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평등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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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이지에서 노스모키안들의 대화 일부 :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아말감씨가 그곳 원장님이 남자라고 했었던것 같은데...
에? 아닌데요..^O^;; --아말감
나도 남자원장님이라고 하신 줄 알았음...
음..생각해보니 나는 남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다른 회원들은 다른 얘기에서 나왔던 남자미용사와 자연스럽게 헷갈려버렸다는 것은..미용사 '아줌마'라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일듯. --아말감

노스모키안들간에 사소한 대화중 위의 이야기는 언어가 평등하지 않음을 시사해준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한남자가 골절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응급실에 가니 응급실을 지키던 전문의가 뛰어나와 "아이고 우리아들이 다쳤네!!" 했다. 이 의사와 피흘리는 소년의 관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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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답은 -- 이의사는 소년의 엄마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중 전문의라든가 변호사, 소설가, 국회의원..이런어휘에서 우선 남성을 떠올린다.

hahaha. 어쩔 수 없이 저 얘기만 들으면 생각나는 나으 에피소드 하나. 중학교 들어가 영어시간에 저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그 의사가 엄마라고는 상상도 못했답니다. 그 이유가. 영어는 여성명사에 -ess 같은 걸 붙이쟎아요. 그래서 doctor도 당연히 doctoress 쯤 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ㅎㅎㅎ. --worry


아 근데요, 발사의철칙미용사의철칙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만들라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발사와는 관련이 없었죠. 그런데, 발사의철칙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중에 Jimmy님이 껴들어서 진짜 발사의철칙처럼 되어버린 것이죠. 헥헥..-0-;; 아말감


위에서 예로든 "의사"하면 남성을 떠올리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데, 어찌 보면 -- 이제껏 한국 의사의 남녀 성비를 생각할 때 -- 당연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이고, 이것은 언어적 문제라기 보다는 실세계에서의 역할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제까지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디었다는 점, 이것이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왔건, 우리의 언어적 불평등에서 왔건 이를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많은 여성이 "직접적으로" 사회로 나갈 길을 열어 주고 그들을 격려/자극하는 것이다. 언어사용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김창준


위의 "의사와 아이" 얘기가 내가 아말감님의 말을 듣고 남자원장님으로 생각한 것과 도대체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는지 안그래도 상당히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는데... 유월씨 말대로 두 가지는 다른 문제인듯. 나도 그 '이발사'라는 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였으니까. 이건 "전문직"에 있는 사람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하겠고 이런 사회적인 인식의 경향성은 더구나 언어의 문제도 아닌 것같고. --우산

이런 사회적인 인식의 경향성은 더구나 언어의 문제도 아닌 것같고.



제가 말한 "이런 사회적인 인식의 경향성"이라고 했을 때의 '이런'은 미용사니 이발사니 그 논의를 말한 게 아니라 구체적으론 그 문구 바로 앞에 쓴 '전문직 직업을 듣고는 남성으로 인식하는' 걸 지칭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가지는 좀 다른 차원의, 그러니까 구분되는 논의라는 게 요지였구요. --우산


또다른 맥락이긴 한데 ... 에 관한 토론에서 색깔의 인식과 관련 색깔은 불평등하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떠올린 내용이니 이글의 흐름과 또 다른 논의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언어에도 이런 시스템이 작용한다. 의미론(Semantics)은 물론 언어의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는 내용중에 marked/unmarked(유표적/무표적)를 따지는 것이 있다. old/young, high/low, wide/narrow, tall/short 에서 전자는 unmarked의 속성을 갖는다. The baby is one month old 라는 문장이나 How tall is he? 라는 문장에서 old나 tall은 기실 '늙다', '키크다'전제의미 없이 중립적인 '나이' '키'등을 가리키지만, How short is he? 하면 '키가 작다'는 전제가 스며있다. 이경우 '유표적(marked)'으로 사용된다. 영어에서 male과 female, man과 woman를 봐도, 전자는 무표적이고 후자는 유표적이다. 전자의 단어에 fe-니 wo-니 하는 접두사를 붙여서 그 변화형으로(일종의 예외적인 것) 사용하기 때문에 유표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어에선 "남자" "여자"로 부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없다.

또, 흔히 말할때 '크다-작다', '엄마-아빠', '남녀노소',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할머니-할아버지' '왔다리갔다니' 습관적으로 순서가 정해진대로 말을 하곤 한다. '많고적음(多少)'라고 표현하지 '적고많음'이라고는 잘 안쓴다. 물론 이러한 예는 구어체인가, 문어체인가에 따라서 순서가 바뀌기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순서의 문제를 무표적/유표적의 구도에 넣기는 힘들 것 같다.

결혼식 폐백때 어르신들이 신랑신부(이크 신랑이 먼저군)에게 밤,대추 던져주면서 아들, 딸 많이 낳아서 잘 살아라!라고 축복해준다. 오래전 가족계획 표어중에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게 있었다. 아들이 먼저인 한국인의 의식을 의식한 표어가 아닐수 없다. 남녀, 아들딸, 신랑신부, 부모님 이런식으로 나가다가 정작 할때는 ladies first다 년놈이.... 이를 남녀불평등의 논점에서 보기보다는 한 문화공동체에 내재된 선호의식의 관점에서 되짚어볼 수도 있겠지만 -- 언어는평등하지않다 -- 앞서 오는 것에 대한 선호에서 그 순서가 결정되었다기 보다는 동양권의 코스몰로지와 우연성의 결합물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과거에는 AB의 순서였다가 요즘 와서 BA의 순서가 된 낱말도 상당수 있는데 여기에 어떤 뚜렷한 선호 구조의 변화가 있었다고 추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동양권의 조어구조가 양+음의 순서(남녀, 대소, 명암, ...)라고 아주 거칠은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단어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어를 한두가지 요인에 끼어맞추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왔고, 또 언제나 실패해 왔다. --김창준 Jimmy
이제보니까 '양음'이라고 안하고 '음양'이라고 하는군요. --tomoyo

위의 외과의사 사례는 독일어에서 나왔습니다. 독일어의 경우 성별에 따라서 여성형접미사 -in을 붙여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Arzt가 의사면 Arztin은 여자의사, Student가 학생이면, Studentin은 여학생이지요. 한국과 달리 이 여성형접미사를 붙이지 않으면 무례한 것으로 인식됩니다. '여의사', '여직원' 이러면 좋은 반응을 못 얻죠?
독일어에서 외과의사가 Chirug인데, 이상하게도 이 단어에만 여성형 접미사가 붙지 않습니다. Chirugin이라고 쓰지 않지요. 그러니 Chirug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독일사람들이 남자의사를 떠올리죠. 위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남자가 골절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응급실을 지키던 외과의Chirug가 뛰어나와 "이런! 우리아들이 다쳤네!!" 했다. 그런데 이 외과의사는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러면 이 외과의사와 피흘리는 소년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 이야기를 보고, 의사가 엄마라고 생각하는 대신, 사람들은 소년의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는 결론을 내리는게 보통이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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