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신하균,배두나,송강호 주연
신하균,배두나,송강호 주연
2002년 onelive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였습니다. 영상이나 내용이나 사운드나 모든것에 있어서 말이죠.
토요일, 비디오 방에서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 짜임새도 좋았고, 스토리도 괜찮았고, 배우들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재미있었다. 재미...근데, 좋아할수는 없는 영화였다.
처음 받은 느낌은 "뭔가 잘린 영화"보는 느낌이었다. 예를들면...피터 그리너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나 "영국식정원 살인사건"같은.물론, "뭔가 잘린 영화"들이 그렇듯이, 앞뒤 연결이 안되진 않는다. 그건 의도된 생략 편집이니까, 그 "생략"과 "편집"에 대한 설명들이 모두 있다. 신하균이 뭔가를 씹어먹는 씬 이후에 "그 놈 진짜 잔인한 놈이야. 피해자들 옆구리를 갈라서 신장을 꺼내갔어!"라는 대사가 신하균이 씹어먹던것이 신장이라고 설명해주는(난 처음에 신하균이 먹고 있는게 진통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식의 설명이 있는데도 보는 나는 뭔가 답답하고 뭔가 모자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뭔가 잘린 영화"같은 것이다. 마치 몸에 꽉끼는 작은 옷을 입은 느낌이나, 작은 통속에 내용물이 너무 많아서 곧 터질것 같은 느낌...그런 느낌이 끊임없이 들었다.
영화의 내용은...아주 싸늘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어릴적에 개미를 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불에 태우기도 하고 다리도 떼며 놀았다는 잔인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잔인한 놀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다. 신하균도, 송강호도, 배두나도, 심지어 남의 장기를 팔아먹으며 사는 가족사기단 3인조도 모두 철저하게 짓밟히고 고문당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그냥 무너진다. 이 영화는 이렇게 무너지는 약자들을 "그냥" 보여주는 것이다. 구조적인 결함, 모순,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불행등이 그들을 물에 빠뜨리고, 불에 태우고, 다리를 떼어내도 그들은 그냥 죽는수밖에 없다. 그들을 보는 렌즈의 시각은 엄청나게 싸늘한데-어느 정도냐 하면-보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다. 동정이나 연민의 여지는 단 한조각도 없는 싸늘한 시각이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이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잔인성이니, 과격함이니, 뭐 그런건 사실 별로 거리끼지 않았지만, 그 피가 어는 듯한 싸늘함만은 정말 불편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는) 재미는 있었지만 좋아할수는 없는 영화인 것이다.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이 영화가 그냥 "묻히다시피" 사라진건 안타깝다. 영화제에서 시상후보로조차 빠진데는 분노까지 느낀다. 휴머니즘, 좋다. 감정이 철철 넘치는 영화들, 인간냄새가 나다 못해 악취까지 나는(몇몇 있다-.-)영화들, 좋다. 하지만 이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싸늘하게 지켜보는 영화, 아주 싸늘하게 "이게 네가 사는 세상이다"라고 보여주는 영화, 냉혹한 세상을 그냥 보여줄 영화도 말이다. 혹시 이영화가 그냥 사라져서 앞으로 두번다시 이런 영화가 안나오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든다.(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써늘함이 지지리도 인기없는 한국이라면 더더욱)
괜찮은 영화니까 강추하고 싶지만, 그 섭씨이하의 싸늘함을 견딜 각오는 하고 봐야할 것이다. --황원정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서 느낌은 소리가 가져올 수 있는 공포였다. 장면들 중간에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이 공포를 증폭시켰다. 작은 장면들도 뭔가 필요가 있어서 넣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어떤 식으로 변해버린것인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는 소름이 있다.
-- dyaus
2003년 6월 현재, 영화 와일드 카드를 보는동안 황원정은 끊임없이 이 영화를 떠올렸다.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뭐 굳이 와일드 카드의 흠을 잡자는 것도 아니고, 그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도 아니며, 복수는나의것을 그렇게 좋아했다는(오히려 좋아할수 없었다-.-) 것도 아니다. 단지 너무나 지겹고 짜증스러웠다. 이제 저런식의 스토리 텔링은 그만했으면...하는. 그러면서 얼어붙는 듯한 냉기를 내뿜어댄 이 영화가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그러한 진저리치는 냉기가 흐르는 영화가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 경찰영화든 범죄영화든...그 무슨 영화든, 우리나라의 영화는 인물들과 너무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