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Tabula R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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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페이지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TabulaRasa)'와 같다. 작가에게는 빈 원고지, 화가에게는 빈 캔버스와 같은 것이다.

웹페이지의 텍스트 모드 우호냐 그래픽 모드 우호냐 가끔 논쟁이 벌어지는데, 이 논쟁이 단순하게 텍스트 대 비텍스트 논쟁이 안되었으면 한다. 논쟁의 촛점은 홈페이지의 주제를 '텍스트든 그래픽이든 이러한 표현수단을 적절하게 사용하였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see also 이미지와텍스트)

텍스트 모드를 선호하는 이들은 '이미지정보'보다는 '활자정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며, 주로 학생, 강사, 프로그래머, 작가 등 자신이 글을 창출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논문, 프로그래밍 소스, 소설, 에세이, 비평 등을 우선으로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어서 graphic 모드에 관심 없고 비우호적인 것은 아닐까.

[http]사이키델로스를 보자. 이 곳의 주인은 음악과 하루에 한번씩 올리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비록 글로 구구절절히 묘사하지 않더라도 이미지 한장은 충분히 자신을 표현하는데 충분하다. 더 나아가 로딩시간이 제법 걸리는 플래쉬로 만든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로딩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로 플래쉬 플레이어가 설치되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훌륭히 표현하고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클림트 웹사이트 (예를 든 두 사이트는 배경음악도 들어있다.)

직업적인 필요에 의한 그래픽모드가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나 웹디자이너는 제외하더라도, 개인이지만 그래픽이나 이미지, 사진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이나 그림 등을 취미생활로 삼고 있다. 사진이나 그림은 해상도가 좋고 크기가 클수록 데이타가 커지고 로딩이 길어진다.

80년생 이후 세대들은 웹사이트에서 만큼은 보다 감각적이고 자유롭고 개성이다. 이들 세대는 느낌과 이미지를 보다 중시한다. 인터넷은 한국의 획일화된 교육제도에서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는 공간이기도 한다. 예제 사이트를 곧 추가하겠습니다 (이들은 개성을 중요시 한다고 해서 자폐적으로 틀어박히지만은 않는다. 친구사이인 프로그래머, 음악애호가, 일러스트레이터, 로모그래퍼, 영어학습담당 5인(모두 80년생)이 공동운영하고 있는 [http]피종의 홈을 보면 위키위키일반게시판의 장점만을 따서 자체개발한 게시판도 무척 참신할 뿐 아니라 공동운영 웹사이트의 좋은 모델로 보여진다.)

웹페이지를 책에 비유해 보자. 책은 백지를 어떤 내용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이론서, 소설, 화집, 사진집, 만화책, 포르노 잡지, 황색잡지가 되고 종이의 질과 제작비용이 달라진다. 웹이라는 가상공간도 내용과 표현방법은 무궁하며 오프라인만큼의 창조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graphic 모드를 싫어하는 것은 자신이 평소에 소설책을 담고 다니는 가방에 크고 크고 두껍고 무거운 화집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다듬어지지 않고 얕은 인식의 글이 올라온 웹사이트나 커다랗고 무의미한 이미지를 통째로 올려놓은 웹사이트나 둘다 지양해야 하는 바다. '이미지 공해'가 있듯이 '활자공해'도 있다. 우리가 따져야 하는 것은 텍스트나 그래픽과 같은 '표현수단 자체'가 아니고, 이 표현수단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하였는가이다. 텍스트든 그래픽이든 제작자나 보는 사람이나 양쪽 모두 안목이 높아져서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탈컨텍스트적(이미지에도 컨-텍스트가 있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원주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상대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5000여개의 언어 중에 문법적 주어가 목적어에 선행하는 언어(SVO, SOV, VSO)가 99%에 달합니다. 확률적으로라면 50%가 되어야 하지요. 이것이 바벨탑의 증거일까요? 청중이 모두 인간인 이상 어느 정도 공유된 선호도와 효과의 차이는 있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생리적 조건에서 온 것이건 아니면 우리의 공통 환경에서 온 것이건 말이죠.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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