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이 좋은 사연들 ¶
저는 물내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물결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만지는 것도.. 반짝이고, 흔들리고, 출렁이고, 손에 쥐면 흘러내리고... 온탕에 가만히 앉아서 물만 줄곧 바라보면..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 편안함. 어머님의 따스함과도 비슷한...
혹자는 자궁퇴행을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만, 전 가끔 대지모신의 존재를 느끼곤 합니다. 인격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그 거대한 따스함.
짝사랑에 실패하고 나서,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또 한번 그런 느낌을 받았죠. 막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 죽고 싶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주 높은 절벽이었긴 합니다만. ^^;;
그러고보니, 언젠가 집에 들른 스님이 "이 애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라고 했다나?? 믿거나 말거나..
갑자기 배화교 이야기가 나오길래 끄적거려 봅니다. 그럼 전 배수교 신자입니다. ^^;; --레이옷
저도 물을 바라보는 것 좋아하지요.(앗,배화였다 배수였다 이리저리...) 그래서 차타고 한강다리 건너는 것도 좋아합니다. 강물에 햇살이 닿아 반짝거리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죠. Sunshine~ on the water looks so lovely... (한강때문에 서울 사는게 견딜만 한지도...)
깊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난간에 서서 큰 물속을 바라보고 있으면 뭔지 모를 흡인력을 느껴 무서워집니다. 어릴적부터 물을 좀 무서워했었는데, 수영을 배우면서 많이 극복했어요. 요즘은 오히려 물속에 잠겨있으면 편안하고,안락함을 느낄정도가 되었습니다. (얕은 곳일 경우만!^^)
비오는 날도 좋아해요. 팍팍한 공기에 습기가 어리면서 숨이 쉬어지지요... --Felix
흡인력이라고 하시니.. 떠오르는 기억 하나. 여름 엠티를 바닷가로 갔었는데요. 다들 그러듯이 바닷가에 모닥불을 피워두고.. 랄랄라~ ^^;; 근데 반골 기질이 있는지.. 무리에서 떨어져서 패거리들이랑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문득 바닷물에 발을 담궜는데 슬슬 끌려가더군요. 바다가 막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허헉.. 정신을 차리고 나니.. 겨우 무릎까지만 잠겨 있었음.. (목인 줄 알았죠? 크크) 잠시 소름이 끼쳤었는데.. 흠..
가만히 생각해보니..
- 끌려감 --> 술에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함. 바닷가는 미끄럽다.
- 따뜻함 --> 여름밤의 바닷물은 원래 따뜻하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자랐고,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도 마루에서 서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았다. (반갑습니다. 전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김창준 바로 그곳이 제가 산 곳입니다 --; 혹시 우리는 국민학교가 같거나, 중학교가 같거나, 아니면 유치원이 같을 수도 있겠군요. 다음에 한번 추적해보죠? ^^)
고향을 떠난지 4년이 넘어간다. 나는 고향을 생각하면 바다가 생각난다. 짭짜름한 소름기 섞인 바다내음은 언제 생각해도 즐겁고, 수많은 사연과 추억들을 불어 일으킨다. --P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