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학도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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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어느날 저녁밥을 먹고 포항공대 미래길을 걸어오던 중에 김우재의 머리속에 스친 단상이며, 어떤 통계나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공계기피현상이라는 현상을 두고 사회일각에서 말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공계열 지원율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 이 현상이 오래 갈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인문학도 이러한 위기를 한번 격었고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이공계열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이언스키드의생애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현재 이공계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가 최고의 꿈으로 대접받던 시기에 "괴짜박사" 혹은 마징가제트에 나오는 로봇박사님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이길로 들어 선 사람들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이 이런 순순한 꿈에서 시작되어 그 꿈을 이루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사회는 정말 이상국가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멀기만 한 이상국가...

이공계열 대학원생들은 보통 아침 9시에 출근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고 5시쯤에 저녁을 먹으며 밤 12시쯤 퇴근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엔 쉰다고 이야기 하지만, 효과적인 연구를 위해선 주말도 순순히 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물론 방학 같은 것은 대학원에 입학하는 순간 반납해야 합니다. 여름쯤에 일주일정도의 휴가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죠. 물론 최근 유행중인 벤쳐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압니다. 문제는 생활의 질입니다. 제 연봉이 일년에 800만원정도 됩니다. 그중에 440만원은 등록금으로 바쳐야 하니까 360만원인 셈입니다. (이건 최고의 시스템이라는 포항공대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40만원도 안되는 월급에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며 살아갑니다) 어쩌다 술이라도 마시려면 없는 돈까지 짜내야 하는 형편입니다. 물론 대학원생은 배우는 학생입니다. 돈을 바래서는 안되겠죠. 그런데 외국에 유학을 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부럽고 화가 납니다. 연봉 만오천불에서 2만불을 받으며 대학원 생활을 하고 등록금이 면제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말이죠. 독일은 대학등록금이 없다고 하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한 부아가 끓어 오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굳이 기초과학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말은 않겠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하는 일이 회사원이 하는 일보다 대접을 못받고, 어떤일을 이룰만한 최소한의 요건이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적당한 보상이 있어야 움직이는 법입니다. 신바람 이 있어야 일을 하는 법입니다.

저도 YouSeeWhatYouWantToSee 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자식은 이 바닥에 절대로 들여놓지 않겠다" 는 이야기를 할때 마다 가슴이 철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초과학에 투자한 나라치고 잘 안된 나라가 없습니다. 지붕은 기둥을 세운후에야 올리는 법입니다.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월급을 인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이공계기피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과학의 후진성은 결코 인적자원의 부족이나 수준이하 때문이 아닙니다.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오늘도 밤새 켜진 형광등을 보며 씁쓸히 기숙사로 돌아가야 할까 봅니다. --김우재


김우재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주말도 없이 계속되는 하루 13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에 연봉 800만원이라, 문제가 심각하군요.거의 노동착취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등록금까지 마련하고. 정말 우리나라 과학자들 대단하네요. 근데 혹시, 그거 아세요? 학교다닐때 어떤 선배한테 들은 얘긴데요. 우리나라 공대 교수들, 외부 프로젝트 수입 항목 중에 인건비 있잖아요? 그게 100% 학생들한테 주는 게 원칙인데 대부분 교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죠. 그렇게 학생들 노동착취해서 차사고 집사고 술마시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순진한 학생들만 속고있는거죠.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김우재님. 그러니까 일에 너무 목숨걸지 마시고 쉬엄쉬엄 적당히 하세요. 그리고 파업을 하던지 노조를 결성하던지 님이 가진 지식과 재능의 가치만큼 댓가를 받을 때까지 투쟁하세요.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김우재님은 과학적 재능 만큼이나 훌륭한 문장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근데 제가 쓸데없는 글을 너무 길게 썼나 봅니다. --늘이
어떤 선배한테 들을 말을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기전에 리나라교수의현실부터 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ennis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가끔 밤늦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거나 새벽에 학교에 올때면 여전히 불을 밝히고 이공대 연구실들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이 있기에 이정도(?)나마 사회 일부분이 돌아갈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루 열시간 이상의 노동(?), 주말은 물론 명절, 방학 반납. 그 속에서도 연구가 계속되는 건 그들이 무언가에 미쳐있기 때문이 아닐까.. 때때로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한번은 비슷한 주제로 연구를 하던 미국 내의 연구원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그래도 계속 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재밌으니까. 역시 미쳤거나, 홀렸거나 아니면 아직 쓴 맛을 덜 봤거나. 그런 건가보다.--흐름

지지자불여호지자호지자불여락지자. 근데 樂之者를 support 해줄 시스템이 없네요...

거의 모든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하는 문제죠...새벽별 보고 나와서, 다시 새벽별을 보고 집에가는,,,,한세대가 지나고 두세대가 지나면 우리나라 과학시스템이 바뀔까요?..지금 대학원생들이 연구책임자가 되면 달라질까요?..~~~김우재님,우리 과학도들은 과학도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런 희열,기쁨,흥분이 있잖아요.이게 실험실 생활의 모든걸 덮어주진 못하지만,...저는 오늘도 그걸 생각하면서 암실로 향합니다...벼리

감사합니다. 저야 버팁니다. 완전히 미쳐 있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합니다. 특히 여학우들이..

당연한 얘긴데, 희열, 기쁨, 흥분이 있다고 해도 그게 대학원생들이 받는 박한 대우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그런 기쁨을 더욱 당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뭔가 상황을 바꿔야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자기 자식인 줄도 모르고, 울지도 않는 아이에게 젖을 주지는 않습니다. -- JikhanJung

누가 저좀 과학기술부 장관 시켜주세요. 확 뒤집어 버리게 흐흐

이 페이지를 보고 있으면 자꾸 RUNX3가 생각이 나네요. 이 유전자는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주범인 bcr/abl유전자의 반대편에 있는 유전자인데요, 이게 자꾸 불활성화되어서 한국인이 위암에 잘걸린다고 하죠? 이 유전자를 발견한 한국의 연구자는 이제 글리벡 같은 약을 개발하려고 하는데도 여전히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해 자신의 재산을 털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싱가폴의 스카웃제의도 거절하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생각나는 군요. 포항공대에서 어떤 연구자가 세계적 권위지에 실릴만한 논문을 수차례 발표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데, 한국의 교수임용에서 매번 탈락하다가 외국의 어느 유명한 대학에 교수로 가면서 한국의 문제점에 통탄했다고...카더라통신 암울, 암울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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