와 성인은 極公하여 無私합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 이상의 목적도 욕심도 없습니다.

지상은 개인적으로는 이 Random 이 정말 Random 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의 空이라고 생각합니다. ^^

coincidential 어떨까요? --아무개


Q : 다양한 변이종이 증가하여 공백이었던 환경이 혼란스러워지면 다시 자연도태가 작용한다
"혼란스러워지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여기서 "자연도태"가 기존 다윈이즘(혹은 신다윈이즘)에서 말하는 자연도태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그 자연도태 성립의 조건들과 여기서 말하는 자연도태 성립의 조건들이 같은지 아닌지, 다르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중립적 돌연변이의 확산이 진화의 원인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A : "혼란스러워지다" 는 것은 선택적 압력이 다시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책에 나온 내용의 인용이기 때문에 학술적 용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자연도태"의 개념에 있어서는 중립진화설과 다윈이즘과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립적 돌연변이의 확산이 진화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면, AIDS 에 잘 안 걸리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더니, transmembrane 단백질인 CCR-5 의 일부분의 deletion 으로 인해서 HIV-1 바이러스가 T-cell 에 침입을 못한다고 합니다. 이건 분명히 AIDS 때문에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미리 중립적인 돌연변이가 있었고, 그것이 나중에 AIDS 라는 상황과 match 가 된 것이죠.

따라서 진화란, 압력이 주어지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과 더불어, 압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random 하게 만들어 놓았던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가 압력이 발생하였을 때 선택됨으로써 이루어진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내부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 놓고, 외부에서 match 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연관을 짓는다는 것은 중요한 하나의 strategy 가 아닐까 싶습니다. NoamChomskyTransformationalGrammar에 근거한 면역계의 항원-항체 반응 설명 모델인 IdiotypeNetwork 가 대표적인 예가 되지 않을까 싶고, 좀 다른 경우지만 양명학에서의 良知說과도 일치하겠군요.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와질 때 일어나는 현상
중심을 너무 이동한 논리일 수 있다고 인정하셨지만 논리적 비약인 듯.
인정합니다. ^^

중립진화설이란것이 기존의 진화론, 다위니즘, 자연선택과 그렇게 많이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위의 논리대로 기존의 이론이 유리한 유전자가 만들어지는것이라고 한다면, 중립진화설역시 그 이론을 벗어날수는 없을 듯 보여집니다. AIDS의 예에서 비록 현재는 랜덤하게 생겨난 AIDS에 안걸리는 유전자이지만, 만일 전인류가 AIDS로 인해서,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다면, 그 유전자는 분명 유리한 유전자이고, 이는 자연선택될것입니다. 중립진화설의 핵심은 특별히 유리할꺼없이 랜덤하게 돌연변이가 생긴다는건데, 그건 왠지 기존의 생물학하시는분들이라면, 다 인식하고 있을것같은 생각입니다.

미생물돌연변이 실험하시는 분들은 이런 진화를 매번 경험하실겁니다. 특정 영양분의 소화기능이 없거나, 특정 독성물질에 저항을 갖는 돌연변이를 만들기위해, 자외선 및 발암물질(발암물질이 곧 돌연변이원이죠)을 써서 말그대로 무식하게 마구잡이로 돌연변이 시켜댑니다. 이렇게 해대는데 특정한 돌연변이가 쉽게 나올리가 없죠. 하지만, 며칠이고 몇달이고 하다보면, 그런넘이 나옵니다. 운좋으면 하루만에, 운나쁘면 학위기간내내 안나올수도 있는 말그대로 랜덤의 가능성을 기대하죠. 이걸보고있노라면, 진화는 그리 멀게느껴지지만은 않는다는게 느껴집니다. --yong27

Neutral theory에 대해 재미있는 글들이 있는 장소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곳에 글을 올린 분들은 Dr. Kimura의 스승, 제자, 혹은 동료들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옛날 일들 회상하면서 써놓은 글들을 보니 재미있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참 좋습니다.
http://hrst.mit.edu/hrs/evolution/public/discussio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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