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그 폐소성으로 인해 꽤 특수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 재미있는 장소이다.
몇가지 테마로 나누어보았다.
몇가지 테마로 나누어보았다.
뮤지컬 지하철1호선을 보면 지하철 사회의 다양한 양상을 타자화하여 돈주고 "관람"할 수도 있다.
1. 지하철과 나 ¶
- 거북이는 고등학교때부터 거의 매일 하루에 두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고다녀 지하철이 안방처럼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독서, 수면, 음악감상, 망상 심지어 식사까지 해봤다. 역 입구에 서있는 까만 기둥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상한 취향이라, 지하철 사랑모임 같은거에 들까 생각중이다.
우연찮게 예전에 쓴 글을 봤는데 역시 나의 지하철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The World Moves on a Woman's Hip!
지하철의 힘
- kuroko는 작년 이맘때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박촌에서 안산, 군자, 방이, 의정부북부까지 종횡무진. 수입은 별볼일 없었지만, 혼자 돌아다니면서 할수 있고, 중간에 책보거나 졸 수 있다는게 좋았지요^^
2. 관음 ¶
- 지하철은 특이하게도 자리에 앉으면 서로 마주보게끔 되어있다. 그리고 옆자리에는 대개 사람이 있다. 신문을 본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하지 않으면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 십상이다.
여기서는 두가지 관음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한가지는 사람 자체의 행동을 구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의 겉모습을 훑어보는 것이다. 첫번째의 경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번째는 상당히 묘한 상황이 된다.
다들 그렇겠지만 거북이도 시각적으로 쿨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쪽에 묘령의 이성이 앉아있으면 볼 때가 있다. 이것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이성을 쓱 쳐다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시간이 꽤 길다는 점이다. 물론 오래 보고싶은 사람이 많지 않기때문에 대체로 책에 다시 눈을 두게 되지만 가끔 독특한 스타일을 한 이성을 보면 오래 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상대방도 그것을 안다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서로 눈을 굴려 피한다. 이런 묘한 긴장감이란 지하철 외에서는 겪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첫번째의 관음도 상당히 재미있다. 애기가 운다거나, 옆사람의 스포츠 신문을 곁눈질하는걸 구경한다거나, 여고생들의 잡담에 귀를 기울인다거나 하면 심심치않게 시간이 흘러간다.
- 사실 붉은바람도 남자니까 예쁘고 날씬한 아가씨가 앉으면 제일 좋다. 예전에는 그런 예쁜 아가씨가 가장 옆자리에 앉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지하철을 타면 탈수록 예쁘거나 매력이 있어서 자꾸 쳐다보게 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앉으면 곤란해져버리는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데 고개 돌려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호오.. 그래서 그 다음부턴 그런 사람들이 바로 앞에 앉아주길 바란다. 그러면 은근슬쩍 고개를 돌리는 척하면서도 한번씩은 더 볼 수 있다.
- kuroko는 인천에 살아서, 전철이 생활화되어있다. 전철을 탈 때부터, 뭔가 필꽂히는 남자 없나 둘러보는게 습관처럼 되었다. 발견하면, 싫증날 때까지 슬쩍슬쩍 엿본다. (엿보기 제일 좋은 장소는 문앞인데, 뒤돌아보지 않고서도 유리에 비치는 모습을 보기 편하므로^^v)발견하지 못하면..그냥 책읽는다=_= 만원 전철을 탈 때는, 그런 남자를 발견하면 슬쩍 그 앞이나 옆에 서는 것도 좋다. 단순히 보는 것보다도 chemistry랄까. 그런 것을 느끼는 게 더 자극적이니까. 한번은 2호선 교대역에서 정말로 '아름다운'(다른 형용사는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남자 옆에 서서 간 적이 있었는데, 가죽잠바 냄새가 그렇게 좋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지금도 전철을 타기 전 얼핏 본 그의 얼굴보단 그 가죽냄새가 생생히 기억난다.
- 특히 나이든 분들은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고 졸린것도 이유겠지만 서로 마주봐야 하는 상황이 쑥쓰러워서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본다.
-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통학하게 되었다. 지하철 의자에 앉았는데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눈이 자꾸 마주쳐서 시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매우 당황했었다. 그래서 몇 달동안 난 자리에 앉는게 서서가는 것보다 더 불편했다. 지금도 시선처리 때문에 매우 고생한다. 그래서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면, 책을 가져가거나 눈을 감고 있는다. --sayhappy
- 뭐... 꿈이 만화가다 보니. 예전엔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당연히 관찰하는동안 민망하지 않도록 자는 사람만) 이를테면 그 사람의 인상 머리스타일 옷 신발 손 근육 표정등등등... 을 관찰해서 내가 보고 있는 사람을 머리속에서 재구성하는거다. 그사람의 성격 하는 일 나이 취향.. 뭐 그런 것들. 지금은 안한다. 너무 힘들어서. 그리고 내가 아무리 '공부'라지만 사람을 내맘대로 이렇게 평가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 대신 가끔 자는 사람을 그린다거나.. 하는 일은 있다. -휘랑
3. 접촉 ¶
- 지하철은 종종 푸쉬맨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탄다. 이럴때는 불가항력적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몸을 맞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을 악용하여 성추행같은 범죄가 생기기도 한다.
아저씨들이 주변에 있을때 그 물컹한 뱃살의 느낌이 팔로 전해지는 때가 있다. 이것을 인식하는 순간 삶의 의욕이 팍 사라지고 거북이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파박 든다. 동시에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늘어가는 내 뱃살을 저주하기도 한다.
역시 주변에 여자들이 있는게 조금 낫다. 향수냄새같은 것이 종종 지독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때 조심할 것은 손의 위치이다. 거북이는 사람들에게 밀려 팔이 여자들 틈에 끼인적이 있는데 오해를 살까봐 그 팔을 일부러 큰 움직임으로 빼다가 그 여자들에게 "재수없어!"라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났던 적이 있다. 물론 여자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만든 것은 남자들이기때문에 별로 할말은 없긴 하다. 더욱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_-
한번은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탔다. 나는 손에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게 앞의 여자 치마에 걸렸었나보다. 에스컬레이터가 다 올라갈쯤에는 앞쪽 사람과 나의 높이가 같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가방은 걸린 치마보다 위치가 높아지게 되어 그만 그 치마를 슬쩍 올린 꼴이 되었다. 이 경우는 서로 너무 황당해서 얼굴붉히고 말았다.
- 남자 키로 165는 작은 키다. 키 때문에 스트레스는 별로 받아본 적은 없고 지금도 그걸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20년전쯤에 지하철을 타면서 난 딱 한번 나도 모르게 치한이 된 적이 있다. 물론 나도 피해자(?)라면 피해자지만. 한손으로 신문을 들고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는다고 손을 올렸는데 그날 따라 느낌이 뭉클했다. 지하철안은 한산했고 물론 빈자리는 없었지만. 난 서서 갔다.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으려 했으나 때 마침 옆에 서 있는 아가씨의 가슴에 손을 댄 것이다. 그때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손을 떼지도 못하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내 또래의 남자가 어쩔줄 모르며 웃고 있었다. 그 아가씨 키가 170은 훨씬 넘었다. 3초정도의 시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아마 그 3초는 나에게 몇분정도 되는 것 같다. 내 얼굴이 상기되자 내가 무안해 할까봐 조용히 자리를 비킨 그 아가씨의 침착함도 참으로 고맙게 기억된다. 키가 작아서 누린 행운(?)이었지만 십년 넘게 1호선을 타고 다닐 때도 이런 사건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심장이 좀 약하다. 그 때 그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웃음을 짓게 된다. 남에 대한 배려가 이 험한 세상을 그나마 조금 살맛나게 한다고 믿는다. --바람처럼
- 긴머리, 특히 파마머리를 늘어뜨린 젊은 여자들 뒤에 서는 건 정말 괴롭다. kuroko는 키가 작아 숨쉬기가 힘들다=_= 더 싫은 것은 저녁무렵이면 1호선을 점령하는 갈비냄새 펄펄 나는 아저씨들...차라리 담배냄새가 낫겠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요원의 대사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는-.ㅜ)
- 꼭 자리가 헐렁해도 몸을 밀어 붙여 앉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자리를 찾는 듯한 뚱뚱한 사람이 지나갈 때 타이밍을 잘 맞춰 일어나 준다. 슬쩍 보면 둘이 딱 낑겨 씩씩거리며 앉아 있다. 고소하다. --HeesooPark
- 매우 짜증나는 경험 둘. 첫째는 처음으로 지옥철이라는걸 겪었을때 일이다. 주변에 모조리 여자분만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접촉을 피해볼려고 자세를 바꾸다보니 결국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발뒤꿈치를 들고 허리를 45도 정도 접고 고개를 쳐든 괴상한 동작이 나오더라. 이젠 익숙해서 그냥 부대끼고 다닌다.
경험 둘. 휘랑은 피곤하면 보통 전철 끝의 벽에 앉아서 책을 읽고 가곤 한다. 사람들이 좀 타다가... 내 앞에 왠 남자랑 여자가 서 있는데 갑자기 이 남자가 외국어로 뭐라고 쏼라쏼라 하면서 자기 거시깽이를 만지고.. 앞에 있던 여자가 그걸 자기 다리로...; 앉아 있는 통에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이 쌩쑈를 어찌 하란 말인가.; 벌떡- 일어났더니 상당히 놀란 눈치.; 조용히 벽에 붙어서 가더라. 재미 있는건 그사람들이나 나나 내린 역이 '외대역' 이였다는 거다. 상당히 민망했을 게다..; -휘랑
4. 자리 ¶
- 거북이는 상계동이라는 서울의 오지에 살고있기때문에 어딜가도 보통 한시간, 조금 멀다싶으면 한시간 반은 예사이다. 따라서 앉지않으면 피곤하기 때문에 자리에 대한 욕심은 꽤 많은 편이다. 누가 내릴 것인가를 살펴보고 곧 내릴것만 같은 사람 앞에 서면 40% 정도의 확률로 맞추는 신기까지 생길 정도이다...-_-a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생각을 오래하면 틀리기 쉽고 직관적으로 가서 서야지 잘 맞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종점에서 두번째 역에서 타기때문에 대체로 앉아간다.
기억에서 가장 황당한 일은 역시 아줌마에 의해 벌어졌다. 거북이는 앞자리가 두개나 비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가방을 내려 앉으려하고 있었다. 문이 열려 아줌마들이 들어왔는데 가까운 쪽을 놓친 아줌마 한명이 내가 앉으려는 자리로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나는 60%이상 앉았는데 그 아줌마의 엉덩이가 들어와서 '튀어나갔다'. 너무나 황당해서 벙찐 나는 패배자답게 다른 칸으로 옮겨갔다.
맨날 앉아다니는 주제에 가끔 서있을때 앞에있는 사람이 내릴듯 안내리고 그러면 마구 화가 난다. 이게 좀 놀라운게 화가 '굉장히' 많이 난다는 것이다. 거북이는 인간이 인간에게 잘못하는 것은 시스템이 인간에게 잘못하는 것보다는 적다는 생각을 하며 살기때문에 웬만하면 화를 잘 안내는 편인데 이상하게 지하철에서 자리에 못앉으면 화가난다. 물론 얼굴에 드러낸다거나 하진 않지만 엄청나게 화가 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까지 속일수는 없다. 이건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지금도 납득이 안된다...-_-+
- AEBass는 아예 안앉는게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지하철이 연속으로 오는 바람에 텅빈 열차가 와도 꿋꿋하게 서서간다. 서서갈때 좋은 점은 신문을 보기 편하다는 것이다. 앉아있으면 옆사람에게 미안하고 해서 제대로 볼수가 없다. 서서, 칸끝쪽에서 보는게 제일 맘 편하다.
- 휘랑은 보통 지하철을 탈때 맨 끝칸에 타는데, 그 이유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리가 그나마 많이 나기 때문이고, 둘째는 갈아타기에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세번째는 자리없으면 끝칸 벽에 기대서 앉아 가기 위해서다. 요새는 좀 덜하지만 몇달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는 반드시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 서서 그림은 못 그리니 바닥에라도 앉을 밖에. (바닥에서 보는 세상은 즐겁다!)
- 여자들만 앉아 있는 자리는 위험하다. 보통 체격의 여자들 일곱명이 앉으면 자리가 헐렁해 보여서 기어코 누군가 비집고 들어와 앉는다. --HeesooPark
- 붉은눈의시체는 지하철에 타면 보통. 들어가자 마자 문 옆에 있는 기둥? 받침대? ㅡ.ㅡa 여튼.. 의자 바로 옆. 문 앞에 있는 그 것에 몸을 의지한다. 잡고 서있는 정도가 아니라 푹~ 기대 앉자서 맘 편히 책 읽는다 ㅡ.ㅡ;; 대게 고개를 푹 숙이고 거의 앉거나 눕다시피 늘어져서 서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옆에서 보는 사람은 꾀 무서울 것 같다. ㅡ_ㅡ;;; 지금까지 벌써 대 여섯번 정도.. 앉아있던 아주머니 혹은 웃 어른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 줬다.. ㅡ_ㅡ;;; 어떻게 받아들여야될지 아직도 고민이다.. ㅡ_ㅡa
- 부산지하철 1호선은 다른곳과 다르게 문이 좌우에 각각 3개씩입니다. 자리는 10명씩 앉도록 되어 있죠. 하지만 10명씩 앉는 경우는 드문데 그 이유는 다리 벌리고 앉는 아저씨들 때문인듯.. 아니면 들어보니까 부산 1호선 객차는 일본에서 완전 수입해와서 한국에서는 조립만 했었다고 하는데 일본인들의 체형에 맞춰서 그런지 1명이 앉는 공간이 작게 잡혀 있는 것일지도.. 자운원
4.1. 지하철 자리배정 ¶
4.2. 가장 옆자리에 앉았으면 하는 부류 ¶
- 젊은 여자. -0-; -사실 아말감도 여자니까 이쁘고 날씬한 미소년이 앉으면 제일 좋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정말 흔치 않으니 기왕이면 날씬해서 자리도 별로 안 차지하고 대개 웬만한 매너수준은 되는 젊은 여자가 앉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제일 안 앉기를 바라는 것은 아저씨. 대개 자리도 넘치게 차지하는데다가 담배쩐내+요상꾸리한 스킨냄새 장난 아니다. 의외로 젊은 남자들도 별로다. 역시 담배냄새, 종종 낮은 매너지수 때문. -아말감 동의한표;) kuroko
- 지하철을 타면서 키크고 체격 좋은 것은 공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윤구현
- 어린 아이들 -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말을 한다. 거침없이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행동을 한다. 아무런 사심없는 대화를 할수 있다. 그들의 시각은 굉장히 독특하다. 그들의 웃음은 신선하고 깨끗하다.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난 내가 그 어떤 사슬로부터 풀려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은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다. --전진호
- 한달동안 씻지않은듯한 지독한 냄새만 아니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onelive
4.4. 앉아가기 편한 자리 ¶
- 지하철을 타고 장시간 (의정부<->청담) 출퇴근을 하게 된 후 최근에야 깨달은 사실인데, 자리에 앉을 기회가 생겼을 때 가급적이면 여자들이 많이 앉아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일곱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남자 일곱 명이 앉았다면 분명 어깨를 마음대로 펴지도 못할 만큼 비좁게 느껴질 것이다. 남자들의 평균적인 몸집(떡대?)이 크기 때문인데, 여자가 한 명이라도 앉아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도봉산 역에서 7 호선을 갈아탈 때 빈 자리가 여기저기 많이 있어도 가급적 여자들이 많이 앉아있는 자리를 찾게 된다. 혹시 오해받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남자들만 앉아있는 자리에 끼어앉기는 너무 불편하다.
- 역시 구석이 편하다. 한쪽 옆에 문이 있는 자리. 옆 자리에 누가 앉을 지의 고민이 반으로 줄어든다. ^^; 글구 구석으로 딱 붙으면 묘하게 안정감이 느껴진다.. ㅡ.ㅡa --붉은눈의시체
- 맨 끝칸. 벽에 기대서 앉는게 최고다. 그림을 그리든 책을 읽든 잠을 자든 편안하게 할수 있다. 좀 품위는 없지만... 원래 휘랑은 품위같은거 없어서 괜찮다. -휘랑
5. 신문 ¶
- 자리만큼이나 사람들이 노리는 것은 신문이다. 거짓말 안보태고 게눈감추듯 집어간다. 선호도는 스포츠신문, 일간지, 경제신문 순으로 추측되는데 이 지하철은 매우 훌륭한 가십성 뉴스의 전달체인 것이다. 스포츠신문과 TV를 웬만하면 안보는 거북이가 가끔 가십성 뉴스를 접하는 매체는 바로 스포츠신문의 헤드라인이다. 이건 안볼래도 안볼수 없다.
가십의 힘이란 의외로 강렬하기 때문에 종종 옆에있는 사람들의 스포츠신문을 보려고 눈길을 줄 때도 있다. 그거 꽤 눈치보이기도 하고 어쩔때는 그 양반이 페이지를 넘겨버리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다. 아색기가의 수준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종점에 다다르면 칸칸이 옮겨가며 신문을 싹 걷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서로 잡기위해 동시에 손을 내밀다가 민망해하는 일이 있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신문을 파지로 걷어가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성이 꾀죄죄하지 않고 멀끔한 양복쟁이들도 가끔 신문을 쓰윽 걷어가는데, 아무래도 그 아저씨들은 집에서 심심풀이로 신문을 주욱 펴놓은 다음 주르륵 훑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지하철 객차 안에 신문판매원이 돌아다녔다. 시사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은 물론 타블로이드판 주간신문까지 온갖 종류를 총 망라한 신문꾸러미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신문이요 신문!"을 외치고 지나가는데 가끔 '튀는' 판매원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가 지나는 칸마다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또한 그때는 대부분의 신문이 석간이었는데, 퇴근시간이 되면 그날의 헤드라인 뉴스를 요약해줌으로써 기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여 구입을 유도하곤 했다. 열차가 종점 가까이 가면 이 신문판매원들이 온 열차 안에 널려있는 신문들을 모두 수거해갔다. 그러지 않으면 열차가 종점을 다시 출발할 때 새로 탄 사람들이 그 신문을 주워다 보느라 신문을 새로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신문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어느날 아침에 조간신문을 들고 지하철에 탔는데 사람이 많아 앉지도 못하고 그날따라 서서 읽기도 힘이 들어 나중에 내려서 읽어야지 하고 그냥 윗 선반에 올려놓고 그 위에 내 가방을 올려놓은 채 가고 있는데, 중간에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 신문을 쑥 빼서 펼쳐 읽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저... 그거 제 신문인데요..." 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얼굴을 붉히며 굉장히 무안해 하면서 그 신문을 도로 나에게 주고는 옆칸으로 가버렸다. -.- --PlusAlpha
- 최근에 지하철에서 씨네21이나 필름2.0, 한겨례21등의 작고 싼(대게 3천원)잡지를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지하철 가판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나 부피도 가볍기 때문에 나도 즐겨 본다. --onelive
6. 추억 ¶
- 거북이는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것이 꽤 많은데 우산은 약 십여개, 밥이 든 보온도시락
고딩때로 결국 그날 점심은 구걸과 간식으로 연명
, LP들들어봐야 귀신나올것 같은 판들인데 누가 집어갔을라나
등등 다양하다. 유실물 센터에 가봤지만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졸다가 종점을 넘어가면 종종 동굴같은 곳에 들어간다. 거기서 방향을 바꾸어 뒤로 나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지만 길면 5분이상 지체하기도 한다. 당황해할 필요없이 조금 더 자면 된다...-_-a 지하철의 그 안락함이란 무시할 것이 못되는데 2호선에서 몇바퀴 돌았다는 우스개소리는 뻥이 아니다. 거북이가 아는 사람도 그런 적이 있으며 거북이가 눈한번 안뜨고 지하철에서 잔 최고 기록은 두시간 반쯤 된다. 어떤 코스였는지는 묻지 말아달라. 참고로 지하철에서 세시간 넘어 타고 내리면 범칙금이 부과되어 6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만 알아두시라.
거북이는 학부 4학년때 지하철에서 그림책들을 주로 보았다. 학교 도서관에는 비싼 화집들이 좀 있었으니까. 어느날 한참 빠져들어 재미있게 보고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말을 걸었다. "그 책 재미있나요?" 이게 왠 드라마냐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의 느릿한 말투로 "역사적, 지리적 사건들과 함께 설명해서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몇분간 얘기를 하다가 책 제목을 적어달라고 하길래 읽었던 책 몇권의 제목을 적어주었다. 나는 내릴때가 되었고 그 여자는 종점까지 가는것 같았는데 책 제목 적어준 뒤 할말이 없어진 서로는 1분쯤 뻘쭘해하기도 하고 시선이 맞기도 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차라도 한잔할까요라고 할까, 거절당하면 어쩌지...'등등 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국 목례를 하고 내려버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도로 탔어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바보같으니라고. 지금은 그 기억이 시간의 채색을 당해 그 여자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있었던 꽤 매력적인 여자로 기억된다...-_- 살아오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중 하나였다.
그리고 거북이는 이상하게 지하철에서 사람을 많이 만난다. 특히 초등학교때 반장이었던 여자애는 지하철에서 무려 3번이나 만났다. 다음에 또 만나면 필연으로 알고 청혼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다신 만나지 않고 그녀석이 결혼을 해버렸다. 그 외에도 대여섯명을 만난 기억이 있고 내가 졸고있어서 봤지만 깨우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도 두명이나 있었다...-_-a - 환이의 선배에게 들은 무용담. 선배는 술을 많이 먹고서 왕십리역에서 2호선을 타기 위해 갔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눈을 떴다. 역명을 바라보니 왕십리역이 아닌가. '이런, 한바퀴 돌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또 잠을 잤다. 또 얼마가 지났을까. 역명을 바라보니 이번에도 왕십리역이 아닌가. 오호.. '이런, 두바퀴 돌았구나..' 다시 잠을 잤다. 또 얼마가 지났을까. 역명을 바라보니 또 왕십리역이 아닌가. 그리고 스스로 이상한 생각이 든 이 선배. 조금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왕십리역 벤치였다.
- 새내기때 뻘짓거리를 많이도 했었는데,(그게 다 피와 살이 되었겠지만)그중 하나가 생일날의 주량측정이었다. 스무 명 가까운 과 사람들과 소주로 건배를 한 나는 술집을 나서자마자 필름이 끊겼으며, 당시 남자친구는 인천까지 나를 바래다 준 것도 모자라 바닥에 오바이트한 것을 치우고, 날 업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서울로 돌아갈 택시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_*
얼마전에 회사 후배녀석을 데리고 집에가는데 결국 이녀석이 역삼역에서 쏟더군요. 당황한 거북이는 신문을 사서 잽싸게 편다음 덮었답니다. 그 긴박한 순간에도 스포츠신문보다는 한계레신문을 사는 기지를 발휘하기도...훗.
- 맞은편에 '아름다운' 여자가 앉았었다. 이쁜 수준을 넘었었다. ㅡ.ㅡ 그래서 흘끔. 흘끔. 봐 줬다. 미선 일치라는 사상도 생각나고 별 생각 안나면서 그저 좋았다(헤에 ...) 아름다운 것은 선한것이고. 좋은것이고... 뭐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 여자가 핸드백에서 화장품을 꺼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상에. 문래 역에서 신촌까지 내내(몇정거장일까?) 화장을 하는 것이었다 ㅡ.ㅡ 거울 보고 두드리고 찍고 바르고 다시 보고 눈썹 올리고 또 두드리고... 순간 아름다움이 달아나면서 오히려 혐오감이......ㅡ.ㅡ 속에 있던 여자에 대한 쇼팬하우어의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요새 이 쇼팬하우어의 의견에 동감하지 않으려고 무진 노력중이다 ㅡ0ㅡ)-- 꿈꾸는자
- 위 일이 있을때... (그 여자가 한참 화장하고 있을 때) 청소하는 아줌마가 지나가셨다. 귀에 이따만한! 귀걸이를 달고.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ㅡ.ㅡ) 바닥에 있는 담배재를 보더니 빗자루를 대셨다. 순간 '이런 곳에 담배재를 버리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가! 청소란 참 저리 보여도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 아줌마는 단 한번 쓰윽. 빗자루 질을 하더니 가시는게 아닌가 ㅡ.ㅡ 물론 그 담배재가 다 쓸렸슬리 만무하다. 거의 그대로 (흩어진 채로) 있었다. 그 아줌마는 그 큰 귀걸이를 덜렁덜렁 달고 다음칸으로 갔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형제여, 주님께서 형제에게 맡겨준 지구의 한귀퉁이를 관리하는 것을 기쁨으로 할수 없는가!' 라고 외쳤다는 어느 목사님의 일화가 생각난다. 하여튼 그날 여자에 대한 이미지 버렸다 이래저래. 노소를 불문하고. ㅡ.ㅡ --꿈꾸는자
- 위의 얘기들을 읽다가 보니, 나도 하나 기억나는 일이 있다. 나는 그날 너무 피곤해서 커피 한 캔을 사서 지하철을 탔다. 사고보니, 내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심하면 손에 땀도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따지도 않은 채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비어있던 옆자리에 한 학생이 앉았다. 손에 케익을 들고 있던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몹시 배고팠다는 듯이, 정말 맛있게 케익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목이 막힌지 갑자기 케익을 다시 상자에 넣고 잠시 호흡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나는 내 커피를 줬다. 내가 커피 못마시는데, 아무 생각없이 샀다가 지금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었다면서,, 그러자 그녀는 정말 고마워하면서 커피를 마셨고, 나보고 케익을 좀 먹으라고 말했다. ㅡㅡ; 먹던 거라 사양했다. 선릉역에 이르러,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거기서 내린다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냥.. 그 상황이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naya
- 어느날 출근 할때 약에 취한 아가씨를 본 적이 있다. 이 아가씨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좌석에 누워 뭐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8등신의 몸매에 펄이 섞인 화장, 비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데다 어깨가 끈으로 된 미니 스커트 길이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의 쌍욕이 시작되고, 이 아가씨는 거기가 자신의 침대인 양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의상은 위로 말려올라가 남성, 여성 할 것없는 시선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아가씨를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 지 모른다. 역시 예쁜 것은 착한 것일까...-_-; 허리깨로 말려올라간 치마를 끄집어 내려 치부를 가려주려고 하는 순간에서야 주위의 시선이 그 아가씨가 아닌 나에게 꽃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른 주위의 한 아주머니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내자, 그 아주머니가 나를 대신하여 그녀의 치마를 바로잡아 주었다. 이미 정신을 잃어 버린 그녀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다시 위험한(?) 포즈로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난 사람들의 눈빛들을 봤다. 그 눈빛들은 좀 더 재미난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키작은 노신사가 나에게 더이상 안되겠으니 운전사분에게 이야기 해서 내리게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차츰 내가 내려야 할 역은 다가오고, 나는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맨 앞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서야 맨 앞칸에 겨우 갈 수 있었고, 나는 운전석의 차창을 두드려 지하철을 세웠다! 몇번째 칸에 취한 아가씨가 행패를 부리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아직도 그녀를 일으켜 세울 때 나에게 의지하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aimnnd
7. 지하철 선호에 따른 문제점 ¶
- AEBass는 무조건 지하철을 선호한다. 버스는 언제 올지 모르고 차를 몰고가는것은 주차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다. 어디를 갈때마다 서울시 교통지도를 펼쳐놓고 도로가 아닌 갈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자하철역을 찾는다. 그리고 그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목표점(?) 주변의 유명한 곳을 기억한다. 이러면 출구선택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것들이 왜 문제점일까? 지하철만 타다보니 도로사정에 눈이 어둡다. 솔직히 차를 몰고 싶어도 길을 몰라서 못몬다는게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AEBass는 아직도 한강 다리들이 어느게 어디있는지 잘 모른다..
동의한표 면허딴지 6년이 넘는 녹색 장롱면허 소유자
- kuroko는 1호선(정확히 말하면 국철)에 익숙해 있어 '지하철'이라는 말보다 '전철'이 낯익다. 창문밖에 경치도 보이고, 서서 가는 데는 이력이 나있고,(학교왕복 세시간...거의 언제나 서서 다닌다)무엇보다도 흔들림이 적어 서서도 책읽거나 메모하거나 잠자기 편하니 전철을 버스보다 선호하는 것도 당연.
그렇다!! 붉은눈의시체도 그 점이 좋다! 버스에서 서있는 채로 책을 본다는 것은 거의 기예에 가깝다. 거기다 버스에는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 손잡이를 쥐고 있다보면, 팔에 힘줄이 솟는 것 같다. ㅡ_ㅡ;; 지하철을 타는데서 생기는 단점은.. 버스가 너무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 ^^;;
- 갑갑하다는 점. 거북이는 죽어도 지하철을 안탄다는 사람들 두명 알고있다. 한명은 승용차 두시간 지하철 30분이라고 해도 승용차를 탄다고까지 말한다. 사실 폐소공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렵기도 할 것이다. 지하철 6호선이 일부 미개통되어 역 5개쯤을 무정차 운전하는 구간이 있었다. 십분이상 깜깜한 동굴만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문제다. 지하철이 이분에 한번씩 서주는 것은 나름대로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8. 소음 ¶
- zephid는 음악을 사랑한다. 하루의 시작과 마감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라면 더 없이 좋을 그런 사람이다.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때 교통수단 속에서의 약간의 짬을 음악감상에 빠져보는 것은 튼실한 생활의 일부로서도 훌륭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의 번잡한 지하철 속에서는 웬만하면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어폰을 통해 개미 목소리만한 볼륨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기탄없이 훼방을 놓는 경적과 음성등 각종 소음 때문에 그 실효를 거두기도 어려울 뿐더러 짜증이라는 불쾌한 감정만 증폭될 뿐이다. 그렇다고 내맘대로의 기준에 맞게 볼륨을 키워 듣는 것은 정말 끔찍한 '공해'이다. 자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스펀지를 통해 흐려진,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이즈는 '함께 음악듣기'에 위배되는 본인에게도, 강압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는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도 '피해의식'만 줄 뿐이다. 부디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만큼이나 그 음악에 대한 애착과 배려도 잊지 말자.
- 전철텔레비전
9. 계단 ¶
- 지하철에는 계단이 많다. 일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완해주고 있고 요즘 한참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있다. 최근 에스컬레이터를 보면 급한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우자는 캠페인이 비교적 잘 실천되고 있다. 노약자보호석보다는 실천에 어려움이 없으니....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는 윤구현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보통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계단이 함께 있어 급한 사람이나 계단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계단으로 다닐 수 있다. 계단을 놔누고 굳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다닐 필요가 있을까. 동대문역이나 건대입구역 계단을 한번에 뛰어 오르면 적당히 숨도 가빠지고 허벅지도 단단해져서 좋다. 구두를 신으면 쉽지 않지만...
- 지하철 만보 걷기 갇은 구호(할아버지가 두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포스터가 생각나지 않는가)는 이율배반적이다. 지하철을 통해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중교통수단은 대다수의 국민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한다. 윤구현이 알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 지하철은 운동도 할 수 있고 편하기도 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후자여야 한다.
10. 구걸 ¶
-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잡상인과 걸인이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걸인들에게 적선하지 않는다. 동냥은 그와 나를 구분하는 행동이며 그를 인간이하로 취급하고 나와 다른 존재라고 인정하는 행동이다. 보다 많은 돈을 적선 받기 위해서는 더 불쌍해보여야 하며 더 자기비하적이여야 한다. 적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만 도와줄 수 있다. 적선에 들어가는 돈이 공식적인 통로로 접수된다면 보다 적절하게 쓰일 것이다.
흠 거북이는 그들이 조직화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적선을 안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넘 하나는 일단 주고나면 마음이 편하다고 무조건 주죠. 하여간 마음편하게 적선 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요즘은 모 종교단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그 단체도 제대로 할까 하고 의심이 드는 경우가 있으니...허허.
- 어떤 장애우 학생이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머리에 노오랗게 염색을 하고 있었다. 거북이는 그 순간 너무 벙쪘다...-_-
- 앞칸에서 한명, 뒷칸에서 두명의 걸인이 이어 나타나, 한칸에 3명의 걸인이 동시에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상황에선 눈먼 흉내를 내기 힘들었는지 상당히 어색해 하더군요.
11. 싸움 ¶
- 지하철에서 싸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음악을 듣고 있다가 큰소리가 나는 것을 겨우 듣고서야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덩치큰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가 훨씬 많아보이는 아저씨 멱살을 붙잡고 끌고 나가더군요. ( 싸움의 원인은 사소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 모든 사람들이 탄식을 하고 "말도안된다"고 외쳐대면서 진정하라고 했지만, 결국 쫓아나가서 끝까지 말리는 사람은 없더군요. 저 또한 말려야할텐데라고 생각만 할뿐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답니다. 몇 정거장 후에 생각하니 참 부끄럽더군요. 그 두 사람에게 월드컵때 같이 하나가 되어 응원했던 그 때를 상기시켜 주기만 해도 어느정도 괜찮아졌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만 하면 뭘하나요. 쯧. -- sayhappy
- 술에 취한 사람이 이사람 저사람한테 시비를 걸더라. 보다가 보다가.. ...보기만 했는데. 어떤 이쁘장하게 생긴 미소년이 그를 붙잡아 달래고 얘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그러던 거시였다. 오. 멋지군. 그러고 있었는데... 딱 문 열리고 닫히기 직전에 밖으로 확 밀쳐내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더라. 열받은 취객이 떠나려는 열차의 유리를 주먹으로 팡! 쳐서 깨버렸지만. 그는 끝까지 그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저런 사람은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휘랑