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중독

책중독의 또다른 형태로 활자중독이 있다. 이것은 독서삼매경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책(혹은 다른 활자 매체)가 재미있건 없건, 자신을 빨아들이건 말건, 닥치는대로 읽어치우는 것이다. 장기간 활자를 접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호텔에 가서 읽을것이 없어, 방마다 한 권씩 비치되어 있는 성경이나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리기,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불안해 화장실에 항상 책을 가져다 놓고 읽기, 거실에 신문이란 신문은 모두 어질러놓고 한면씩 세세히 읽고광고나 부음도 가릴 바 아니다다 읽고 나면 다시 또 읽기... 등등이 있다. PC통신중독과도 연관이 있으며, 활자중독인 이들은 VT, 일명 파란화면을 사용할 뿐 이미지 위주의 웹페이지들을 싫어한다. 그러나 중독의 특성상 컴퓨터 부팅, 통신망 접속등의 과정이 필요없는 책이 PC통신보다 애용된다. --서상현

92년 이상문학상수상작품인 양귀자씨의 "숨은꽃"에도 현대인의 활자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여행을 떠나면서 일체 책이나 신문같은 텍스트와 결연하기로 한 주인공, 그러나 이 활자중독자는 얼마안가 어항밖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허헉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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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의 세 시간동안 내가 만난 글자는 홍익회 판매원의 밀차에 담긴 국것질감의상표와 앞자리 등받이에 새겨진 피로 회복제 광고가 전부였다....그러니까 기차 안 이곳저곳에 내가 찾는 글자가 널려 있기는 한셈이었다. 그것들의 한결같은 내용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내 눈은 글자를 읽고 뜻을 해독하는 짓을 몸추지 못한다.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으면, 나는 마녀의 주술 때문에 춤을 멈출수 없어 쩔쩔매는 동화속의 불행한 공주를 떠올린다. 누구, 이 춤을 멈춰줄 사람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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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Zweig의 소설집 체스아내의불안에 나오는 체스천재의 이야기는 활자중독에 걸린 지식인의 비명에 가까운 몸부림을 잘 묘사하고 있다. 지식인에게 가장 극심한 고문은, 감옥에 가둔채, 읽을거리를 안주는거다. 밥을 못먹으면 굶어죽지만, 지식인에게 활자매체가 없으면, 미쳐죽을것이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도 그의 글에서 글이나 책마저 탐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자신 무지무지한 책중독자. 활자란, 중독성이 강한매체이다.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보다, 글자를 찾아헤메는 여행자의 불안한 시선에서 이미지와텍스트가 시사하는바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말(words)이 그림(image) 보다 많은것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아무개

서머셋 모옴은 그의 자전적인 글 Summing Up 에서 하다못해 메뉴판이라도 읽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꼭 그 글을 읽어서 그런건 아닌데, 사실은 나도 끊임없이 뭔가 읽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멍하니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장장 한시간 사십분에 이르는 출근시간, 혹은 퇴근시간 동안 너무 졸리지 않으면 하다못해 스포찌라시라도 읽게 된다. 대개는 가지고 다니는 책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신문은 잘 안 보는 편이긴 하다. -- JikhanJung

화장실에 활자없이 가는 것이 불안한 사람은 활자중독인가 아닌가? --김우재
인터넷중독도 활자중독의 한 형태가 아닐까. --aimnnd

애니메이션 ReadOrDie에 나오는 요미코는 활자중독자입니다. 읽던 책을 빼앗아들면 보통은 책을 뺏는 사람을 쳐다보는 게 정상아닐까요? 요미코의 눈은 끝까지 책을 따라가더군요. 정말 저것이 진짜 활자중독이겠구나 싶었습니다. --DaNew

글자가 쓰여져 있는것은 무엇이든 본다. --잡종

활자중독자가 많은 곳이 위키위키인가요?이미지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여 난감한 상태인데 많은 분들의 글을 보니 그대로 좋다는 생각마저든는군요.철학적인 비유나 글이 많은 것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습니다--howlog

으으음.... 이거 꽤 중증이었잖아... -- bloodl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