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며 읽기 Measure It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improve it)
(원서를) 빨리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읽기 속도를 WPM이라는 단위로 재기도 한다. Word-Per-Minute이다. 잘 교육 받은 영미 대학생 경우 500-600 WPM 정도 된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100-200 WPM 정도다. 영어를 잘한다는 학생도 200 WPM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빨리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잡지를 논문 읽듯이 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왜 이렇게 느릴까? 그것은 단순히 "빨리 읽는 훈련"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날마다 비슷한 분량(신문 사설 하나 분량 정도), 비슷한 난이도의 새 글을 한 숨에 읽는다. 이 때, 그 글을 읽고 나서 누군가가 대강의 줄거리에 대한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읽는다. 그냥 눈만 스치면 안된다. 챠트를 만든다. (
SeeAlso InformationRadiator) 날마다 자신의 WPM을 기록한다. 그냥 "빨리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에서인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읽기 속도를 높이면 이해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창준은 이 방법을 이용해서 한달만에 WPM을 딱 두 배 올렸다.
속도뿐만 아니라 이해도도 재며 읽기를 할 수 있다. 글을 한번 읽고, 책을 덮은 다음 빈 종이에 방금 읽은 것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라. 그리고는 다시 책을 펼쳐서 다른 색 펜을 들고 내가 빠트린 것이 있다면 채우고 틀린 것이 있다면 고치면서 확인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썼던 글에 대해 점수를 준다. 1에서 5점 사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1이면 "전체를 제대로 이해 못했다", 2이면 "몇가지 사실만 이해했다", 3이면 "전체적인 감은 오지만 자세히는 모르겠다", 4면 "대부분은 이해했는데 몇 가지를 빠트렸다", 5면 "완전히 이해했다" 식으로 나름대로 스케일을 정하면 되겠다.
이걸하면 독서일기도 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루종일 읽기 Whole Day Reading
GoldenTimeMethod 를 책읽기에 적용해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원서, 코드를) 읽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 시간 자신의 능률을 기록한다. 5등분(최상, 상, 중, 하, 최하) 정도면 충분하다.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나면 어떨 때 책이 빨리, 잘 읽히고, 어떨 때 잘 안 읽히며,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읽히는지 경험할 수 있다. "읽기"의 거의 모든 면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읽지 않기 Remove Subvocalization
읽는 동안에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가? 이걸 서브보칼리제이션이라고 한다. 혀를 움직여야만 글이 읽히는 보칼리제이션보다는 약한 병증이다. 물론, 어려운 글을 읽으면 거의 모두가 자동으로 서브보칼리제이션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글에 대해 이걸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최고 읽기 속도는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가 내는 최고의 속도를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 학생의 대다수가 외국어에 대해 이 문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은 학생 하나를 일으켜 세우고 교과서를 읽히고 나머지는 묵독시키는 것에서 무의식적으로 익혀진다.
어떻게 해소할까?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냥 "빨리 읽으려고 노력"하면 자연 해결되고, 특별한 방법을 찾는다면 Finger Reading을 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흥미롭네요. subvocalization 이라.. 그런데, 책 읽다보면 자신의 느낀점을 혼잣말이나 속으로 말을 하지 않나요? (그 경우가 없으면 오히려 '아. 아무 생각없이 읽고 있었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석천
그건 subvocalization은 아니지.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읽는 걸 그대로 되뇌이는 목소리, 그걸 말하는 거란다.
다시 읽기 Read Again
빨리, 그리고 깊이 읽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많이 그러나 여러번 읽는 훈련이다. 그러면 동일한 글에 대해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조만간 처음 보는 글도 빨리 읽을 수 있다. (여기서 한번에 거듭 읽는 단위는 글자나 행과 같은 작은 것보다 챕터나 책 전체와 같은 큰 것임에 유의한다.)
만약 어려운 것을 읽어야 한다면 오랜 시간에 걸쳐 한 번 읽는 것보다 짧게 전체를 여러번 읽는 것이 이해도나 전체 소요 시간에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읽다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 좀 여유를 갖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아도 무조건 전체를 다 읽어라 -- 필요하다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 옆에 간단히 표시를 하고 넘어간다. 완전한 통독을 한번 마치고 나서 다시 읽어본다. 세번 정도 반복을 하면 아주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설혹 몇 번 반복을 해서 봤던 책이라고 할지라도 얼마간 지난 후에 다시 한번 Read Again을 해본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깨달으며, 자신과 책이 함께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
김창준은 세 달 정도에 걸쳐 같은 책을 5번인가 읽은 적이 있다.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
김창준은 철학책이라면 최소 2번은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도 한자리에 앉아서 두번을 연달아 본다. 남들이 한번 볼 시간에 빨리 두번 이상 보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에 시간을 더 투자해서 꼼꼼히 봐야하고, 무엇은 몰라도 그냥 넘어가도 괜찮은지 감이 온다. 덕분에 더 깊이,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꼭 한 번 시도해 보고, 두 번 이상 읽기에 적당한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또 필요하다면 그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능력을 기르기를 권한다.
다시 읽기를 체계적으로 적용한 것으로는
포토리딩이 있다.
신데렐라식 읽기/그날로 읽기 Cinderella Reading aka First Day Reading
아직까지도 손대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손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읽을 것이 수중에 들어온 시점부터 곧바로 맹렬히 읽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자정까지는 일독을 하도록 한다. 만약 서점에서 책을 샀다면 그 책을 갖고 집으로 오는 버스 속에서 읽거나,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읽기 시작한다. 절대 중간에 "다른 일"이 끼어들지 않게 한다. 이 때 일독은 Pareto Reading을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Cinderella Reading이 끝나면 Prioritize를 적용한다.
파레토 읽기/20% 읽기 Pareto Reading aka 20% Reading
책을 모두 읽기는 힘들다. 또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이럴 때 Pareto Reading을 적용한다. 보통 Cinderella Reading과 함께 한다. Pareto Reading은 책의 20%만이라도 일단 빨리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20%는 직선적 구조에서의 20%일 수도 있고, 다각도에서 접근하는 20%일 수 있다. 직선적 구조라면, 책이 총 200페이지일 때, 처음 40페이지를 읽는 것이고, 다각도 접근이라면 "한 페이지에서 20% 정도만 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책의 끝까지 훑는 것을 말한다. Jig-Saw Puzzle Reading이 그런 예가 된다. 양자는 상황에 따라, 혹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행하면 책 전체에 대한 그림을 가질 수 있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저자의 사고의 틀에 익숙해 질 수 있다. 이게 되고 나면 나머지 80% 읽기는 순식간에 가능하다. 이 Pareto Reading이 끝나면 Prioritize를 할 수 있다.
우선순위 매기기 Prioritize
빨리 읽으려고 할 때 양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이 때 중요한 것만 읽도록 한다. 그러면 적게 읽으면서도 많이 읽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Pareto Reading 등을 통해 책 전체의 감을 얻은 후에, 책에 대해 평가를 한다. 만약 지금 당장 나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올 수 있고, 꼭 읽어야만 하겠다는 느낌이 들면 빨간색,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읽어볼만 하겠다, 읽으면 좋겠다 싶으면 초록색의 인덱스를 붙인다. 만약 앞의 두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붙이지 않거나 혹은 파란색을 붙인다. 색깔은 책의 온도를 나타낸다(무지개 색 순서). 그리고 인덱스에 그 책을 수중에 넣은 날짜를 기입한다. 우선순위가 나뉘어졌으면, 빨간색 책들을 모두 마치기 이전에는 초록색 책은 절대 보지 않는다. 그리고, 빨간색 책들은 지금 당장 중요한 책인만큼 "빨리" 읽는다. 읽고 나서 재독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면 노란색을 붙인다. 또 중간 중간 자신의 리스트를 재검토하여 초록색 책이 빨간색으로 뜨거워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한다. 어떤 책은 계속 초록색으로 남아있고, 지속적으로 빨간색 책이 늘어나다 보니, 몇 개월 째 뒤로 미뤄지는 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에 대해 이미 Pareto Reading까지 했다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아마 그 책은 자신에게 별 필요없는 책일지도 모른다.
읽은 책의 숫자에 유의하라. 지난 주에 읽은 책 숫자가 5권이었다면 이번 주에 계획하는 책도 5권을 넘지 않도록 한다. 만약 이번주에 계획한 빨간책을 다섯권 다 보았고, 초록색 책을 두권 보았다면 다음 주에는 총 7권까지 계획할 수 있다. (
SeeAlso
YesterdaysWeather ) 그리고 한번 빨간책이 된 책은 그날부터 (예컨대) 일주일 이내에 마치지 않으면 그 책을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자세를 갖는다. 책의 유효기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보통 어느 시점에건 빨간 책의 숫자는 5권 이내가 좋다.
이 Prioritize는 책 뿐만이 아니고 웹 문서, 잡지 기사 등 모든 읽을 거리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인덱스 붙이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데, 별도의 인덱스 카드에 "빨간 읽을 것" 목록을 모아 관리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가능하면, 같은 색의 읽을 것들을 물리적으로 동일 공간(바구니, 상자, 기타 등등)에 모아두는 것이 좋다 -- 웹 문서라면 인쇄를 해서 같은 공간에 모아둘 수 있다.
시간 제한 읽기 Time Limit Reading
물리적인 한계를 마주하면 인간은 의외의 능력을 내기도 한다. 임의의 시간제한을 두고 읽기를 하면
속독 훈련도 되고, 정말 빨리 읽을 수 있다. 시험기간에 분치기 초치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엄청난 정보흡수력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어떤 시간제한을 두도록 한다. 책을 보고 대충의 양과 시간을 정한다. 예컨대, "3, 4, 5 장을 40분만에" 읽는다고 정한다. 그리고 정확히 40분 후면 이 책의 3, 4, 5장이 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온힘을 다해 읽는다. 만약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도서관 마감시간을 이용하면 아주 좋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 밤 8시 50분에 문을 닫는다면, 8시부터 책 한권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을 8시 50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읽도록 한다. 엄청난 두뇌회전 훈련이 된다. 마치 머리로 단거리 경주를 한 느낌일 것이다. 이런 훈련을 날마다 하면 아주 비약적인 발전을 맛볼 것이다.
한 자리에서 읽기 One Sitting Reading
이번에 읽을 양을 정한다. 그것이 두 세개의 장(chapter)이건, 하나의 파트이건, 아니면 책 한 권이건 상관없다. 이 때 가능하면 최소 하나의 장 이상이 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걸 읽을 때까지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읽는다. 처음 양을 정할 때 자기 생각에 한자리에서 모두 읽기엔 좀 많다 싶은 정도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읽을 때는 꼭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을 필요가 없다 -- 책 한권을 한번 볼 시간에 빨리 세번 보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
김창준은 이 방법을 애용한다. 250 페이지 정도의 가벼운 교양서적이라면 한 시간 안에 일독을 마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재독을 한다.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전체의 그림을 얻기 쉽고, 저자의 정신구조(mental frame)에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면 뒤에 것을 읽는 동안 앞의 것이 가물가물해지고, 자꾸 들춰봐야할 필요가 생기며 양자의 관계나 연결점이 잘 다가오지 않으며,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파편적인 기억은 나도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골자는 놓치기 쉽다.
손가락으로 읽기 Finger Reading
손가락으로 읽는 부분을 따라가면서, 또 눈은 손가락을 따라가면서 읽는 방법이다.
HowToReadABook 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팔을 움직이기가 불편하다면 볼펜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손목을 이용해서 펜을 움직이면 좋다. 이 때 책 위에 직접 밑줄을 긋지는 않는다.
이 방법은 되돌아가기와 따라읽기(
SeeAlso 따라읽지 않기)를 제거하는 데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 사실 사람들은 한 문장을 읽는 데에 적게는 두 세 번 많게는 열 번도 넘게 이전 글자로 눈이 되돌아 간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읽기를 하면 되돌아가기나 따라읽기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읽는 속도를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된다. 내용이 어려우면 속도를 늦추고 쉬우면 올릴 수 있다. 읽는 글에 더욱 집중하기도 쉽다.
단, 손가락으로 읽기를 한다고 억지로 속도를 높히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해하는 수준에서 속도를 조절하라. 글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속도를 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 한 시간 정도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들고 손가락으로 읽기를 실험해 보라. 자신이 읽은 분량에 꽤 놀라게 될 것이다. 자신이 읽는 모든 자료에 대해 손가락으로 읽기를 해보라. 여유가 별로 없다면 날마다 15분 정도씩을 정해 놓고 일주일 동안만 같은 책을 손가락으로 읽기를 통해 읽어나가라. 날마다 재며 읽기를 해보라. WPM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wer Reading에서는 다양한 손가락으로 읽기 패턴들을 가르쳐 주는데, 그 방법을 사용한 사람들에게 보통 2배 정도의 WPM 향상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