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안에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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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과 사회적 행동까지도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각을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이라고 한다. 에드워드윌슨의 "사회생물학", 리처드도킨스(RichardDawkins)의 "이기적유전자" 같은 서적에서 이러한 입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스티븐로우즈 등은 "우리유전자안에없다" 에서 이러한 입장을 극단적인 환원주의(reductionism)라 비판하고,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사례를 들어 반증하고 있다.

이 논의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결론이 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이론이건 게놈프로젝트나 포스트게놈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서 한차례 refactoring 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리 앞서서, 이러한 두 입장의 절충으로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구에 대한 설계도를 가지고 항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지나자 배들이 와서 정박하고, 물건을 팔고... 시장이 생기고... 하지만, 과연 항구에 배에 대한 설계나, 시장에 대한 설계가 있었겠는가? 물론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항구가 생기면 그것은 반드시 따라서 생기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와 정신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유전자가 개체의 생물학적, 사회적 행동을 case 문으로 기술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전자는 항구를 만들지만 배를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배는 항구에 깃든다. 그렇다면 배는 누가 만들었는가? 배는 누가 만든 것이 아닐 것이다.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서 "창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See also 창발성

아니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단 "우주정신"이라는 것을 가정하자. "道"라 불러도 좋다. 우주정신의 유전자는 무엇인가?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가? 그것은 사물 하나하나에 깃들여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생명체 또한 사물이다. 따라서 일종의 Meme 로서 "우주정신"을 복제해오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원래 내장되어 있는 built-in function 이니까... 이런 가설 하에서는 "인간정신"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동양의학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식

Q : 거대한 우주정신의 Sup에서 퍼담아 왔다는 설명인가요? 전에 이야기한 의식과 정신은 다른개념으로 사용하신건가요? 만일 같은 개념이라면 무생물의 의식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요? 무생물이 self와 non-self를 구분할 수는 없을거구요...

A : 네. 관점이 좀 틀립니다. 의식의사차원적진화토론에서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을 기준으로 진화에서의 의식의단계를 나누었죠. 기준은 어디까지나 "의식"이었습니다.

여기서의 "정신"은 좀 다른 개념으로 쓰였습니다. 이것은 "물질과 정신", "구조와 기능"에서의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그것을 "정신"이라 부르건 "기능"이라 부르건, "道"라 부르건, "음양오행"이라 부르건, "神"이라 부르건, "佛性"이라 부르건 다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다 분명하게 하고자 한다면, "구조"에 상대되는 "기능"이라는 말로 한계를 지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동양철학에서는 "기능"이란 말보다 "음양오행"이라고 하면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우주도 "음양오행"으로 작동하고, 개별 사물도 "음양오행"으로 작동합니다.

"정신"이란 "기능"은 음양오행의 분화과정인 "土化作用"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들이 무한하게 분열하여 많아짐으로써, chaotic 한 차원의 질서가 도입되고, 전체 시스템이 내, 외부의 조그마한 자극에도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中"이라는 평형상태를 이룹니다. 바로 여기에서 자유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주도 이러한 기전에 따라서 "정신"을 가지고, 생명체도 이러한 기전에 따라서 "정신"을 가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 사물에서는 "정신"이라고까지 말하지는 않죠. "의식"이 너무 낮으니, 그냥 "기능"이라고 부를 뿐이죠. 하지만 결국은 전부 동일한 프로그램, 동일한 기전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정신"과 "의식"을 좀 다르게 썼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범죄와 유전

Q : 영토모때 범죄가 유전이냐 아니냐로 짧은 논쟁을 한 적이 있었죠. 저는 결정론 쪽에 서 있었고... 우연히 '인간은 유전자로 결정되는가'하는 책을 보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선이 그어진 것도 없고, 더더욱 회의주의에 빠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은 '인간의 유전과 환경'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만족스럽지는 않고, 결정론에 대한 인간의 조급증으로 인해 자칫 사기극에 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때 피가 차가워지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유전이다 아니다'와 관련한 사기극은 본의 아닌 실험요소의 부재로, 혹은 드물게 고의로도 만들어지는 상황이군요. 아마 현재도 생물학적 결정론과 관련한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겠죠. 완벽한 유전자 지도가 만들어진다면 많은 것들이 명확해질까요? 우린 끊임없이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진 않을까요? --HeesooPark

A : 완벽한 유전자지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의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죠.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면이 없지 않지만, 최근의 주류를 차지하는 의견으로는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기능까지를 포함한다면, 최소한 수십년 내에는 완벽하게 밝혀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비유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외국인이 우리 나라 말을 배우는데, 국어사전에 실린 단어들을 용례나 설명은 거의 없이, 단지 단어들만을 추려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들도 전부는 아니고 일부겠죠. 이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단어들을 유전자로 본다면, 지금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genome 은 단어의 원형에 해당하고, proteom 은 단어의 활용형에 해당하는데, 원형도 전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죠. 그리고 단어들이 어떻게 합쳐져서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더더욱 희박합니다. 유전자와 기능이 1:1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 졌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가 거의 알지도 못하는 언어에 대해서 사전을 만들어야 하고, 문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무슨 유전자 검사 해준다 뭐 그런 것들은, 대부분의 모르는 단어로 구성된 긴 문장에서 아는 단어 하나 나오면, 그것 가지고, 그 문장이 어떤 내용인지를 설명해 준다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1996년도에 제가 어떤 선생님에게서 이런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Genome project 만 끝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모든 질병은 다 극복될 것이고, 한의학 같은 것도 사라질 거라고... 전형적인 과학자의 오만이었죠.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범죄와 유전의 상관성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있어서 저는 좀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 가장 안전하게 얘기하는 건, 유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신뢰구간을 너무 넓게 잡으면, 결국 아무 것도 얘기 안 하는 것과 같겠죠. ^^ 그래서... 약간 더 나아간 가설을 생각해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전과 환경 양쪽의 영향을 다 받으면서, 선악을 dynamic 하게 넘나들면서 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과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도 물론 있지만, 이들은 어떤 한계, 임계점을 넘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런 사람들이 극히 소수인 것 같습니다. 만약 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악하다고 해야 하고, 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threshold 가설 하에서는 그 사람이 결정론적으로, 유전적으로 악한 범죄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되겠죠.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가족끼리는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할 뿐 아니라, 동일한 환경을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환경도 유전하는 거지요. 그래서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안에 있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범죄 성향이라고 한다기 보다는, 특정 범죄에 대한 성향이라고 하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군요. 사람마다 모두 취약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성에 대한 유혹에 약하고, 어떤 사람은 재물, 어떤 사람은 권력... 등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약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범죄 성향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모두가 그것이 잘 드러나건, 잘 드러나지 않건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개인차에 대한 개념이 곧 체질의학의 근거이기 때문에, 유전학, 유전체학의 발전을 통해서 이런 수준까지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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